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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렬하게 저항하는 내담자를 대하는 효과적인 상담 테크닉 004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저항하는 내담자를 돕는 비법(책) 2021. 11. 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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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장. 내담자 저항을 불러 일으키는 상담자 실수

     

    누군가를 돕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사항

    예전에 어떤 교육에서 David Burns 박사님(“Feeling Good: The New Mood Therapy” 저자)께서 간단하지만 강력한 지혜를 가르쳐 주셨다. Burns 박사님께선 '문제를 구체적으로(언제, 어디에 있는, 누구와 관련된 문제인지) 규정하지 않으면 절대로 내담자를 도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가정을 숱하게 숙고해 보고 검증해 보았으나 아직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 만약, 당신이 내담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가 언제, 어디에 있는, 누구와 관련되어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면, 내담자와 대화를 조금 더 나누어서 이 내용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통찰이다. 어떤 사례는 문제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관련되어 있는지 분명하다. 문제가 되는 사람이 남편일 수도 있고, 부인일 수도 있으며, 직장 상사일 수도 있고, 아이일 수도 있다. 다른 어떤 사례에서는, 어린 시절 내담자에게 트라우마적인 경험을 안겨준 어떤 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사례에서는 상담을 하고 있는 바로 이 순간, 당신과 내담자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담자가 평소에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당신과 내담자 사이에 형성되는 분위기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기 중에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 특정한 문제 패턴이 나타난다면, 다른 곳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례에서는, 내담자가 특정한 시간에 특정 장소에 존재하는 특정한 사람과 주고 받는 상호작용 중 일부를 바꾸어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는 상호작용 방식에서 어떤 부분을 반드시 바꾸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례에선, 내담자가 예전 어느 때인가로 돌아가서 그때 경험했던 이런 저런 일이나 감정에 대해서 논하고, 리프레이밍(재명명)할 필요가 있다. 초점이 되고 있는 문제 속 세부 사항과 상관없이, 장소, 시간, 사람이라는 요소는 항상 존재한다. 만약, 당신과 내담자가 문제와 관련된 장소, 시간, 사람을 정확하게 언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문제 정의가 너무나 희미해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현실 속 내담자는 일련의 문제 속에서 살고 있다. 여러 문제 중에서 우리는 내담자가 현재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문제를 분류해야만 한다. 그렇게 선택한 문제 안에는 중요한 일련의 장소, 시간, 사람이 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장소, 시간, 사람 안에선 유사한 상호작용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내담자를 돕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사람, 장소, 시간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관련된 감정과 대안적인 접근법에 관해서 엄청나게 자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우리가 상담자로서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다. 사람, 장소, 시간은 거의 모든 문제에서 핵심 요인이 된다. 우리는 내담자에게 문제가 되는 그 모든 사람, 장소, 시간 요소를 단일한 사람, 장소, 시간으로 깔대기처럼 한 곳에 모아서 요약해야 한다. 이 정도 수준으로 문제를 분명하게 규정하기 전까지 내담자는 저항할 것이다. 명료함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문제를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일이 저항을 소멸시키는 첫 번째 단계가 된다.

     


    [이재원 생각]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엉뚱하게 알고 있다. 사람들은 해결중심모델을 '뭔가 긍정적인 질문을 던져서 내담자 생각을 바꾸는 것' 정도로 알고 있다. 이런 정의가 아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본질은,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든, 그가 원하는 바든 '최대한 구체적으로 묘사하게 돕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묘사' 라는 어구는, 어떤 말을 들으면 마음에 어떤 구체적인 상이 맺히도록, 스틸 사진처럼 생생한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한다는 뜻이다. 해결중심모델에서 이런 방향으로 질문하고 답변을 끌어내려고 애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간단하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묘사할수록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목표를 구체적으로 묘사할수록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담자가 저항하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 명료함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문제를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일이 저항을 소멸시키는 첫 번째 단계가 된다.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가 가지는 위험

    격렬하게 저항하는 내담자와 관련된 흥미로운 역설이 하나 존재한다: 내담자가 보이는 저항이 강할수록, 다른 사람들이 권고하는 해결책을 수용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담자가 보기에는 내담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도 많아 보인다. 상담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수록, 자신이 가진 지식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점점 더 확신을 하게 된다. 그 결과로, 상담자는 자신이 내담자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더 많은 조언을 늘어 놓게 된다.

