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녀 씨는 퍼프를 마구 두드렸다
Nomad(구리지역자활센터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날씨: 쌀쌀한 공기, 독감주사 맞은 듯한 내 몸
(누가/무엇) 1. 출근길 내 차 앞에 별녀 차가 보인다.
(내용/의미) 2. 별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얼굴에 퍼프를 마구 두드린다
(생각/감정) 3. 에고, 오늘도 두 아이 챙기느라 바빴구나? 나도 응원할게.
<이재원 선생 피드백>
글을 잘 쓰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렵고 복잡하게 말하지 말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요런 내용으로, 요렇게 쓰세요,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사례는 사례일 뿐이고, 요령은 요령일 뿐입니다. 토끼 한 마리를 잡는 방법으론 한 마리만 잡을 수 있습니다. 백 마리를 잡으려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특수와 보편.
인간은 소통하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글쓰기는 거의 언제나 상대가 존재하는 파트너 게임입니다. 인간은 독자에게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그에게서 피드백을 들으려고 글을 씁니다. 독자와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지 않으면, 상호 피드백이 없다면, 글쓰기는 의미를 상실합니다. 그러니 독자가 읽지 않는 글은 사실상 죽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만큼 글쓰기에서 독자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나는 독자가 아니고, 독자도 내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존재입니다. 내가 아는 바와 내가 느끼는 바를 그는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가 알 만한 이야기를 꺼내야 합니다. 나도 알고 독자도 아는 이야기를 써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보편적 이야기'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우리 모두에겐 엄마가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 이야기를 쓰면, 독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도 알고 독자도 아는 이야기는 어쩌면 뻔하고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속속들이 다 아는 내용에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자가 알 만한 이야기에 뭔가 새로운 요소를 집어 넣어야 합니다. 보편적인 이야기 등에 '나만의 사연'을 입혀야 합니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내용에 너는 모르고 나만 아는 요소를 넣으면,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출근 길에 도로 위에서 별녀 씨를 만났습니다. 글쓴이는 별녀 씨가 퍼프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상황을 바로 이해했습니다. 별녀 씨는 워킹맘으로서 두 아이를 챙기고 출근했으니, 당연히 자신을 돌볼 시간이 부족했겠지요. 그래서 운전대를 잡은 채 퍼프를 두드리며 화장했겠지요. 사실, 모든 워킹맘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글쓴이도 별녀 씨처럼 살아왔을 테니까요.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였다면, 이는 아마도 글쓴이가 보편(워킹맘 일상)과 특수(구리지역자활센터에서 일하는 별녀 씨 상황)를 맛있게 버무렸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글은 이렇게 써야 합니다. 나만 아는 이야기도 안 되고, 독자만 아는 이야기도 안 됩니다. 나도 알고 독자도 알 법한 이야기를 골라야 합니다. 나도 살펴보고 독자도 돌아봐야 이런 이야기를 고를 수 있습니다.
<Nomad, 또 다른 세 줄 일기>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날씨: 해맑고 따듯한 봄날같은 날씨
(누가/무엇) 1. 느티나무사협 동네한바퀴 동아리에서 안동에 나들이 갔다.
(내용/의미) 2. 부용대, 하회마을, 병산서원 등을 돌아보며 바삐 하루를 보냈다.
(생각/감정) 3.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다웠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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