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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텐트를 샀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10. 2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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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재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18일 금요일. 날씨: 폭우가 강이라도 만들어 버릴 듯 쏟아진다.

     

    (누가/무엇) 1. 아는 언니가 수원으로 이사해 집들이 다녀왔다.

    (내용/의미) 2. 동네 분위기가 아늑하다. 집도 딱 깔끔하고 예쁘다.

    (감정/생각) 3. 언니가 편안해 보인다. 나도 마음이 좋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민경재 선생님께서는 경험을 요약하시는 능력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그려. 정말 뼈대만 추려서 딱 세 줄만 쓰셨는데, 두 분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서로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셨을지를 속속들이 다 알 수 있을 듯 생생합니다. 저라면 느꼈을지도 모를, 나를 스스로 낮추는 부러움이나 상대 몰래 가볍게 품는 질투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조용히 손을 잡고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오래 끓여 진하게 우려낸 곰탕 같은 우정만 느껴집니다. 아, 그리고 날씨를 무척 잘 표현하셨습니다. 간단하게 직유법(~처럼, ~같이)만 쓰셨는데 매우 생생합니다.


     

    2024년 10월 20일 일요일. 날씨: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누가/무엇) 1. 우리 부부는 캠핑에 별 관심이 없다. 특히 남편은 잠자리가 불편해서 싫어한다. 

    (내용/의미) 2. 그런데 내가 텐트를 살 듯하니 남편은 나서서 ‘난 이거’라고 말한다. (그걸 샀다.) 

    (감정/생각) 3. 텐트를 샀더니 없던 관심이 생긴다. 어디로 캠핑을 다닐까!

     

    (이재원 선생 피드백)

    전, 세 줄 일기에서 첫 줄은 '누가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실행했다'라고 쓰시라고 가르쳤습니다. 이야기를 단 세 줄 안에 담아야 하므로, 처음부터 외부 맥락이 끼어들지 않게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민경재 선생님께서는 구체적인 행동('내가 무엇을 했다') 대신에 일반적인 상태('우리는 어떻다')를 쓰셨어요. 어째서 이 글을 좀 더 길게 늘려 쓰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 맥락('캠핑')이 끼어들었고 '관심이 없다'는 형용사를 쓰면서 일반적인 상태를 기술하셔서, 첫 줄을 읽는 순간 이 글을 늘려 쓰시겠구나 직감했습니다.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날씨: 부슬부슬 가을비는 내리고 세상도 어둡고 내 길도 어둡다.

     

    (누가/무엇) 1. 나는 발달장애인주간활동기관에서 일하는데 잘하는 곳을 소개받아 방문했다.

    (내용/의미) 2. 서류와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해주셨다. 그런데 상황이 너무 달라 당장은 못 따가겠다. 

    (감정/생각) 3. 괜찮다, 천천히 하자고 혼자 할 수 없다, 고 나를 다독인다. 한 걸음씩만 가 보자. 

     

    (이재원 선생 피드백)

    우선, 날씨 표현이 눈에 바로 들어오네요. 본문 내용을 반영해서 쓰셨어요. 날씨에서 마지막 표현이 조금 어두워서 걱정했지만, 본문을 읽어보니 다행히 '민경재스럽게' 마음을 다잡으셨네요. 부담감은 충분히 느끼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결심하셨잖아요. '감사'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감사는 내가 처한 현실을 '인정'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대요. '이미' 내가 가진 것을 부인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긍정하는 태도에서 감사하게 되니까요. (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민경재 사회복지사, 일곱 줄 글쓰기>

     

    [인물]

    1. 우리 부부는 캠핑에 별 관심이 없다. 특히 남편은 잠자리가 불편해서 싫어한다.

     

    [시련]

    2. 아들 친구 가족 여럿이 캠핑을 다니는데 가끔 우리 가족을 초대한다. 그럴 때 텐트를 빌려 썼다.

    3. 깍두기로 끼어 캠핑을 갈 때마다 캠핑은 우리 취향이 아님을 상기하며 돌아왔다.

    4. 또 지인들이 캠핑을 가자고 한다. 텐트만이라도 사야겠다. 여러 날 당근에서 텐트를 봤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5. 그런데 내가 텐트를 살 듯 하니 남편은 나서서 ‘난 이거’라고 말한다. 나름 덜 불편한 텐트와 매트를 샀다. 

    6. 두 가지를 샀는데 릴선, 렌턴... 기본으로 구비해야 할 캠핑물품은 참 많다. 아, 괜히 발을 들여 놨나?

     

    [성장]

    7. 텐트를 샀더니 캠핑에 없던 관심이 생겨 자꾸 당근을 뒤적거린다. 어디로 캠핑을 다닐까?

     

    (이재원 선생 피드백)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 '시련'으로 제시하신 듯한 '아, 괜히 발을 들여 놨나?' 이 대목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읽어 보니, 민경재 선생님께서 겉으로 드러내어 표현하진 않으셨지만, 좀 더 중요한, 어떤 요소가 보이더군요. 바로 남편 분과 (말없이) 마음을 맞추신 과정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 '무관심'에서 시작했지만 현실적인 '필요'가 개입되면서 '설레임'으로 바뀐 과정 말입니다. 남편 분께서 무심하게 꺼내셨을  '난 이거'가 매우 중요했지요.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민경재 선생님께서는 5번 문장을 세 단락이나 할애해서 길게(깊게) 다루셨어요.


    <민경재 사회복지사, 다섯 단락 글쓰기>

     

    제목: 우리 텐트를 샀다

     

    글쓴이: 민경재(안산시발달장애인주간활동제공기관 제일꿈터 센터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우리 부부는 캠핑에 별 관심이 없다. 짐을 바리바리 싸고, 펴고 접는 불편한 여행은 딱 질색이다. 특히 남편은 잠자리에 예민해서 더 싫어한다. 그런데 아들 친구 가족 여럿이 캠핑 다니며 가끔 우리 가족을 초대한다. 고맙게도 지인이 텐트까지 빌려줘서 깍두기로 끼어 한두 번 캠핑에 다녀왔다.

