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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8. 2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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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선생, 세 줄 일기

     

    2024년 8월 21일 수요일. (날씨: 낮에 비.)

     

    (누가/무엇) 1. 오늘도 딸과 함께 다이소에 다녀왔다.

    (내용/의미) 2. 뽀로로 스티커북과 풍선을 샀다. 합쳐서 4천원.

    (감정/생각) 3. 열흘이면 4만원이다. 딸아, 이제 고만 가자. 하하.


    글을 잘 쓰려면, 일단 뭐라도 써야 한다. 하지만 두렵다. 시간도 없다. 그래서 결국 안 쓴다. 그러면 못 쓴다. 영영 잘 쓸 수가 없다. 두려운 이유는?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게 써도 된다면? 그리 잘 쓰지 않아도 된다면? 그냥 딱 세 줄만 써 보자. 오늘 겪은 일 중에서 하나만 골라서, 깊게 느껴 보고 생각해 보고, 미리 정해진 틀 위에 살짜쿵 얹어 보자.

     

    세 줄 일기, 어떻게 쓰나?

     

    (1줄) 누가 무엇을 했다

     

    단박에 글 방향을 소개해야 하므로, 첫 번째 줄이 가장 중요하다. 큰 사건이나 다양한 사건을 다룰 순 없다. 작은 사건으로 하나만 골라서, '누가 무엇을 했다' 라고 쓴다. 일기는 내가 주인공이니 주어는 생략한다. 내용을 전개할 때 필요하다면 장소와 시간도 적는다.

     

    (2줄) 구체적인 내용/의미

     

    첫 번째 줄에서 쓴 사건 내용을 조금만 더 자세하게 쓴다. 자세하게 쓰려면, '눈에 보이는듯' 쓰면 된다. 혹시 사건 자체가 작고 간단해서 자세하게 쓸 내용이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면, 해당 사건이 글쓴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고 한 마디로 정리해서 적는다.

     

    (3줄) 감정/생각을 한 마디로 쓴다

     

    세 번째 줄을 가장 먼저 쓴다. 세 번째 줄은 글 순서상 가장 뒤에 나오지만, 실제로는 글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살면서 '어? 이거 뭐지?' 라고 생각이 떠올라야 글을 쓰고 싶어진다. 글감을 보면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뚜렷하게 잡아 보라.


    민경재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8월 22일 목요일. 날씨 : 흐림, 오락가락 비.

     

    (초고)

     

    (누가/무엇) 1. 선재가 꽃을 들고 내 눈앞에 나타났다.

    (내용/의미) 2. 선재는 복지관에서 사회복무를 마치고 사회생활 하느라 바쁘다.

    (감정/생각) 3. 내 인사발령 소식을 듣고 이렇게 오다니, 감동이다! 내가 복이 많다.

     

    (수정본)

     

    (누가/무엇) 1. 선재가 꽃을 들고 내 눈앞에 나타났다.

    (내용/의미) 2. 선재는 복지관에서 사회복무를 마치고 사회생활 하느라 바쁘다.

    (감정/생각) 3. 내가 다른 기관으로 옮겨왔다는 소식을 듣고 오다니, 참 고맙다!

     

    (피드백) 

     

    1. 감동이다: 감동받았다 / 무척 고맙다. ('이다'를 없애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런데, '영광이다', '감동이다' 요런 표현은 너무 많이 써서 고치기가 어렵긴 해요. 정답은 없으니, 함께 고민해 봅시다.)

    2. 되도록 사람을 주어로 쓰려고 노력하셔서 참 보기 좋습니다.

    3. 내 인사발령 소식을 듣고: 내가 다른 기관으로 옮겨 왔다는 소식을 듣고. ('내'는 원래 '나의'였겠죠. '내가 인사발령 받은 소식을 듣고'를 '내 인사발령 소식을 듣고'로 표현하셨어요. 역시, 한자어를 많이 쓰면 문장을 압축하게 되고, 문장을 압축하다 보면 덜 우리말스럽게 쓰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 길어지더라도 풀어쓴다면, '내가 다른 기관으로 옮겨왔다는 소식을 듣고'로 고칠 수 있겠습니다.) 

     

    (최종 평가) 

     

    내가 간단하게 세 줄로 일기 쓰는 방법을 보여 드렸더니, 똘똘한 학생께서 곧바로 세 줄을 써 내셨다. 오래 일해 온 기관을 떠나 새로운 기관에 센터장으로 자리를 잡으셨는데, 예전 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한 청년이 꽃을 들고 찾아온 이야기를 꺼내셨다. 선재 씨가 들고 온 꽃다발은, 두 분 사이에 피어난 존경과 신뢰였으리라. 역시, 리더십은 관계로 증명된다.


    이정화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초고)

     

    (누가/무엇) 1. 노인일자리팀이 2주일동안 지도점검 준비를 했다.

    (내용/의미) 2. 걸리는게 2가지 있다. 첫째, 인지강화사업단 활동 확인 둘째, 노인시설도우미 활동 확인이다. 어르신들이 활동시간 인지력이 많이 떨어져 다른 대답을 하실까 걱정된다.

