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치-01 2025. 5. 2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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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난 네게 반했어

 

글쓴이: 김진성(예림원/ 지적장애인거주시설, 2025)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5) 

 

오늘은 일요일. "아! 주말 출근은 언제나 힘들어!" 속으로 생각하며 사무실에 들어섰다. "쌤! 안녕하세요~ 혹시 언제 시간 있어요? 같이 놀아요!" 쭈니가 밝은 미소로 인사한다. 나이에 비해 맑고 순수한 쭈니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옛날에 쌤이랑 자격증 공부하고 시험 본 거 기억하세요?" "그럼!" 당연히 잊을 수 없다. 너와 내가 함께 성장했으니까.

 

쭈니와 나는 한때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오가며 자격증 공부에 매진했다. 우리는 주 3회 지하철을 타고 센터로 향했다. 가끔씩, 하교 후 졸린 눈을 비비며 타던 지하철 안에서 피곤에 못 이겨 서로 꾸벅꾸벅 졸다가 내릴 역을 지나쳤다. 그럴 땐 화들짝 놀라 내렸다가 다시 반대편 열차를 타고 돌아왔는데 이젠 되돌아 보면서 미소짓는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쭈니는 마침내 아래한글 A등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쭈니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우리는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참 감동적이었다. "쌤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이 녀석 봐라? 감사 인사가 확실하네!" 

 

나는 쭈니와 축하행사를 계획했다. “끙... 뭐라도 사 달라고?” "쭈니야~ 나 돈 없으니 비싼 건 안 돼~" 말은 이렇게 했어도 한우까지 사 줄 수 있다. (쉿! 이건 비밀이야!) "쌤 저는요. 떡볶이 먹고 싶어요." "야! 그거 가지고 되겠냐? 튀김이랑 순대도 가야지?" 함박웃음이 핀다. “그래, 쭈니야 떡볶이 먹으러 가자~”

 

나는 수없이 많은 쭈니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다. 그리고 사회복지, 특히 장애인복지가 참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은, 쭈니처럼 소박하지만 따뜻하다. 순수하고 선하다. 이들과 함께 매일 작은 성공을 만들어 나가고, 따뜻한 추억을 쌓는 일. 나는 내 일이 참 좋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글을 발행하려고 김민성 선생님 사진을 받으면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차암, 김진성 선생님다워서요. 제가 사진을 달라고 부탁드리니,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찍어만 주다 보니, 찍힌 사진 찾느라 한참 걸렸습니다." 구석에 선 사람. 일부러 구석에 선 사람.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 그러나 즐겁고 행복한 사람. 느긋하게 본인 길을 걸어가는 사람. 딱 이런 분이시죠. 

 

수업 시간에 김진성 선생님께서는 '(지적장애인에게) 반했어요'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여쭈었지요. "왜, 어떤 점에서 반하셨나요?" 질문하고 나서 선생님 눈을 들여다 보니, 마음 속에 할 말이 많이 담겨 있더군요. 하지만 글로는 쉽게 풀어내지 못하셨습니다. 아마도 공기처럼, 본인에게 너무나 당연해서 할 말을 잊으셨나 봅니다. 

 

결국, 대표로 쭈니를 불러내셔서 글을 쓰셨습니다. 네, 쭈니는 한 사람이 아닙니다. 어깨 너머로 김진성 선생님 마음을 파고든 수많은 쭈니가 거울처럼 비쳐 보입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김진성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진성 선생님께서는 인천사협 '성숙을 담는 글쓰기' 클래스(제 3기)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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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세 줄 일기 워크샵',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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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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