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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번째 '세 줄 일기 워크샵', 후기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10. 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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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유나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날씨: 하늘 하늘 맑다

    (누가/무엇) 1.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내 책상에 하트 색종이를 붙여주었다.
    (내용/의미) 2. 내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 됐나?
    (생각/감정) 3. 행복하고 따뜻하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정말 잘 쓰셨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의미를 잘 붙잡으셨어요. 아이들이 붙인 색종이는 몇 개 안 되지만,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 마음에 진짜 하트가 수없이 많이 붙었으리라 확신합니다. 학교에서 교육복지사로 일하시는데, 최유나 선생님께서 이렇게 행복하시면 아이들도 행복할 듯하여 참 보기 좋고 흐뭇합니다.

    2. 만약에 이 작품을 조금 늘려서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요? 아이들을 처음 만난 이야기, 아이들과 조금씩 신뢰를 쌓은 이야기,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이야기 등을 구체적인 에피소드에 얹어서 생생하게 쓸 수 있겠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관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가려 뽑으셔서 적절하게 배치하시면 좋겠지요?

    3. 세 줄 일기 워크샵 참여 신청서에 이렇게 쓰셨더군요. "아이들을 만나는 귀한 일을 글로 잘 담아 내고 싶습니다." 문장은 짧지만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충분히 느낄 수 있네요. 너무 욕심은 품지 마시고, 그냥 선생님 마음 속에 쌓이는 소중한 이야기를, 세 줄 일기로 하나씩 쉽고 즐겁게 풀어 내시면서, 글쓰기 습관부터 붙여 보세요. 응원합니다.

    <세 줄 일기 워크샵 참가 소감>

     

    최유나 사회복지사: "쉽게 설명해 주셨고,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어요. 좋은 글은 길게 써야 한다, 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아울러, 세 줄 일기를 쓰면서 제 삶을 붙잡고 생활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매달 교육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습니다." 


    박정은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15일 화요일, 날씨: 붓을 씻어낸 물처럼 흐린 하늘과 낙엽이 녹아내리는 비

    (누가/무엇) 1. 가족과 함께 아파트 야시장에서 저녁도 먹고 게임도 했다.
    (내용/의미) 2. 한강 작가님은 노벨문학상을. 나는 총쏘기로 인형을 탔다.
    (생각/감정) 3. 얘들아, 어때? 엄마 잘했지? (으쓱)


    <이재원 선생 피드백>

    무척 잘 쓰셨어요. 날이 잘 드는 가위로 색종이를 잘라서 예쁘게 별을 만들듯, 작은 이야기를 세 줄로 정확하게 잘라내서 곱게 글을 쓰셨습니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하지요? 우선, 어떤 피사체를 찍을지 고릅니다. 그리고 어디까지 네모 프레임 안에 넣을지 결정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이 단계까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실행합니다만, 사실 피사체를 선택해서 프레임 안에 집어 넣는 행위가 가장 중요합니다. 최종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결과물을 확인하는 절차일 뿐, 찍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찍을지 결정하는 선택 과정이 바로 사진이니까요.

    생각해 보세요. 사진 찍기 전에 주변을 둘러 보면 무엇이 보일까요? (당연하게도) 네모 프레임 안에 집어 넣고 초점을 맞춘 피사체 외에도 수많은 사람, 수많은 사물이 보이겠지요? 그런데 나는 다른 모든 사람과 사물을 물리치고, 대단히 작은 한 점을 콕 찍어서 선택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인화한 사진에는 이런 표시가 문자로 찍혀 나오진 않습니다만, 시각적인 언어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 이걸 찍었구나." 라고요.

    글을 쓸 떄도 똑같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우리가 생각하면서 글감을 선택하는 행위가, 실제로 글자로 기록해서 결과물을 완성하는 행위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글쓰기는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아무렇게나 줄줄줄 뽑아내서 펼치는 작업이 아닙니다. 생각을 종이에 비유한다면, 내가 기록하고 싶은 지점을 분명하게 선택한 후에, 날이 잘 드는 가위로 정확하게 잘라내어서 아귀가 맞게 이어붙이는 행위입니다.

    박정은 선생님께서 쓰신 이 짧은 글은, 초점이 분명합니다. 이야기가 작고 소박하지만, 표현도 별로 꾸미지 않으셨지만, 어디서 줏어 들은 멋진 표현을 짜깁기해서 번지르르하게 쓴 글이나,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마음에 떠오르는 온갖 이야기를 일단 써 보자 식으로 쓴 글보다 최소한 몇 배는 더 낫습니다. 글쓴이가 스스로 무엇을 쓰고 싶은지 확실하게 정했고, 쓰면서도 본인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아셨으니까요.

