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치-01 2025. 6. 2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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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진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5년 6월 5일, 목요일. 날씨: 젊은이처럼 눈부시다. 

 

(누가/무엇) 1. 줌바댄스 첫 수업에 참석했다.

(내용/의미) 2. 45세 이상만 신청할 수 있는 골든줌바반. 접수할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지만 씁쓸했다.

(생각/감정) 3. 수강생 중에는 내가 어린 편이라 젊어진 것 같아 신난다.


<확장글> 

 

목: 줌바댄스를 배우다

 

글쓴이: 강명진(남동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연계팀장, 2025)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5)

 

OO운동센터에서 운영하는 줌바 댄스 첫 수업에 출석했다. 이 운동센터는 지자체에서 운영해서 접수가 어려운데 이번에는 운 좋게 성공했다. 줌바 수업이 여러 개 개설되어 있지만 이미 다른 수업은 마감됐고, 45세 이상만 신청할 수 있는 '골든 줌바'만 몇 자리 남아있었다. 뭐가 됐든 운동할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지만, '45세 이상'이라는 조건이 ‘나이 든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다.

 

언젠가부터 체력이 떨어져서 운동하고 싶었는데, 일하는 동안에는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직장 일, 육아, 집안 일을 모두 마치고 나면 방전된 핸드폰처럼 잠들었다. 운동해서 체력을 키우면 좀 나아지겠건만 몸은 언제나 소파 위에 녹아내렸다. 그래서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 제일 먼저 체력과 건강을 챙기고 싶었고, 그 첫 시도로 운동프로그램을 등록했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나에게 어떤 게 맞을지 몰라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서 2가지 운동을 먼저 경험해 보았다. 스텝 박스를 활용한 스텝 수업, 요가와 필라테스를 접목한 요필 수업에 참여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스텝이 더 흥미로웠다. 그런데 줌바 댄스는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데다 라틴 댄스에 에어로빅 효과를 결합해서 지루하지 않게 운동할 수 있다고 하니 꼭 경험해 보고 싶었다.

 

시간에 맞춰 운동실에 들어서자 보조 강사로 보이는 분이 반겨주며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사방이 거울로 둘러진 공간이 매우 어색했다. 쭈뼛거리며 쓰윽 둘러보니 내가 젊은 축에 속하는 듯했다. 어느 순간부터 어디를 가도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 말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해야 하는 처지(?)가 됐는데, 여기에 오니 젊어진 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크크, 골든 줌바로 등록하길 잘했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우리 반에서 내가 가장 못한다. 첫 시간이고 줌바는 처음이니까 동작은 정확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동작이 아니었다. 수업 중간에 자유롭게 운동실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환호하는 구간이 몇 차례 있었는데 나만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어색해했다. 나보다 연상인 아주머니들도 신나게 참여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 순간을 즐기는 그분들이 더 젊고 빛나 보였다.

 

젊음은 나이가 말하는 숫자가 아니다. 낯선 세계에 뛰어드는 용기,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이에 나를 가둬 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나는 뭐든지 즐겁게 배우고, 언제나 안 해 본 것을 시도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숫자에 몸과 마음을 가두고 자꾸만 조급해하거나 너무 늦어서 아무 것도 시도할 수 없다고 위축되고 한탄했다. 젊게 살지 못하면서 젊게 살고 싶어하는 내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솔직히 인정하자. 나는 겉으로는 겸손한 척했지만, 실제로는 교만했다. 나를 인정하지 못했고, 나를 안아주지 못했다. 옆자리에 선 60대 언니가 나를 보며 '예뻐'라고 입모양을 만드셨다. 그분 눈에는 내가 얼마나 젊고 예쁘고 가능성 많아 보일까. 그래, 여기 계신 다른 분들보다 내가 젊지! 나는 아직 뭐든 할 수 있지! 그러니 교만 떨지 말고 늘 열심히 배우며, 조금 더 성장하고, 조금 더 성숙해져야겠다. 자, 어설픈 줌바 동작도, 어색한 환호성도 파이팅이닷!


<이재원 선생 피드백>

 

잘 쓰셨습니다. 우선,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셨어요. 함께 줌바 댄스를 배우시는 멋진 동료 분들을 거울 삼아, 본인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보셨어요. 역시, 사람 문제는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급격하게 쪼그라듭니다. 이 이야기처럼요. 

 

제가 수업 시간에 뵈었던 강명진 선생님은 늘 조용하고 침착하셨는데, 사실은 언제나 마음을 열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분이셨군요? 맞아요. 45세 중년 여성도 배웁니다. 줌바 춤도 배우고 인생도 배웁니다. 그러면서 성장합니다. 강명진 선생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강명진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강명진 선생님께서는 인천사협 '성숙을 담는 글쓰기' 클래스(제 3기)에 참여하셨습니다. 

 

<강명진 선생님 작품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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