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특공대 제 1기, 출범하다!
밝히기 다소 부끄럽지만, 고등학교 때 내 꿈은 영화 감독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외국 영화 한 편(시네마 천국)을 보았는데, 들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오리지널 스코어(저 유명한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음악)와 함께 심장이 아릿한 이야기를 접하고 완전히 넋이 나갔다. 이때부터 나는 영화를 무척 많이 봤다. 당시에는 '으뜸과 버금'이라는 유명한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는데, 이곳에 가면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지만 작품성을 인정받는 해외 영화를 마음껏 빌려 볼 수 있었다.
마침 우리집에서 약 5km 떨어진 곳, 숭실대학교 근처에 '으뜸과 버금' 지점이 있었다. 그곳에 처음 갔던 날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마치, 동네 연못에서만 놀던 금붕어가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대양에 도착한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듣도 보도 못한 명작 비디오 수천 장이 보기 좋게 꽂혀 있던 진열대를 천천히 거닐면서, 한 쪽 벽면씩 돌아가면서 명작 비디오를 모조리 빌려 보리라 다짐했다. 영화가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야밤에 이 비디오 가게를 다니면서, 실제로 아무리 반복해서 봐도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할 어려운 예술 영화를 꽤 보았다. 그러면서 영화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접게 되었다. 전위적인 예술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이걸 만든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상상력이 비범한 천재이거나 평범하고 상식적인 생각을 단숨에 뛰어 넘는 또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범접조차 하기 어려운 상상력을 접하면서 감탄사를 내뱉는 동시에 좌절감이 많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상상력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 무릇 작가나 영화 감독이나 뭔가 세상에 할 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 '세상에 할 말'이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자신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각'인 것 같다. 만약 그대가 남들이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한다면,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거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독특해도 안된다. 세상 사람들은 이 세상 삶을 완전히 벗어나서 '허황되게 보이는 이야기'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적당히 알려져 있으면서도 적당히 독창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고, 언어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다. 심지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시각 언어도(예컨대 영화도) 결국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해를 주고 받기 위해서 존재한다. '고독한 예술혼'이라는 말도 있지만, 완벽히 혼자서만 보려고 존재하는 예술도, 언어도 의미가 없다. 하물며 애초부터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만든 영화나 글은 당연히 대중적이어야 한다. 아무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도 타인에게 전달되지 않고 이해받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생겨나지 않는다.
나에게, '세상에 할 말'이 있었던가? 그렇다. 오랫 동안 인지하지 못했지만, 할 말이 있었다. 예컨대, 나는 학부 20대 이후로 언제나 글을 써 왔다. 선교 단체에서 종교적인 글도 썼고, 학교를 열심히 다니며 레포트도 많이 써 봤다(남들이 10쪽을 내면 나는 40여 쪽을 써서 내곤 했다). 계속 실패했지만 블로그를 대여섯 번이나 운영해 보았다. 직장 다닐 때나, 혼자서 일할 때, 심지어는 백수로 지낼 때도 뭔가 계속 쓰고 있었다. 특히, 해결중심모델을 배운 후로는 초인적인 힘으로 쪽글 수천 개를 기록해 왔다.
아울러, 나는 말이 참 많은 사람이다. 물론, 오랫 동안 나는 그냥 말이 많을 뿐이지, '세상에 할 말'이 많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그러니까, 내가 평소 하는 말에 나 자신이 그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던 셈이다. 심지어, 나는 내가 말이 많아서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세상에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돕는 일'에 대해서, '인간이 가진 문제나 약점보다는 강점과 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에 대해서, '감정과 관계'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참담한 일을 겪은 후, 세상에 다시 나와서 뭔가 할 말을 쏟아내고 사람들과 더불어 소통해 온 기억이 새롭다. 이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을 타인과 나누고 싶어서 글쓰기 교실을 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세상에는 하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기에 내가 글을 잘 쓴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다. (어쩌면 '대략 술술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 정도로는 소개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내 세계를 글로써 발견하고 만들어 왔듯이, 자기 세계를 정리하면서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이제까지 일해 오면서 주로 타인에게 초점을 맞추었는데요, 이제는 저 자신에게 오롯이 관심을 집중시켜 보고 싶었어요", "초보 리더로서 제가 가진 생각을 좀 더 조리있게 세상에 펼쳐 보고 싶어졌어요." 이재원의 실용 글쓰기 교실 첫 시간에 학생들께서 나누어 주신 말씀 중 일부다. 아직 자신이 가진 '세상에 할 말'이 뭔지 완벽하게 인식하지는 못하고 계시는 느낌이다. 그러나 분명히 느껴진다.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계신다고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이제부터 조금씩 세워 나가실 거라는 사실. 조만간 할 말을 손에 쥐실 거라는 사실.
<참고>
'이재원의 실용 글쓰기 교실'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본 클래스는 약 5개월 과정으로서, 기본적으로 단락 쓰기(단락 전개 방법)을 배우면서, 자신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글로써 기록해 나가는 수업입니다. 업무용 글쓰기나 지나치게 어려운 추상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소소한 생활 속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재미있게 쓰는 방법을 배웁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세계를 드러낼 수 있는 분만 받습니다. 꾸준히 성실하게 참여하면서 과제를 제대로 제출하고 나눌 분만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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