    <세 줄 일기 워크샵 참가 소감>

     

    박정은 사회복지사: "지금부터 소감을 말하면 되나요? 사실, 저는 이렇게 세 줄 일기를 쓰기 힘든 사람이었거든요. 예전에는 무척 장황하게 글을 썼어요. 그런데 세 줄 일기를 배우고 써 보니까, 군더더기를 없애고 중심을 잡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저는 오늘 이렇게 글쓰기 실습을 할지 모르고 편안하게 들어와서, 글을 쓰라고 하셔서 조금 어려웠는데,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따라가다 보니까 세 편이나 완성했네요. 앞으로 세 줄 일기로 핵심을 잡고 두 단락으로 늘려 쓸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알차게 수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주희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3일 목요일. 날씨: 장군처럼 우렁찬 구름 가득

    (누가/무엇) 1. 쉬는 날 침대에 누워있는데 발 끝에 고양이가 있었다.
    (내용/의미) 2. 몸을 일으켜 인사하려고 보니 두 마리가 사이가 참 좋다.
    (생각/감정) 3. 고양이도 짝이 있는데... 괜히 더 외로워졌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우와~ 아주 잘 쓰셨습니다. 세 줄 일기 형식을 지금 아주 잠깐 배우셨는데, 어쩌면 이렇게 잘 이해하고 멋지게 소화하셨을까요? 제가 좋게 느낀 부분을 세 가지로 나누어서 칭찬하겠습니다.

    (칭찬 #1)

    날씨를 장군에 비유해서 무척 생생하게 잘 표현하셨습니다. '~처럼' 혹은 '~같이'는, 대상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쉬운 방법입니다(직유법). 세 줄 일기 본문은 내가 경험한 사건을 핵심만 제시해야 합니다. 본문에 비유를 쓰면 근사하고 멋지겠지만 뜻이 다소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날씨를 표현할 때 비유를 적절하게 쓰시면 좋겠다, 고 가르쳐 드렸는데, 아주 잘 소화하셨습니다.

    (칭찬 #2)

    사건을 잘 쪼개어 쓰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선택하신 키워드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쉬는 날 - 침대 - 고양이 두 마리 - 사이가 좋았다 - 외로웠다] 문장을 전부 읽지 않고 이 키워드만 읽어도 이야기가 부드럽게 이어지고 마음 속에 그림이 쫘악 그려집니다. 따지고 보면 글은 생각 조각을 이어 붙인 '누더기'랍니다. 하지만 이 글처럼 잘 쓴 글은, 원래부터 그냥 한 몸이었던 듯, 매끈하게 이어집니다.

    (칭찬 #3)

    이야기 빈 공간을 잘 설계하셨습니다. 우리가 겪은 사건 중에서 특정한 부분을 골라서 이어 붙여 글로 써내면, 선택하지 않은 부분은 언어 뒤편으로 물러나서 투명한 맥락이 됩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요. 예컨대, 선생님께서 고양이 두 마리와 맺어오신 역사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글만 읽지만, 고양이 두 마리가 선생님 발가락에 옮겨 놓았을 뜨뜻한 체온을, 독자도 슬쩍 느낀답니다.

     

    덧붙임: 하루라도 빨리, 고양이와 선생님 사이에 흐뭇하게 끼어들, 사랑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세 줄 일기 워크샵 참가 소감>

    장주희 사회복지사: "민경재 센터장님 소개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내용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쉽고 간결하게 핵심만 가르쳐 주셔서 바로 실천할 수 있었서 좋았습니다. 배운 내용을 토대로 글쓰기, 꾸준히 연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 줄 일기 워크샵 추천 소감>

    민경재 사회복지사(추천자): "장주희 선생님은 제가 아끼는 후배예요. 일하는 모습이 참 예쁘답니다. 최근에 동료들과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한다는데, 선생님에게 배워서 더 단단해지길 바랐습니다. 선생님은 사회복지사에게 글쓰기 자신감을 즐겁게 심어 주시잖아요."


    차정숙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날씨: (날씨 표현 너무 어려워요, 이런)

    (누가/무엇) 1. 오랜만에 두 가족 여섯 명이 청주까지 나들이를 다녀왔다.
    (내용/의미) 2. 그런데 열둘, 열셋 두 사내 녀석이 이틀 내내 데면데면해 한다.
    (생각/감정) 3. 녀석들 눈치 보느라 피곤했다. 안되겠다, 이제 넷이 만나야지.


