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건강해짐을 뜻하진 않습니다
주말 낮, 아내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동네 골목을 걸었다. 그런데 문득 어떤 입간판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운동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건강해짐을 뜻하진 않습니다.' 아마도 주변 피트니트 센터에서 세웠나 보다. 문구에 담긴 뜻은? '운동해서 건강해지려면, 전문가에게 조언도 듣고 교정도 받아야 한다. 우리 피트니스 센터에는 당신을 세심하게 도와 줄 운동 전문가가 많다. 그러니 우리 피트니스 센터를 다녀라' 정도겠지. 그런데 굳이 이렇게 써야 했을까? 혹시, 이렇게 바꿔 쓰면 어떨까? 글쓰기 선생으로서 '직업병(?)이 발동했다.
'운동한다고 무조건 건강해지진 않습니다.'
나는 문구를 어떻게, 왜 바꾸었나? 일단, '-ㄴ 것(운동을 한다는 것)'과 '-ㅁ(건강해짐)'이 눈에 딱 들어왔다. '-ㄴ 것'과 '-ㅁ'은 동사나 형용사를 명사로 바꾼다. (문법 용어가 등장하면 겁부터 날 수 있으므로, 비유로 설명한다.) 동사나 형용사는 동영상과 같다. 흐르고 움직인다. 반면에, 명사는 스틸 사진과 같다. 멈추고 굳는다. 한국어에선 생략할 수 없는 중요한 말이 보통 문장 마지막에 나오는데, 이런 말은 거의 동사나 형용사다. 그래서 한국어는 동사나 형용사를 동사답게/형용사답게 살려 써야 생기가 돈다. 그런데 '-ㄴ 것'과 '-ㅁ'은 동사나 형용사를 다소 억지로 명사로 만들어서 그 생기를 앗아간다. 뜻은 통하지만 왠지 밋밋해진다.
'멋짐'이 폭발하더라. / (순화) 엄청나게 멋있더라.
'사랑한다는 것'은 '주는 것'이다. / (순화) 사랑하면 준다.
'당신이 와준 것'을 보니 감동이다. / (순화) 이렇게 와 줘서 감동받았다.
한편, 사람들은 대체로 글을 간결하게 쓰고 싶다고 말한다. 글을 간결하게 쓰려면, 과업 두 가지를 실행해야 한다. 첫째, 글로 쓸 내용에서 핵심을 잘 골라내야 한다. 머리 속으로 생각을 정리해서 핵심만 남겨서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둘째, 글을 쓸 때 불필요하게 문장을 늘어지게 만드는 습관을 스스로 알아채야 한다. 위에서 잠시 살펴본 '-ㄴ 것'과 '-ㅁ'은 문장을 불필요하게 늘어지게 만드는 대표적인 습관이다. 이런 습관은 한국어 문법을 다 알지 못해도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 '-ㄴ 것'과 '-ㅁ'을 그냥 빼고 쓰시라. 이미 썼다면, 나중에라도 빼시라.
<추가 예문>
1. '하늘을 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었다. / 하늘을 날았다. 위대한 업적이었다.
2. '타인에게 의존한다는 것'이 멋진 일은 아니잖아요. / 타인에게 의존하면 안 멋지잖아요.
3. '인간의 어리석음'이 하늘을 노하게 만들었다. / 인간이 어리석어서 하늘이 노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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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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