    (감정/생각) 3. 그래도 무사히 잘 넘어가길 바란다. 오늘.

     

    (수정본)

     

    (누가/무엇) 1. 노인일자리팀이 2주일 동안 지도점검을 받을 준비했다.

    (내용/의미) 2. 어르신들은 활동시간 인지력이 많이 떨어져 사실과 다르게 답하실까봐 걱정스럽다.

    (감정/생각) 3. 그래도 무사히 잘 넘어가길 바란다. 오늘.

     

    (피드백)

     

    1. 세 줄 일기를 쓰실 때는 되도록 세부적인 사항은 쓰지 마세요. '첫째, ... 둘째, ...' 이렇게 나가시면 너무 길어져요.

    2. 다른 대답: '사실과 다르게 답하실까봐'라고 고쳤습니다.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세요.

    3. 세 번째 줄이 특히 좋습니다. 역시 이정화 샘은 글발 짱!

     

    (최종 평가) 

     

    이정화 선생님은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분. 민경재 사회복지사께서 쓰신 세 줄 일기를 읽고 영감을 받으셨는지, 후루룩 세 줄을 써 내셨다. 오늘, 업무 중에 중요한 일을 소재로 삼으셨는데, 단 두 줄로 살얼음판 현실을 잘 요약하셨다.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신 하루'가 진짜로 잘 지나갔는지 갑자기 궁금하다. 글이 좋다고 칭찬 드리고, 가르칠 때 써도 되냐고 여쭈었는데 '좋다'고 답해주셨다.


    강진구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초고)

     

    (누가/무엇) 1. 진구는 평가가 끝나고 오랜만에 휴가다. 아내는 출근했고 아이들은 등교했다.

    (내용/의미) 2. 하지만 아침 7시에 일어나 엄청나게 많은 가족의류, 수건 세탁 및 건조, 어제 잔치를 열었나 싶은 설거지, 방바닥에 텍사스 황무지에서나 굴러다니는 먼지공들을 청소하니 지금 이시간이다.

    (감정/생각) 3. 나 휴가라고 아내가 꺼내놓은 이불빨래를 보며 진구는 생각한다. '아..이제라도 출근할까?'

     

    (수정본)

     

    (누가/무엇) 1. 평가가 끝나고 진구는 오랜만에 집에서 혼자 휴가를 즐긴다.

    (내용/의미) 2. 하지만 오전 내내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겆이해야 했다.

    (감정/생각) 3. 아내가 시킨 이불 빨래를 보며 진구는 생각한다. '아... 이제라도 출근할까?'

     

    (피드백)

     

    1. '진구는 휴가다'보다는 '진구는 휴가를 즐긴다'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2. 세 줄 일기를 쓰실 때는 되도록 세부 사항은 쓰지 마세요. 너무 길어집니다. 요약을 잘 하셔야 해요.

    3. 마지막 대목이 기가 막히게 좋네요. 딱 강진구스럽습니다. (밝고 유머러스합니다.)

     

    (최종 평가) 

     

    강진구 선생님은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분. 역시, 민경재 사회복지사께서 쓰신 세 줄 일기를 읽고 영감을 받으셨나 보다. 후루룩 세 줄을 써 내셨다. 그러니까, 강진구 사회복지사께서는 세 번째 줄을 쓰기 위해서 앞 두 줄을 쓰셨다. 본인 의도대로 빌드업이 잘 되어서, 마지막 대목이 특히 더 유머러스하다. 그리고 이야기가 보편적이어서 이 이야기를 읽는 누구라도 쉽게 공감하리라. 잘 쓰셨다!


    김동권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초고)

     

    (누가/무엇) 1. 우리팀 막내 직원은 나만 보면 안절부절 못하는데, 오늘은 유독 심해보였다.

    (내용/의미) 2. 관계를 개선해 보고자 농담을 건냈더니 막내 직원의 동공에 지진이 발생했다.

    (감정/생각) 3. 확실히 팀장은 외로운 자리다.

     

    (수정본)

     

    (누가/무엇) 1. 우리팀 막내 직원은 나만 보면 안절부절 못하는데, 오늘은 유독 심해 보였다.

    (내용/의미) 2. 편하게 풀어주려고 농담을 건냈더니, 막내 직원 눈빛이 더욱 흔들렸다.

    (감정/생각) 3. 획실히, 팀장은 외롭다.

     

    (피드백) 

     

    1. 우와~ 아주 잘 쓰셨어요. 특히, 첫 줄이 정말 좋습니다.

    2. 한자어(관계 개선, 동공, 지진)를 줄이시면 좋겠어요.

    3. 자리(이)다: 되도록, 문장을 '이다'로 끝내지 마세요.

     

    (최종 평가) 

     

    김동권 선생님은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가장 진지하고 점잖으신 분. 사실 내면에는 엄청나게 에너지가 많은 분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서 무척 친근하다. 그냥 두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잘 포착하셨다. 글을 잘 쓰려면 작은 변화도 민감하게 느끼고 그냥 넘기지 않는 태도를 익혀야 한다. 영감은 어디나 있다. 하지만 적절하게 포착하는 사람은 드물게 있다. (칭찬!)