    <이재원 선생 피드백>

    사람들이 쓴 세 줄 일기를 읽으면, 겉으로 표현된 문장 너머에 생략된 맥락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배경에서 넌즈시 느껴지기에 그 느낌이 글 핵심이 되지는 않지요. 그런데 이 글은 다르네요. 문으로 설치하신 '데면데면' 단어를 열고 들어가니, 차정숙 선생님께서 구체적으로 쓰지도 않으셨고 그래서 우리도 읽지 못한, 두 사내 녀석이 이틀 내내 겉도는 무수한 순간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혈연 관계인지 친구인지 모를 가족과 군산에서 청주까지 다녀 오셨네요. 1박 2일로 가실 정도면 친구라도 해도 가족만큼 아주 친밀한 관계겠지요. 그냥 즐겁게 룰루랄라 다녀도 되는데, 글쓴이는 이 두 사내 녀석에게 신경을 씁니다. 녀석들, 주말에 동네 친구들과 놀기에도 바쁠 텐데, 엄마 손에 끌려(?)왔겠지요. 엄마들끼리 친구라고 나까지 친해지긴 어렵죠. 더구나 사춘기 문턱에 들어선 녀석들이니.

    그러니까 글쓴이는 1박 2일 내내 두 사내 녀석을 뒤에서 슬쩍 지켜보며 미안(!)했습니다. '짜식들 말야, 사내 녀석들이 되어서 말이야, 좀 덥썩 친구 손도 잡고 쉽게 친해지면 좋으련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여기에서 낯을 가리는 두 녀석 성향과 시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번부터는? 별 수 있나요. 두 녀석을 빼고 만나기로 결심합니다.

    차정숙 과장님, 아주 잘 쓰셨습니다. 딱 세 줄밖에 쓰지 않으셨지만, (솔직하게 쓰셔서) 차정숙 과장님 인격과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언제 어디에 서 계시나 주변 사람들 두루두루 섬세하게 살피시고, 한 사람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쓰시는 모습. 우리 모두는 섬세하고 따뜻한 차정숙을 아끼고 애정합니다. (그래요. 요 두 녀석을 위해서가 아니라 과장님을 위해서 넷만 만나세요. 하하.)

    <세 줄 일기 워크샵 참가 소감>

    차정숙 사회복지사: "(그동안) 슬쩍슬쩍 구경만 하던 세줄일기 쓰기, 오늘 실제 영접하였군요! 신기방기, 신통방통! "어? 되네?" 블로그나 페북에서 보던 후기를 저도 말하게 되다니! 재밌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뼈대를 잡은 후, 빈 곳을 잘 풀어 쓴다면, 좀 더 자신이 생겨서, 두 단락, 세 단락 글을 쓸 때도 크게 힘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안원일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15일, 화요일. 날씨: 밤 가로등 조명에 안개가 흩날린다

    (누가/무엇) 1. 세 줄 일기 워크샵 홍보글을 동료들 단톡방에 올려 같이 듣자고 권유했다.
    (내용/의미) 2. '글쓰기는 너무 어렵고 부담스러워요.' 손사래 치며 모두 후다닥 떠나 버렸다.
    (생각/감정) 3. '어? 나도 되네? 되네!'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나만 맛보기 너무 아깝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한국 사람은 누구나 가방끈이 깁니다. 이렇게 고등교육을 많이 받는 나라도 드뭅니다. 국어? 학교에서 정말 오래 배웁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죠? 작가 수준까지는 언감생심 꿈도 안 꾸고, 그냥 내 생각과 감정을 어느 정도 조리 있게 글로 옮기는 일마저도 너무 힘들잖아요. 글쓰기, 말만 들어도 부담스럽다면서 후다닥 도망치잖아요.

    많이 배웠는데, 왜 이럴까요? 아뇨, 우리는 학교에서 글쓰기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예 안 배웠다고요. 국어 시간에 앉아는 있었죠. 하지만 그때 보고 들은 지식은 거의 오로지 '시험'을 보기 위해서 배웠습니다. 짧은 시간에 지문을 읽고, 객관식 정답을 찍는 요령을 배웠습니다. 지금 내 마음은 주관식이니 찍는 요령으로는 풀 수가 없지요.

