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치-01 2023. 5. 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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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이와 호불호

글쓴이: 이재원(2023)

“선생님 말투가 특이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교육에서 수업이 끝나고 소감을 듣는 시간에 이런 말을 들었다. 특이. 어릴 때부터 참 많이 듣는 단어. 저 말씀을 주신 학생 분에게 나를 놀리거나 모욕하실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안다. 하지만 나는 잠시 흔들렸다. 솔직히,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아마도, 내가 강의할 때 목소리를 좋게 들리도록 만들지 않아서 그리 말씀하셨으리라. 왜 있잖나. (특히 직장에서) 전화 받을 때 만드는 비즈니스 톤. 음으로 치면, 바로 그 '솔'. 사회복지사라면 더욱 더 신경을 쓸 만한 하다. 누굴 만나든 친절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헌데, 나는 목소리를 '좋게 보이도록' 만들지 않는다. '솔' 음을 내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코맹맹이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감정도 쉽게 드러내는 편이고, 말을 할 때 비속어도 종종 섞어 쓴다. 그래서 때로는 '원석 같다'는 말도 듣고, 때로는 '거칠다'는 말도 듣는다.

한국 문화에서 '특이하다'는 말은 '낯설다'는 뜻이고, '평범하지 않다'는 뜻이다. 아무리 좋게 들으려고 해도, '아주 긍정적인 뉘앙스'라고 보긴 어렵다. 나는 이 말에서 '배제하려는 힘'을 느낀다. 내가 '보통 사람들'에 끼기 어렵겠다는 좌절감도 느낀다. 그래서 두렵다.

내가 그렇게 특이한가?

꼬마 때부터 '특이하다'는 말을 듣고 살았기에 나는 내가 정말로 많이 다른 줄 알았다. 그런데 30대 후반에 미국에서 두 달 동안 살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보니 나는 전혀 특이하지 않았다. 어떤 면으로 보나,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 뭐랄까, 조금 허탈했다.

사람들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내가 정말로 특이하고 거칠며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한국 문화와 완전히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보니, 내가 한국에서 느꼈던 소외감이 얼마나 하찮고 미세한 느낌에 불과했는지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특이’라는 (붙이는 쪽에서는 별 생각 없이 붙였겠지만 어쨌든) 부정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는 꼬리표를 너무나도 쉽게 붙이는 우리 습성은 얼마나 경솔한가. 어쩌면 허상에 가까운 '상식적 기준'에서 단 1mm라도 벗어나면 이렇게 두려워 하다니.

"글쎄요, 그분~ 호불호가 갈려서요."

또 다른 기회에 또 다른 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말도 들었다. 호불호. 대화 주제와 상관없이 '호불호' 단어에 한동안 꽂혔다. 그리고 내 마음을 흔든 단어 '특이'와 '호불호'를 두뇌 속 폴더 하나에 넣어 두고 여기저기 일하러 다니면서 틈이 날 때마다 생각했다.

까놓고 물어보자. 세상에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다.) 누구나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그렇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모두 좋아할까? (아니다.) 나는 사람들을 모두 좋아하나? (아니다.) 싫어하면 죄인가? (아니다.) 싫어하면 안 되나? (아니다.)

언젠가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앳된 아가씨가 우리 일행 테이블 가까이 걸어와서 무릎을 꿇고 미소를 지으며 주문을 받았다. 아주 예쁜 사람이었다. 헌데, 미소가 이상했다. 억지로 지은 느낌이 짙었다. 일 하느라 지은 미소. 노력은 가상하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아, 독자께서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그러니 공격적으로 말하자는 뜻이 아니다.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삿말, 비즈니스 미소, 일부러 만들어 내는 '솔'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내서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

나는 다만, '상대를(사람들을, 다수를) 불편하게 만들면 절대로 안 된다고 믿고 때때로 강요하는' 지나친 관계주의 문화에 매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조금 특이하게 보이면 어떠랴, 조금 이상하게 보이면 어떠랴, 나를 좀 싫어하면 어떠랴, 내 방식대로 살아도 괜찮다.

남과는 조금 다른 방식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면 안 될까? 남들 다 커피 마시는데, 혼자 페퍼민트 마셔도, 바쁘다며 눈총 쏘지 말고 그러려니 해 주면 안 될까? 각자 살고 싶은 대로 살도록 조금 놔 두면 안 될까? 살고 싶은 대로 살되, 다만 진심으로 살면 안 될까?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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