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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일기와 업무용 글쓰기

또치-01 2024. 10. 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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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 글을 생각해 본다. 뜻을 정의하자면, '일할 때 쓰는 글' 정도가 되겠다. 우리는 어디에서 일하는가? 대체로 '조직'에 속해서 일한다. 조직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문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정된 양식'을 만들어서 내용을 채워넣어야 한다. 항상 쓰는 글을 담는 고정된 양식이 이미 존재한다면, 그래서 문서를 작성할 때, 어떤 주제로 써야 할지, 어느 정도 분량을 써야 할지 등을 미리 결정해 둔다면, 적게 고민하면서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겠다. 따라서, 업무용 글쓰기란 각종 문서 양식에 미리 정해 놓은 '네모 칸을 잘 채우는 작업'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그래서 업무용 글을 쓸 때는, '요약'하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요약'이란 무엇인가? 내가 글로 쓰려는 내용 중에서, 더 중요한 요소와 덜 중요한 요소를 가려 뽑아서, 더 중요한 요소만 남기는 작업이다. 그런데 우리가 '글'이라고 칭하는 지적 결과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어떤 글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이 발생하는) '이야기'가 중심이고, 어떤 글은 (독자가 모르는)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어떤 글은 주장하고 적절하게 근거를 대는 '합리적인 논리'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요약을 잘 하려면, '글을 전개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해한 상태에서, 우리가 글에 담는 내용 중에서 다른 내용보다 좀 더 중요한 내용을 잘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아... 머리 아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있다. 쉽게 시작하고, 재미있게 쓰는데, 자연스럽게 요약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방법. 세 줄 일기!


<두 단락 글> 

 

제목: 이제 그만 오자

 

오늘도 딸과 함께 다이소에 다녀왔다. 딸은 풍선과 뽀로로 스티커북을 좋아한다. 다이소에 가면 곧바로 풍선 코너로 달려간다. 거기서 분홍색 풍선을 집어 들고, 다시 곧바로 스티커북 코너로 달려간다. 뒤쫓아 가 보면 벌써 물건을 들고 섰다. 오늘도 딸은 평소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올려다 보며 나에게 말한다. "아빠, 이거 계산해."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 두고 잠시 생각했다. 풍선이 천원, 스티커북이 3천원이니까, 합쳐서 4천원이다. 이렇게 열흘이면 4만원이다. 글쎄, 적은 돈이 아니다. 딸에게 이길 수 없어서 매일 끌려 온다만, 자제해야겠다. 꽤 독하게(?) 마음 먹고 딸에게 '이제 그만 오자' 라고 말하려는데, 녀석이 웃는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약해진다. 에고.


<세 줄 일기> 

 

2024년 8월 21일 수요일. (날씨: 낮에 비.)
 
(누가/무엇) 1. 오늘도 딸과 함께 다이소에 다녀왔다.
(내용/의미) 2. 뽀로로 스티커북과 풍선을 샀다. 합쳐서 4천원.
(감정/생각) 3. 열흘이면 4만원이다. 딸아, 이제 고만 가자. 하하.


업무용 글을 쓰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우선, 업무용 글을 쓰는 재료는 경험이고, 생각이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이야기(경험)와 마음에 떠올린 생각이다. 그런데 경험도, 생각도, 형태가 없고 사실상 무한하다. 모든 경험과 생각을 아주 세세하게 모두 다 쓰려고 든다면, 무한히 많이 쓸 수 있다. 예컨대, 조직에서 야유회를 다녀온 일을 글로 쓸 때, 1분 1초 단위까지 내려가서 크고 작은 모든 사건을 다 쓴다면, 분량이 엄청나게 많아질 수 있겠다. 물론, 현실에서는 무한히 많이 쓸 수 없다. 특히 업무용 글은 대체로 네모 틀 안에 쓰므로, 경험과 생각 중에서 지극히 작은 부분만 '선택'해서 쓰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글을 쓰면 그 자체로 '경험과 생각을 요약하는' 행위가 된다.

 

세 줄 일기를 쓸 때, 우리는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 중에서 하나만 골라서, 뼈대만 남겨서 쓴다. 이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딱 세 줄 안에 내용을 담아서 쓰려면, 중요한 정보만 눌러 담아야 한다(요약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사건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고 느낀 바도 뼈대만 추려서 쓴다. 이렇게 내용을 요약해서 간결하게 쓰는 능력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혹은 무조건 글을 많이 쓴다고 생기지도 않는다. 정해진 분량에 맞춰서 쓰는 방법(원리)을 구체적으로 학습한 후에, 개별적으로 정확하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세 줄 일기는 개인적인 글에 머물지 않는다. 업무용 글쓰기에 필요한 '요약' 능력을 쉽게 배울 수 있으므로, 업무용 글과 관련이 깊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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