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치-01 2020. 1. 2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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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비참하셨겠어요.”

남편이 잘못한 걸, 건건이 수첩에 적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 딴소리, 헛소리(?) 할 때마다 그 수첩을 꺼낸다고 한다.

그녀의 말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말했다:

“비, 비참하셨겠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라고 생각하셨겠어요.”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니, 이미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혼만은 안된다고 말했던 엄마도, 이젠 이혼하래요. 그렇게 비참하게 살 바에는 그냥 이혼하라고요.”

“아니, 제 3자이면서 남자인 저도 비참한기분을 감지하는데, 본인은 오죽하시겠어요. 그래요. 정말 비참하셨을 거 같아요.”

“남편 분은 이 말씀에 대해서 혹시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혹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저를 옭죄려고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솔직히, 지금 처음 알았어요. 비참하게 느낀다는 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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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편의 말을 믿는다. 아직 어린 남편이다. 결혼도 처음, 이런 갈등도 처음이다. 본인도 다른 이유로 비참할 터, 아직은 자기 마음만 보이니, 아내의 심정을 까맣게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한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단다. 이마저도 이해가 된다. 그동안 신뢰가 처절하게 깨져 왔으니,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남편도 그럴 줄(진정성을 못 느낄 줄) 예상했다고 한다. (에고... 몹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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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두 분은, 정말로 이혼할 생각이라고 말씀하고 계시지만, 솔직히... 저는... 아직은 포기가 안되네요. 정말로 이혼하고 싶기만 했다면, 그냥 이혼하시지 오늘 여기는 왜 오셨어요? 힘들지만, 괴롭지만, 화가 나고 억울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서는 잘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요? 그래서 오신 거 아닌가요? 어쨌든, 저는 아직은 포기가 안되니,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해 보아요. 네? 다음 주에도 여기서 뵙겠습니다. 꼭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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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링크(아직도 안 적으셨다면? 클릭!) 

https://empowering.tistory.com/guestbook 

연락처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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