    김솔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누가/무엇) 1. 복지부 평가가 잘 끝났다. 그날 저녁 가족들과 치킨파티를 했다.

    (내용/의미) 2. 둘째 딸이 "아빠 이제 야근 안해도 되죠? " 질문하는데 많이 미안했다.

    (감정/생각) 3. 복지관 상반기 평가가 월요일이라 야근은 계속된다. "다슬아 월요일에 평가 끝나면 야근 안 할께."

     

    (수정본)

     

    (누가/무엇) 1. 복지부 평가가 잘 끝났다. 저녁에 가족과 치킨 파티를 열었다.

    (내용/의미) 2. 둘째 딸이 물었다. "아빠, 이제 야근 안 해도 되죠?"

    (감정/생각) 3. 미안하지만, 복지관 평가 때문에 며칠 더 야근해야 한단다. 에효.

     

    (피드백)

     

    1. 에고, 따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지네요.

    2. 세 줄 일기에 꼭 세 문장만 쓸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구체적으로 쓰면 너무 길어집니다.

    3. 세 줄 일기를 연습하면, '요약'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이재원 선생, 세 줄 일기

     

    2024년 8월 24일 토요일. 날씨: 오락가락 비.

     

    (누가/무엇) 1. 아내가 예뻐서 샀다면서 꽃무늬 슬리퍼와 발매트를 내밀었다.

    (내용/의미) 2. 새벽에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보니까 내 발에서 꽃이 핀 듯했다.

    (감정/생각) 3. 당신 말이 맞네. 잠깐 봤는데 마음이 밝아졌어. 밝게 살자, 우리.


    이재원 선생, 세 줄 일기

     

    2024년 8월 26일 월요일. 날씨: 흐림.

     

    (누가/무엇) 1. '지나갈게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누가 휙 앞질러 간다.

    (내용/의미) 2. '흥, 지나가시든지!' 입을 삐죽대다가 깜짝 놀랐다. 저 분, 한 쪽 다리가 없다.

    (감정/생각) 3. 역시, 자전거는 다리가 아니라 심장으로 탄다. 으쌰! 나도 힘 내자.

     

    (이재원 생각)

     

    자기-돌봄 활동으로, 매주 3회씩 오전에 자전거를 탄다. 한 번에 35km 정도 타는데, 나이가 먹으니 체력이 떨어지고 몸도 점점 굳어서 힘들다. 오늘도 잠실철교에서 시작해서 동작대교 직전 언덕에서 허덕였는데, 누가 앞질러 가서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는 찰나, 정말로 깜짝 놀랐다.

     

    '지나갈게요!' 밝게 외치며 앞질러 가신 분을 바라보니, 한 쪽 다리가 안 보였다. 안장에 특수한 장치를 덧대서 상체 균형을 잡으시고, 오로지 왼쪽 다리 힘으로만 자전거를 타셨다. '우와~ 대단하시네!' 나도 모르게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낮은 언덕에서도 힘들어하는 나를 반성했다.

     

    이 이야기를 세 줄 일기로 정리해서 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세 줄로 쓰려면 결국 중요한 장면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선택했다: (1) 누가 나를 휙 지나갔다. (2) 저 분, 한 쪽 다리가 없다. (3) 힘들어도 좀 더 참고 견디자. 구구절절 설명하면 안 된다. 독자가 알아서 잘 읽으리라.


    세 줄 일기를 좀 더 쉽게 쓰려면?

     

    (1) 작은 글감을 포착해야 한다.

     

    세 줄 일기는 짧게 써야 한다. 세 줄 안에 모든 내용을 담아야 하므로, 애초에 작은 글감을 선택해야 한다. '작은 글감'이란, 내용이 충분히 구체적이어서 듣자마자 '마음이 그림이 그려지는' 글감을 뜻한다. 예컨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한 쪽 다리로만 자전거 페달을 굴리는 사람을 보았다'는 작은 글감이다. 반면에, '운동한다'는 어떨까? 대체로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2) 글감을 적절하게 쪼개야 한다.

     

    그런데 굳이 '운동한다'를 세 줄로 쓰고 싶다면 어떨까? '운동하다'는 너무 크므로, 쪼개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운동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실행하는가?' 간단하게, 육상 종목과 수상 종목, 그리고 동계 종목으로 나눌 수 있겠다. 이 중에서 육상 종목을 고른다고 치자. 그러면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로 나눌 수 있고, 장거리 중에서도 10km 마라톤을 떠올릴 수 있겠다. 어떤가? 이젠 그림이 그려진다!

     

    (3) 덜 중요한 내용은 건너 뛰어야 한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한 쪽 다리로만 자전거 페달을 굴리는 사람을 보았다'로 세 줄 글을 쓴다고 치자. 분량 제한이 없다면, 어떻게 하다가 자전거를 타게 되었는지부터 썰을 풀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조건 세 줄 안에 써야 하므로 배경 이야기는 거의 모두 생략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사건에서 시작해야 한다. 내용이 이어져야겠지만, 모든 세부 사항을 전부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독자는 능히 이해할 수 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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