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582)

또치-01 2023. 9. 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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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582)

“저기 어때? 오늘 가 볼까?”
“그럴까? 반응이 없으면?”
“아냐, 반응이 올 거야.”
“오늘, 봄이에게 신세계가 열리는구나!”

붕붕이(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와요. 근데, 엄마랑 아빠가 대화를 나눠요. 날 데리고 또 어딜 가려나 봐요. 너무 어려운 말을 써서 전부 알아 듣진 못했어요. 그래도 느낄 수 있어요. 옷 가게? 장난감 가게? 어디 가요, 우리?

길가에 붕붕이를 세웠어요. 다 왔나 봐요. 물(비)이 와요. 우산을 쓰고 들어가요. 언니, 오빠(어른들)가 많아요. 뭐가 재밌는지 시끄럽게 이야기해요. 우리도 자리에 앉아요. 아빠가 웃어요. 엄마도 웃어요. 뭘 먹을 거래요.

“당신은 뭐 먹을래?”
“자장면 먹어야지. 봄이랑 함께 먹을게요.”
“난, 새우볶음밥!”
“봄아~ 자장면 먹자!”

음… 엄마가 왜 웃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자장면’이 뭘까요? 어떤 오빠(웨이터)가 우리에게 와요. 엄마가 자장면이랑 새우볶음밥을 달라고 웃으며 말해요. 오빠(웨이터)가 절 보고 빙긋 웃길래, 저도 따라서 웃었어요.

파랑색 아기 의자에 앉았어요. 조금 불편한데, 그냥 앉았어요. 이런 데 오면 여길 앉아야 한대요. ‘안전’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대요. 난 일어서서 놀고 싶은데… 그러면 아빠가 소리를 질러서 안 되겠어요.

“나왔다! 자장면!”
“잠깐만, 잠깐만~”
“봄아, 먹어 봐. 자장면이야.”
“먹, 먹네? (찰칵!)”

아빠가 사진을 찍으며 눈물(?)을 글썽여요. 맛이 어떠냐고 물어요. 맛이요? 글쎄요… 달아요. 조금 끈적한 국수인데, 달아요. 그래서 계속 먹어요. 엄마가 숟가락에 담아 줘서 먹어요. 달콤한 이 느낌… 너무 좋아요.

진짜로 집에 돌아오는 길, 아빠가 말해요. “봄아, 아빠는 자장면 속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자장면이 좋아. 우리 봄이도 자장면 좋지?” 국수 속에서 산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좋아요. 자장면, 저도 좋아요.

봄이가 처음으로 자장면 먹은 날,
2023년 9월 14일, 아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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