    그래서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려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합니다. 학생이 '쉽다'고 느껴야 합니다. '어? 나도 되네?' 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워지겠지요. 하지만 어려워지는 만큼 내 실력을 키우면 됩니다. 그때까지는 적당히 쉬워야 하고, 글을 써서 내 마음을 풍성하게 표현하는 재미를 충분히 느껴야 합니다.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들이 쓴 글쓰기 책을 많이 읽습니다. 하지만 이 유명한 사람들은 이미 경지에 오르고 실력을 완성한 사람이라서, 대개 초심자가 따라할 수 없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갑자기 어떻게 안 읽던 책을 손에 쥐며, 갑자기 어떻게 글을 쓴답니까. 그러므로 글쓰기 초심자에게는, 당장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세 줄 일기'를 개발했습니다. 아무리 글쓰기가 무섭고 부담스러워도, 세 줄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으니까요. 벌써 수백 명에게 검증해 보았는데, 충분히 효과적이었습니다. 심지어 글쓰기가 무섭고 싫다고 고백하는 사람도 세 줄 일기는 앉은 자리에서 비교적 쉽게 써 내더군요. 사회복지사라면 글로 쓸 내용이 없을 순 없으니까요.

    글쓰기 본질은 무엇일까요? 글쓰기는 길고 자세하게 풀어내는 기술이 아닙니다. 생각을 잘게 자르고, 신중하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매끈하게 이어 붙이는 기술입니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편집'이 본질입니다. 따라서 세 줄 일기는 글쓰기 본질과 연결됩니다. 세 줄 안에 경험을 넣으려면, 정말로 필요한 생각만 골라서 남겨야 하니까요.

    만약, 우리가 세 줄을 쫀쫀하게 쓸 수 있다면? 세 줄을 쓰면서 세운 뼈대에 살을 붙여서 한 단락으로 늘려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단락을 꽉 채워서 쓸 수 있다면? 두 단락, 세 단락으로 늘려 쓸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세 줄 일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붙은 글쓰기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더 늘려 쓸 수 있습니다.


    <안원일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날씨: 안개 낌

    (누가/무엇) 1. 퇴근하면 둘째가 "아빠"하고 외치며 문 앞으로 뛰어온다.
    (내용/의미) 2. 오늘 하루 중 거의 유일하게 소리내서 웃은 듯하다.
    (감정/생각) 3. 숨이 막히게 귀엽네. 행복하다.

    2024년 10월 15일, 화요일. 날씨: 와이프 눈살처럼 쌀쌀함

    (누가/무엇) 1. 아침 창 밖 햇살이 좋아보여 반팔을 입고 나섰다.
    (내용/의미) 2. 잠바 걸치고 가라는 와이프의 충고를 무시했다.
    (생각/감정) 3. 아뿔싸, 너무 춥다. 여자 말만 잘 들어도 손해보고 살 일 없다.


    최보라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13일, 일요일. 날씨: 구름 많음

    (누가/무엇) 1. 공원에 가니 소풍 나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사이에 돗자리를 피고 누웠다.
    (내용/의미) 2.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니 멍해졌고 사람들 소리가 아득해졌다.
    (감정/생각) 3. 지금 이 날씨가 좋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조금씩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생활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지만, 잠시 쉬며 계절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최보라 선생님은 휴일에 공원에 가셨어요. 그리고 그냥 돗자리 펴고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 보셨어요. 뭐랄까, 그 순간을 만끽하셨나 봐요.

    언어는 본질이 '축소'입니다. 성난 파도처럼 순간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생각과 감정은 자욱한 안개처럼 이미 수만 갈래로 뻗어나가서 도저히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언어에 담으면? 컵에 담은 커피처럼 맨손으로 붙잡을 수가 있죠. 그래서 사람은 언어를 사용하고 문자를 써서 글을 씁니다.

    세 줄 일기를 쓰지 않으셨다면, 저날 최보라 선생님이 공원에 누워 만끽하신 풍성한 가을 날씨를 우리가 어떻게 느낄 수 있었겠습니까. '지금 이 날씨가 좋다'라고 쓰지 않으셨다면, 밥 먹은 직후에 핏줄을 타고 온 몸으로 향하는 나른한 만족감 같은 느낌을 어떻게 우리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에겐 직관력과 상상력이 있어서 딱 세 줄만 써도,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내가 겪은 일에서 군더더기를 빼고 뼈대만 쭉 뽑아서 기록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여기저기 보이는 빈 구석은, 독자가 읽으면서 충분히 상상해서 채워 넣습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뼈대를 잘 세워야 합니다.