     

    또 지인들이 캠핑 가자고 한다. 어울려 놀고는 싶지만 캠핑은 불편하다. 더군다나 텐트도 없다. 아주 가끔 쓰는데 굳이 텐트를 사야 하나 고민하다가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겠다 싶어 텐트만이라도 사기로 결정했다. 여러 날 중고마켓에서 텐트를 보고 또 봤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결국 중고를 포기했다. 

     

    캠핑용품 좀 아는 언니를 모시고 가까운 매장에 갔다. 나는 가격도 저렴하고 간편해 보이는 돔형 텐트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남편은 카키색 거실형 텐트 앞에 서서 “난 이거”라고 말한다. 텐트 앞쪽에 4인 가족이 사용할 만한 테이블과 의자를 지나 안쪽에 잠자는 텐트를 설치하는 구조이다. 캠핑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남편이 열심히 텐트를 보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왜 저러나 싶기도 했다.  

     

    어쨌든 텐트를 펴고 접는데 중심 역할을 할 남편 선택을 존중했다. 텐트를 선택하더니 남편은 전시장에 펼쳐진 텐트 안에 누워보며 매트를 열심히 고른다. 그리고 제일 비싼 매트 앞에 서서 잠자리는 포기할 수 없다며 “난 이거” 명확히 표현한다. 그냥 가볍게 다닐 저렴할 텐트 하나 장만하려다 내가 생각한 비용을 상당히 초과하는 텐트를 샀다.  

     

    남편은 내가 텐트를 사기로 한 이상 캠핑을 피할 수 없음을 빨리 깨달았다. 어차피 가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쾌적하게 잠을 자고 싶단다. 그리고 손 작은 내가, 사용하기 애매한 텐트를 살까 봐 내 결정을 도왔다. 사실 뭘 살지 갈팡질팡했는데 남편이 선택해 줘서 괜찮은 텐트를 샀다. 아, 그런데 릴 선, 랜턴, 버너도 필요하단다. 

     

    캠핑에 괜히 발을 들여놨나? 중고마켓에서 캠핑용품을 자꾸 뒤적이게 된다. 새 텐트를 샀더니 캠핑에 없던 관심이 절로 생긴다. 누구 갈 때 깍두기로서 따라 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가족 캠핑을 떠나야겠다. 이번에도 남편은 나를 말리지 않는다. 뭘 더 사야 하지? 어디로 떠날까! 설레고 신난다. 우리 텐트 사길 잘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정말 근사하게 잘 쓰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이 날씬합니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내용은 꽉 찼습니다. 정확하게 포화되도록 글을 쓰셨습니다. 구조를 튼튼하게 짜고 나서 글을 쓰셔서 그렇습니다. 더 길게 말할 필요 없습니다. 극찬하겠습니다. 

     

    2. 일곱 줄 글에서 특히 5번 문장을 세 단락으로 늘려서 쓰셨습니다. 원고를 10번 넘게 읽으면서, 민경재 선생님께서 적절하게 선택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 결론은 '설렌다'입니다. 왜 설렐까요? 단순히 텐트를 구매하고, 캠핑을 가게 되어서요? 아뇨. 텐트(캠핑)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텐트 안에서 서로 꼭 껴안고 자게 될 '우리 가족'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짚자면, '난 이거'라고 (겉으로) 말하며 한 걸음 나선 남편과, '나도 이거'라고 (속으로) 말하며 따라 준 아내입니다. 그리고 이 울타리(텐트, 혹은 가족) 안에서 함께 즐겁게 웃을 아이들입니다. 가족이 텐트/캠핑을 매개로 마음을 합쳤으니, 당연히 '마음이 설레죠'. 

     

    3.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아시죠? 국제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거장 감독은, 대체로 자기 스타일이 분명합니다. 박찬욱 감독 영화를 보세요. 어떤 작품을 찍든지 '아, 이 영화는 박찬욱이 찍었구나' 싶은 요소를 곳곳에 박아 넣습니다. 그런데요, 스필버그는 조금 다릅니다. 이 사람이 만든 영화에는 딱히 스타일이 없습니다. 그냥 평범해 보입니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만든 영화마다 상업적으로 엄청나게 성공을 거둔 기술자로 평가받으면서도, 동시에 평론가들에게 작가/예술가로서 대단히 높게 평가받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필버그가 찍은 모든 장면은 '밀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음... 제가 왜 스필버그 이야기를 꺼냈는지 아시겠지요? 민경재 선생님 글은 점점 더 밀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대단히 생생하고 화려한 표현이 등장하지 않아도 글 품격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강점입니다. 지키고 키우세요. 

     

    4. 이렇게 계속 성장하는 학생이라니!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어디라도 가시면 저에게 배우셨다고 꼭 말씀하세요.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민경재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민경재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참고 자료>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이재원 선생, 세 줄 일기 2024년 8월 21일 수요일. (날씨: 낮에 비.)  (누가/무엇) 1. 오늘도 딸과 함께 다이소에 다녀왔다. (내용/의미) 2. 뽀로로 스티커북과 풍선을 샀다. 합쳐서 4천원. (감정/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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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세 줄 일기 워크샵',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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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줄 일기와 업무용 글쓰기

    업무용 글을 생각해 본다. 뜻을 정의하자면, '일할 때 쓰는 글' 정도가 되겠다. 우리는 어디에서 일하는가? 대체로 '조직'에 속해서 일한다. 조직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한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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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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