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이해하는 자기-돌봄(self-care) 5원칙
<상편>
나는 어려서부터 축구가 싫었다. 나는 순발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약했다. 그래서 잘 못했고 더 싫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생각해 보니, 축구가 단체 종목이라서 나와 안 맞은 듯했다. 나는 개인주의자라서 예컨대 사이클링처럼 혼자 실행하는 종목이 훨씬 더 잘 맞는다. 자전거를 타면, 신체도 단련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하다.
‘자기-돌봄(self-care) 활동’은 세파에 시달리며 받은 스트레스를 스스로 돌보고 치유하는 활동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돌봄’이라는 말을 들으면, ‘요가’나 ‘명상’ 같이 고정된 활동을 떠올린다. ‘남들이 많이 실행하는 활동’을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돌봄’은 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 내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활동을 실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음주나 흡연은 어떨까?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서 내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면 ‘자기-돌봄 활동’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아니다. 술과 담배는 중독성이 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 알콜과 니코틴에 의존하게 된다. 주관적인 감각으로는 편해진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를 전혀 해소할 수 없다.
사실, 나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자전거를 탄다. 고정된 일정이라고나 할까. 매주 최소 3회 이상 자전거를 타는데, 한 번 탈 때마다 35km씩(2시간 소요) 탄다. 다시 말해서, 매월 규칙적으로 400km(24시간) 이상 자전거를 탄다. 아무리 일이 많고 바쁘다고 해도 이 운동량만큼은 반드시 지킨다. 자전거를 먼저 타고 다른 일을 한다.
현대인은 늘 바쁘다. 그래서 우선 순위를 높게 매기고 의도적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자기-돌봄 활동’에 시간을 쓰지 못한다. 늘 후순위로 미루게 된다. 결국 못하게 된다. 그래서 ‘자기-돌봄 활동’은 아침에 일어나서 당연히 세수고 이를 닦듯이 우선적으로 계획하고 먼저 실행해야 한다. 모든 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없애려면 이 정도는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 못하는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자기-돌봄’ 원칙을 몇 가지 소개했다. (1) 나에게 맞는 ‘자기-돌봄 활동’을 선택하라. (2) 중독성(의존성)이 없는 ‘자기-돌봄 활동’을 선택하라. (3)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먼저 실행하라. 다음 글에서는 이어서 나머지 ‘자기-돌봄’ 원칙을 소개하겠다.
<하편>
전편에 이어서 나머지 자기-돌봄 원칙을 소개한다. 당신이 자신에게 맞는 ‘자기-돌봄’ 활동을 계획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비판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쉽게 말해서, ‘나에게 선의를 품은 잔소리꾼’을 지정해야 한다. 이 잔소리꾼은 내가 이미 계획한 ‘자기-돌봄’활동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적극 개입해서 듣기 싫은 소리를 늘어 놓는다.
필자 같은 경우엔 ‘사랑하는 아내’가 무시로 잔소리를 들려준다. “오빠, 이번 주엔 왜 자전거 타러 안 나갔어요? 매주 기본으로 100km는 타겠다면서요? 그렇게 설렁설렁 자전거 타서 제대로 운동이 되겠어요? 시간 있을 때 얼른 나가서 타고 오세요.” 필자가 싫어해도 아내는 정직하게 피드백을 들려 준다.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잔소리한다.
이제 마지막 ‘자기-돌봄’ 원칙을 생각해 보자: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본인에게 ‘자기-돌봄’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의미있는 활동이라도 내가 외면하고 모른 척 한다면,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 너무 힘들어서 곧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데?’ 라고 생각한다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건강하게 ‘자기-돌봄 활동’을 실행하려면, 자신을 대단히 많이 관대하게 대해야 한다. 일상생활 중에 만나는 크고 작은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고 지친 자신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함부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처한 독특한 상황을 수용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자기-돌봄’은 내 일이고 내 문제다. 남이 대신 걱정해 주지 않는다.
‘자기-돌봄’ 활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지금 여기에서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을 고른다. (1) 나에게 꼭 맞으면서 (2) 중독성이 없는 활동을 선택한다. (3) 그 활동을 의도적으로 계획해서 실행하고, (4) 정기적으로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는 선한 잔소리꾼을 정한다. (5) 나를 관대하게 돌아보며 이 활동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당신은 ‘멍때리기’를 아는가? 맞다. ‘멍때리기’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행위를 뜻한다. 만약에, 당신이 바쁜 하루 중에 의도적으로 15분 정도 시간을 내서, 멍때린다면 어떨까? 다른 사람들은 의미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멍때리는 15분 덕분에 당신이 하루를 온전히 지탱할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한 자기-돌봄 활동이 될 수 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