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땀이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데도 좋아요
또치-01
2020. 8. 3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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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외국에 나가서 한 달 동안 걷기만 하다가 온 적도 있다.)
헌데 나는 걷는 속도가 빠르다.
(웬만한 사람은 함께 걸으면 불편함을 느낄 정도다.)
그 사람에게 보조를 맞추자니 내가 힘들다.
그를 나에게 맞추자니 그가 힘들다.
나는 웬만하면 누구와 함께 걷지 않는다.
(누구라도 힘든 게 싫다.)
하지만 이젠 그녀와 함께 걷는다. 예쁜 공원을 함께 걷는다.
이 정도만으로도 행복하다. 충분히 행복하다.
그런데 심지어 그녀는 걷는 속도도 빠르다. (엄청 빠르다는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심지어 그녀는 나와 꼭 붙어 다닌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인데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심지어 그녀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땀이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데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바라지 않는다.
어느 작고 예쁜 공원에서
그녀를 꼭 껴안고 걷는 나를 발견한다면,
손바닥에서 땀이 흐르는 나를 발견한다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히죽대는 나를 발견한다면,
그냥 지나 가시라.
부디, 모른 척 해 주시라.
그녀 들여다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르다.
"땀이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데도 좋아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