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교육에서 '세 줄 일기'를 써 보았다
기뻐하는 라이언, 세 줄 일기
2024년 11월 11일, 목요일. 날씨: 맑음, 내 마음도 맑음
(누가/무엇) 1.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봉사자님이 후원품을 주셨다.
(내용/의미) 2. 봉사를 해보니 후원품을 주고 싶다고 하셨고, 모자 후원품으로 복지관 분위기가 밝아졌다.
(생각/감정) 3. 사회봉사명령 봉사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내 편견이 많이 깨졌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2024년 11월 12일, 전라북도 남원에서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이 열렸다. 이날 나는 마지막 시간대(오후 3~6시)에 '사회복지사를 위한 자기-돌봄과 글쓰기' 과목을 맡아 강의했다. 전반부에서는 스트레스와 자기-돌봄 사이 관계를 설명하고, 이어서 후반부에서는 글쓰기를 실습했다. 그런데 교육생 분들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나는 똑바로 앞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왜요? 부담스러우신가요? 에이~ 진짜로 부담스러운 과업이면 여기에서 시도를 하지 않지요. 정말 쉽게,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도록 안내할 테니, 마음 놓으시길 바랍니다. 일단 제 설명을 들어봐 주세요.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서도 여전히 부담스럽고 쓰기 싫으시면 안 쓰셔도 됩니다.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렇게 호언장담하고 나서, 세 줄 일기를 소개했다. 그리고 직접 써 보시도록 시간을 드렸다.
약 10분이 지난 후, 메신저 익명 채팅창에 세 줄 일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많이들 쓰셨다. 느낌상으로는, 이날 보수교육 참석자 분들 중에서 최소한 60% 이상은 세 줄 일기를 써서 내신 듯했다. 모두 함께 읽어보면서 감상하고, 고쳐야 할 점도 각각 한 두 가지씩 지도해 드렸다. 그런데 그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세 줄 일기가 보였다. 바로 위에 소개한 글이다. 누가 썼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물었다. '익명' 규칙을 깨고 "이 작품, 누가 쓰셨나요? 손 들어 주세요." 누군가 손을 번쩍 든다. 검은 옷을 입고 새하얀 로만 칼라를 목에 두르셨다. 볼이 뽀얀(!) 젊은 신부님이시다. 가톨릭 법인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에서 일하신단다.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복지관에 끌려 오신 어떤 분을 보고 쓰셨단다. 형식도 잘 지키셨고 내용도 훌륭했다.
배경을 설명해 주시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청하니, 사람들이 (경)범죄를 지은 후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복지관에 자주 온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역시 이분들은 '명령'을 받고 오셔서 그런지, 그다지 열심히 일하지 않으신단다. 그래서 '솔직히'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복지관에 오신 분들을 썩 안 좋게 생각하셨단다. 그런데 어떤 분을 뵙고 크게 반성하셨단다. 작품에 쓰셨듯이, 억지로 끌려와서 일하신 어떤 분이 '심경에 변화'를 겪으시고 복지관에 통크게 모자를 기부하셨단다. 경험! 사람에겐 경험이 중요하다. 자세하게는 알 수 없지만, 복지관에서 서비스를 받으시는 분들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를 만나면서 바뀌신 듯하단다. 어쩌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짧게라도 이렇게 세 줄 일기로 정리해서 써 놓으니, 행간에서 묘한 보람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세 줄 일기는, 글쓰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초심자에게 딱 맞는 연습 방법이다. 일단, 세 줄만 쓰면 되니까 부담이 적다. 그리고 형식이 딱 정해져 있으니, 골치 아프게 많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냥 매일 일어나는 평범한 일 중에서 작은 일 하나를 골라서 형식에 슬쩍 올리면 된다. 쓰고 싶은 내용이 조금 길다면, 덜 중요한 내용은 빼고 정말 중요한 뼈대 이야기만 남기면 된다. 그런데 세 줄 일기를 쓴다고 글솜씨가 늘까? 는다! 글쓰기는 '표현'이 아니라 '구조'라서 그렇다. 세 줄 일기를 쓰면서 '덜 중요한 내용은 빼고 정말 중요한 이야기'만 남기면, 이것이 바로 뼈대요, 구조라서 그렇다. 이 뼈대에 살을 조금씩 붙여 나간다면, 얼마든지 길게 늘려 쓸 수 있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 수 있어서 그렇다. 충분히 길게 쓰면서도 초점있는 글, 모두 쓰고 싶지 않을까?
이렇게 글을 쓰려면,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 세 줄 일기를 쓰시라. 기본기를 탄탄하게 닦을 수 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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