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거짓말했다
<권선미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5년 4월 6일, 일요일 (날씨: 가로등도 잠든 밤이 나에게 솔직해도 된다고 속삭인다)
(누가/무엇) 1. (나는)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다.
(내용/의미) 2. 우리 엄마는 늘 걱정을 품고 산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듣게 될 엄마의 뻔한 잔소리가 듣기 싫어 대충 둘러댄다.
(생각/감정) 3. 엄마에게든 누구에게든 솔직하고 싶다. 있는 그대로 대화하고 싶다.
<확장판>
제목: 엄마에게 거짓말했다
글쓴이: 권선미(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기획상담팀장, 2025)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5)
엄마에게 거짓말했다. 지난 설 연휴 윤하(딸) 친구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얼떨결에 일은 벌렸는데 엄마한테 어떻게 말해야할지 걱정이 컸다. 내 가정 꾸리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보니 대전에 있는 엄마는 일년에 겨우 네다섯 번 뵌다. 엄마가 서운하실 텐데. 추운 날씨에, 비싼 여행경비 들인다고 한 소리 하실텐데. 결국 회사 동료들과 직원연수로 제주도에 간다고 둘러댔다.
그렇게 완전범죄를 꿈꾸었는데, 여행 중에 갑자기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거짓말이 탄로났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친가와 멀리 지내셨던 엄마는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장례를 마치고 만난 엄마는 내게 말했다. "진짜 제주도를 갔다왔는지 아닌지 알 게 뭐야." 엄마만은 잘 속였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이런. 결국 뽀록날 거짓말에 마음이 타고, 무늬만 어른인 내 모습이 답답하다. 나이만 찼다고 어른이 아닌데. 너 언제 어른 될래?
뭣 모르던 시절,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결혼하면 집과 차도 뿅 생기는 줄 알았다. 물론, 이제 나는 먹고 살기 위해 고되게 노동하고, 새 생명을 품고 길러 내며 삶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안다. 노동의 고됨을 알고, 한 생명을 품고 길러내며 삶이 만만치 않음을 이제는 안다. 그러나 관계를 맺는 방식은 인이 배겨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최근에 사소한 일로 딸에게 거짓말했다. 아차차. 잠시 망설이다 고백했다. “윤하야, 엄마가 솔직하지 못했어. 미안해.” 그렇게 내 삶에 의미 있는 균열을 낸다. 솔직한 내가 한 스푼 더 매력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아주 잘 쓰셨습니다. 세 줄 일기를 읽으면서, 우리 모두 궁금했습니다. '이 모녀지간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꼬?' 라고요. 아직도 충분히 다 표현하지는 못하신 듯하지만, 단 세 줄로 꺼내신 이야기 줄기를 세 단락으로 근사하게 확장하셨습니다. '거짓말'로 시작해서 '어른'으로 끝내셨지요? 실제 벌어진 이야기를 진솔하게 기술하시면서 마음 속으로 깊이 새기신 의미를 부여하니, 글이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솔직하고, 쉽고, 깊습니다.)
2. 글 속에 군더더기가 안 보여서 참 좋습니다. '군더더기'가 뭘까요? 쓸데 없이 반복되는 내용, 쯤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혹은, 똑같은 내용을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하면(그래서 길어지면), 독자는 군더더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는 군살이 거의 없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세 단락 길이에 딱 맞게 내용을 채우셨으니까요. 그래서 간결해 보이지만, 내용이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3. 문장은 거의 고치지 않았습니다만, 세 번째 단락에서 '의'를 쓰신 문장은 의도적으로 고쳤습니다. 우리말은 동사로 풀어써야 합니다. 그래야 생기가 돕니다. '노동의 고됨' 이 명사구는 원래 어엿한 문장('노동은 고되다')이었답니다. 그런데 문장 끝에 'ㅁ'을 붙여서 억지로 명사구로 만들었습니다. 비유컨대, 명사는 스틸 사진이고 동사는 동영상입니다. 그래서 바꾸었습니다. 앞으로 수업 시간에 좀 더 자세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권선미 사회복지사 피드백>
솔직하게, 깊이 있게, 구체적으로 담기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생각하며 여러 번 다듬었는데도,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주시니 새롭게 보입니다. 낯선 언어를 접한 듯, 어색하기도 합니다. 우리 말은 동사로 쓰기! 내 이야기가 생동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낯선 언어'라, 충분히 그리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음, 그냥 실용적으로 생각하시지요. 언어는 정답이 없고, 그래서 강요할 수 없어요. 듣기에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들리는 언어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스스로 느껴보시고, 스스로 비교해 보시고, 스스로 선택하시지요. 응원합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권선미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권선미 선생님께서는 인천사협 '성숙을 담는 글쓰기' 클래스(제 3기)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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