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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가 강점관점으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이유(Part 2)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12. 30. 15:00728x90반응형
고백한다. 내가 처음 해결중심모델을 사회복지사에게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는, 솔까말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듯 보이는' 그들을 낮춰보았다: "왜 이걸 못하지?" 하지만 강의 현장에서 수많은 동료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결국, 내가 잘못 판단했다고 반성했다). 다소 부족한 면도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동료들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지난 번 글에서 분석했듯이, 사회복지사가 모든 일을 '건수로 측정하는' 양적인 평가 시스템 속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클라이언트에게 무엇이든 일방적으로 주는 역할'에 고착된다. 그런데, 많이들 알다시피 해결중심적으로 판단해 본다면,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전문가'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일방적으로 주는 역할이라기보다는 클라이언트가 자신이 가진 강점/자원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취해야 한다. 이런 구도에서 사회복지사가 해결중심모델을 전폭적으로 수용한다면? 본인은 강점관점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일방적으로 뭔가를 줘야 하는 매우 모순된 역할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사람이 물속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을까? 당연히 할 수 없다. 다이빙은 육지 위에 단단하게 고정된 지지대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고정된 지지대는커녕 아무런 지지대 없이 물로 가득 차 있는 곳에서 어떻게 다이빙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늘에서 뛰어 다니기, 혹은 육지에서 수영하기처럼, 하려고 하는 행동과 맥락이 전혀 맞지 않는다. 대단히 양적인 평가 시스템 속에서 해결중심적으로 일하려는 사람이 처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질문하고 답해본 셈.
사회복지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장에서 해결중심적으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혹은 책임은 사회복지사에게 무조건 돌릴 수는 없다. 그렇게 실천할 능력이 애초부터 없다거나 의지가 없다기보다는 맥락과 조건이 맞지 않아서, 능력과 의지를 발휘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한 마디로, 구조적인 한계가 근본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사에게는 아쉬움이 없을까? 있다.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쳐 보면, 사회복지사는 거의 언제나 반성을 한다: "이번 교육을 통해서 제가 말로는 해결중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일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족히 수백 번 이상 받아 보았을,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나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우선은 "선생님 탓이라기보다는, 질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양적인 평가 환경이 문제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자신에게 관대하게 대하시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근본적인 공부는 뒤로 한 채, 지금 당장만 모면할 수 있는 요령을 좇는 모습을 보며 절망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배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기술' 이면에는 태도와 점이 있다. 어떤 기술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혹은 다양한 상황에서 응용하려면, 지엽말단적인 요령만 배워서는 안 된다.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해야 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에 녹여내야 한다. 강점관점실천(혹은 강점관점실천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 요소인 해결중심모델)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어색하고 이상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해결중심 질문을 외워서 기계적으로 구사하지 말고, 그 너머에 놓인 태도와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해결중심모델에서는 왜 주요 상담 기술이 '질문'일까? 자고로, 질문은 '잘 모르는 사람'이 '잘 아는 사람'에게 한다. 잘 모르는(질문하는) 사람이 '비전문가'이고, 잘 아는(답변하는) 사람은 '전문가'다. 그러므로 질문하는 행위에는, 기본적으로 나를 잘 모르는 사람으로 낮추고 상대를 전문가로 대접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질문하는 사람이 가진 태도 혹은 관점은, 내가 아는 지식, 정보, 경험, 견문, 생각을 상대가 아는 지식, 정보, 경험, 견문, 생각보다 앞세우지 않겠다는, 상대가 답하는 내용에 최종적인 권위를 부여하겠다는 태도 혹은 관점으로 이어진다. 결국, 질문 기술 그 자체보다는, 상대가 가진 강점/자원에 대해서 '정중하게 호기심을 가지는' 겸손한 태도가 본질이다.
그렇다면 바로 제기되는 질문: "내가 돕고 있는 사람은 절대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고, 사고 방식이나 생활 습관 등 모든 면에서 절대로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전문가로 대접할 수 있지?" '내담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전문가'라는 유명한 해결중심 가정 때문에 수많은 사회복지사가 혼란스러워한다. 여기에서 답을 드리겠다: '문자에 얽매이지 말고 상식적으로 생각합시다.' 간단한 질문과 답변: (1) (해결중심적으로 생각한다면) 내담자는 자기 삶에 대한 전문가인가? 그렇다. (2) 만성적인 문제가 여러 겹으로 중첩되어 있는 내담자도 자기 삶에 대한 전문가인가? 그렇다. (3) 그렇다면 왜 그를 강점관점으로 돕기가 어려울까? 기본적으로는 내담자가 자기 삶에 대한 전문가이지만, 항상, 늘, 언제나 그렇지는 않으며, 때로는 우리가 전문가일 수 있다.
물로 칼을 만들 수는 없다. 물이 우리 몸에 아무리 가치가 있어도, 물은 액체라서 (적어도 상온에서는) 물로 칼을 만들 수는 없다. 칼은 고체이므로, 물을 얼려서 고체로 만들어야만 칼 흉내라도 낼 수 있다. '내담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전문가' 라는 해결중심 가정도 이와 같다. 현실적인 맥락과 조건을 완전히 무시하는 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론적으로는 '내담자가 전문가'이지만, 때로는 전문가가 아닐 수도 있고, 그러므로 외부 전문가가 도움을 다소 일방적으로 줄 수 도 있다. 이 '때로는'은 언제인가? 예컨대, 내담자가 직접적인 경제적/물질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한 마디로, '내담자가 전문가'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생기진 않는다.
결론. '양적인 평가 시스템'은 결정적으로 강점관점으로 실천하려는 사회복지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왜냐하면 강점관점실천에서는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적인 평가 시스템이 엄존하는 한, 여러 가지 한계를 뛰어 넘어서 충분히 강점관점으로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인 한계 외에 사회복지사가 강점관점실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도, 충분히 강점관점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어차피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한계에는 부딪힐 테지만, 지경을 최대한 넓혀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최대한으로 강점관점실천을 구현하려면, 사회복지사가 강점관점실천 원리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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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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