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누워 있었는데
이선주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4년 11월 5일, 화요일. 날씨: 떨어지는 낙엽이 쓸쓸하다
(누가/무엇) 1. A 주민에게 6주째 찾아가고 있다. 오지 말라지만 가면 20분 동안 대화한다.
(내용/의미) 2. 처음에는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마당에 나와서 대화를 나눈다.
(감정/생각) 3. 앞으로가 기대된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김동숙 선생님, 남현수 선생님, 장문희 선생님, 이선주 선생님. 여러분은 베테랑 공공 사례관리사. 공공기관에 소속되어 일하지만,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수자라는 이유로, 목소리는 크게 내지 못하는, 숨은 영웅이십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존경한다'고 무척 자주 말했습니다. 언제나 진심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안 계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놀라운 일이 일어나겠지요? 당장 오늘 아침부터라도 세상 온갖 곳에서 놀라고 흐느끼는 곡소리가 터져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이선주 선생님께서는 수줍게 웃으며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시겠지만, 저는 이선주 선생님께서 A 주민 분과 20분 동안 대화를 나누시기 때문에, 그분이 살아가신다고 생각합니다.
위 세 줄 일기에 쓰신 사연이, 저는 남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저는 10년 전, 개인적으로 참담한 일을 겪은 후, 삶을 거의 포기한 채 숨만 쉬며 살았습니다. 가족도 외면하고 혼자서 끙끙 앓듯 살 때, 참 많이 외로웠습니다. 문득, 편의점에서 들어갈 때 아르바이트생이 '어서오세요' 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려고 문을 열고 나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 아르바이트 청년은 손님에게 의례히 인사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인삿말에 아무런 의미도 담지 않았겠지만,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요. 그래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대목에서 눈물이 나옵니다. 그 당시 저에게 저 말씀을 건네시는 듯해서요. 절절하게 느껴져서요.
아무런 장식도 없이, 그냥 살아가시는 이야기를 쓰셨을 뿐인데, 참 좋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