    하지만 바로 이게 문제다. 그대가 전문성을 발휘해서 조언을 하면 할수록, 내담자는 점점 더 그대가 내어 놓는 해결책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리고 그대가 그렇게 조언을 할수록, 내담자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심리적인 자유는 점점 더 없어져 간다. 따라서, 그대가 보유한 전문성이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내담자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유 의지를 앗아가 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대가 내담자에게 지나치게 아는 척을 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는 확실한 징표가 있다. 그대가 무슨 말을 해도 내담자가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이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그대는 내담자가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조언이나 제안을 던졌겠지만, 바로 그 조언이나 제안 때문에 내담자는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그대 말을 따르지 않는다. 격렬하게 저항하는 내담자는 그대가 해결책에 관한 지식을 제시할수록, 저항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에, 그대가 아는 척을 덜 하면서 겸손한 태도를 보일수록, 내담자는 상대적으로 적게 반항한다. 그리고, 그대가 뭔가 아는 척을 덜하면, 내담자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자유를 얻게 된다.

    '알지 못하는 자세'로 옮겨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대가 가지고 있는 해결책이 정말로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자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상담자가 얼마나 간절하게 돕고 싶어하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부분은,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다. 만약 내담자가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그대가 제안한 방법을 거절한다면, 그대가 팔려고 하는 상품을 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일이 생기면, 뭔가를 팔아 치우려는 생각은 중단하고, 내담자가 수용할 만한 방법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로 돌아가야 한다. 이는 우리가 내담자에게서 변화를 끌어내려는 방식과, 그 방식을 수용하려는 내담자 준비도가 어긋나는 고전적인 사례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 역설을 거꾸로 뒤집는 방법이다. 그대가 제안하려는 해결책이 뭔가 효과가 있어 보일수록, 이 해결책을 내담자에게 제시하는 그대의 태도는 어리숙해 보이고, 확신이 없어 보이며,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다시 말해,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을 때도, 그대는 내담자가 보기에 그 해결책에 관해서 긴가민가 주저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 그대는 내담자에게 꼭 필요한 해결책을 거드름 피우고 온갖 아는 체는 다 하면서 꺼내어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내담자가 어떻게 해서든지 그대가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서 미치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해결책은 내놓아야 하지만 아는 척은 하지 말아야 하는 이런 딜렘마 상황은 오로지 '알지 못하는 자세'를 취해야만 벗어날 수 있다. 아예 처음부터 내담자가 저항할 대상을 만들지 않는다면, 저항할 수 없다는 게 원리다.

    이런 접근법은 형사 드라마에 나오는 콜롬보가 사용한 방법과 유사해서 내 학생들이 '콜롬보 기술'이라고 칭해왔다. 콜롬보 형사는 용의자 앞에서 어설픈 모습을 보여서 용의자가 긴장을 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과적으로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정보를 흘리도록 속인다. 콜롬보 형사는 항상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용의자가 어째서 특정한 행동을 했는지에 관해서 스스로 명명백백하게 밝힐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질문을 끝없이 던져서 체포한다. 콜롬보 형사는 언제나 범인보다 두 걸음은 뒤쳐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걸음 앞서 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내담자의 마음에 대해서 괜히 뭔가 아는 체하면서 말했다가는, 내담자가 반발심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해 두어야겠다. 이는 상담자가 범할 수 있는 고전적인 오류다. Gerber(1986)는 이런 말 두 가지를 사례로 제시했다: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요", 그리고 "당신 상황을 이해해요." 만약 그대가 내담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거나, 내담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그냥 안다고만 말하지 말고, 판단 근거까지 분명하고 상세하게 말하라. (사람이 타인의 감정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가?) 이런 말이 어째서 문제가 되냐면, 내담자가 그대 말을 의심하고 뭘 알고 있다는 건지 자세하게 말해 보라고 요구할 때, 그가 항상 그대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대는 이 상황을 모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원 생각] 

     

    '알지 못하는 자세(Not-knowing Stance)'는 저명한 심리치료자 Harlene Anderson 박사가 1990년 대에 만든 용어다. 이 용어는 단순한 심리치료 기법을 지칭하지 않는다. 모더니즘적인 세계관을 완전히 뒤집는 다른 차원, 다른 패러다임을 암시한다. 쉽게 말해서, '알지 못하는 자세'란 내가 전문가로서 알고 있는 인간에 대한 직/간접적 지식, 정보,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겠다는 태도다. '전문가'란 '뭔가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철썩같이 믿는다면, '알지 못하는 자세'를 보이는 전문가는 본인이 스스로 '뭔가 아는 척하는 태도'를 내려 놓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왜? 내가 아는 척을 하면 상대는 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보면, 본인 문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일반적으로도 내담자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특별히 격렬하게 저항하는(highly resistant) 내담자에게 특효약이 될 수 있다. 저항하는 내담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상담자를 무시하고 있는데, '전문가로서 뭔가 아는 척 하는' 태도는 내담자가 보이는 저항을 오히려 강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오히려 반대로 나가는 편이 실용적이다. 힘을 쓰는 줄다리기 경기에서 힘을 일부러 빼는 전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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