    첫 줄에, '누가 무엇을 했다'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다짜고짜 인물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끌고 가야, 독자도 구체적으로 상상합니다. 추상적으로 대상을 흐릿하게 그리지 않고, 생생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세 줄 일기로 무엇을 표현할 수 있는지 풍성하고 아름답게 보여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최보라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날씨: 매연이 흩어지는 모습처럼 흐린 하늘

    (누가/무엇) 1. 나는 물이 무섭다.
    (내용/의미) 2. 올해 제주 바닷가에서 처음 스노쿨링에 도전했다. 성공!
    (생각/감정) 3. 바다 속을 봤을 때 너무 짜릿했다. 한 번 더 빠지고 싶다.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날씨 : 더운 여름이 끝나지 않는 가을밤

    (누가/무엇) 1. 오랜만에 친구들과 심야영화를 보고 밤을 새우며 대화를 나눴다.
    (내용/의미) 2. 생각보다 할 얘기는 많았고 웃느라 새벽에 정신이 멀쩡해졌다.
    (생각/감정) 3. 친구들과 만나면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


    최한나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0월 14일, 화요일. 날씨: 번덕스러운 할머니 얼굴처럼 흐림

    (누가/무엇) 1. 퇴근하자마자 딸이 저녁 메뉴가 뭐냐고 물어본다.
    (내용/의미) 2. 내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데, 요리를 원하는 것 같다.
    (생각/감정) 3. 아. 다시 출근한 기분이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는 감성적입니다. 거의 언제나 관계를 중시하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마음을 살피기에, 어떤 상황에서든지 우선은 정서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도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마음을 곱게 꺼내서 따뜻하게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때로는 소녀/소년 시절부터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 온 문학 감수성을 꺼내고 싶어합니다.

    다 좋습니다. 사람은 이성으로 사는 듯해도, 결국 감성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선택하거든요. 그래서 내 마음 속 감성을 글에 충분히 잘 담아낼 수만 있다면, 독자를 좀 더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은 '내용'보다 '구조'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제 아무리 촉촉한 감성을 담으려고 해도, 글을 쓰고 이해하는 과정은 대단히 이성적입니다.

    최한나 선생님께서는 글을 '간결하게' 쓰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해야 '간결하게' 쓸 수 있을까요? '요약'하는 방법을 배우셔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작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최한나 선생님께서는,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서 현관 문을 여신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어가신 순간까지, 대략 5~6시간을 글감으로 선택하셨어요. 만약 정말로 세세하게 센다면, 이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일이 생겼을까요? 혹은 얼마나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마음에 떠올리셨을까요? 셀 수 없이 많겠지요?

    분, 초 단위로 내려가서 따져 본다면, 아마도 수 백만 가지 글감이 스쳐 지나갔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최한나 선생님께서는 이렇게나 많은 글감 중에서 하필이면 '요리해 달라며 내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딸'을 선택하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최한나 선생님에게는 '직장에서 퇴근했지만, 집으로 다시 출근한 느낌'이 중요했으니까요.

    선생님께 '요리해 달라며 내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딸'을 글감으로 선택하신 순간, 그날 저녁 시간을 이 지점으로 '요약'하셨습니다. 요약은 평면에서 가장 중요한 점 하나를 콕, 하고 찍는 행위니까요. 반대로, 그 한 점을 제외하고는 '생략'하는 행위가 바로 '요약'입니다. 실제로 이날 저녁에 일어난 다른 모든 사건, 생각, 감정을 '생략'하셨잖아요.

     

    세 줄 일기를 쓸 때는,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감성을 담는 일보다, 현실 속 수많은 대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콕, 하고 찍는 행위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아울러, 그 하나를 빼고 남는 '덜 중요한 모든 것'을 생략하는 행위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최한나 선생님께서 세 줄 일기를 열심히 연습하시면, 자연스럽게 '간결하게 쓸 수' 있답니다.

    <최한나 사회복지사, 워크샵 참가 소감>

    "안녕하세요? 저는 군산에서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최한나입니다. 차정숙 선배님 소개로 세 줄 일기 워크샵에 신청하게 되었구요. 사실, 저는 수련생을 키우고 있다 보니까 수퍼비전을 많이 제시해야 하는데, 기록하는 일이 무척 부담스럽거든요. 매일 일지를 작성해야 해서요. 저는 조금 짧게 쓰고 싶은데, 저도 모르게 막 길게 써요. 그래서 간결하게 쓰고 싶다고 느끼는 찰나에, 좋은 기회를 알게 되어서 후딱 잡았지요. 퇴근 후에 참여해야 해서 처음에는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배운 듯해요. 오늘 배운 내용을 실천할 생각을 떠올리니 설레고 기대됩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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