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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꽃이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30. 08:01728x90반응형
분홍색 꽃이네
글쓴이: 백운현 (사회복지법인 푸른초장 대표이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할아버지!”
하엘이가 달려와서 내 품에 안긴다.
“분홍색 꽃이네?”
하엘이가 눈앞에 보이는 연산홍 꽃을 보고 말한다. 나는 놀라서 하엘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하엘아, 분홍이 보여?”
하엘이 아빠(내 아들)는 적녹 색약이다. 붉은색과 녹색이 섞여 있으면 잘 구분하지 못한다. 다양한 색깔로 그려진 지도를 구분하지 못한다. 특히 지리 공부를 힘들어했다. 수학을 유난히 잘해서 연구원이 되고 싶어 했는데, 진로 선택 범위가 좁아져서 안타깝다. 학사장교로 생활할 때도 사격훈련 때 숲풀 속 표적이 잘 안 보여 짐작해서 총을 쏘았다고 했다. 사실 유전 법칙상 하엘이가 색약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도, 아빠가 색약이니 혹시 하엘이도 색 구분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나 보다. 그래서 하엘이 입에서 '분홍색'이 나오자 많이 기뻤다.
장인어른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셨다. 깻잎 농사와 고추 농사를 많이 하셨다. 장모님이 장인어른에게 고추를 따오라고 하면 바구니 한가득 빨간 고추와 파란 고추가 반반 섞여 있었다. 그러면 장모님은 장인어른을 구박하셨다. 장인어른이 색약인지 모르셨다. 왜 파란색 고추를 따오냐고 장모님이 소리를 질러도 장인어른은 어리둥절 대꾸하지 못하셨다.
“할아버지 분홍색 꽃이 예뻐요”
하엘이가 색을 구분한다. 게다가 정확하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올 봄에는 하엘이랑 꽃구경을 많이 나가야겠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백운현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백운현 원장님께서는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기본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걸작을 쓰셨습니다. 지금까지 쓰신 글 중에서 단연 최고작입니다. 아울러, 제가 지금껏 가르친 학생이 쓴 글 중에서도 최고 수준입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요? 인정합니다.
2. 무엇보다도 본인 약점을 일정하게 극복하셨고, 본인 개성을 잘 드러내셔서 좋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감정 표현을 절제하시니 글이 우아해졌습니다. 그리고 각종 사회적 역할이나 직책을 벗고 자연인 백운현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고 편안하며 따뜻하게 쓰셨습니다.
3. 제목도 참 잘 붙이셨습니다. 다 읽고 보면 주제와 직결되지만,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서 독자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제목은 적절하게 보여주면서 적절하게 숨겨야 좋습니다.
4. 아드님 에피소드도 좋은데, 장인어른 에피소드가 훨씬 더 좋습니다. 가만 읽어 보면 조금 부족하게 설명하신 듯하지만, 오히려 좋습니다. 색약 증세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쉽게 답답한 상황에 처하는지 보여주셨으니까요.
5. '기특하다'고 말씀 드린다면, 어린 것이 건방지다고 화내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써야겠습니다. 기특한데 어떡합니까. 하하. 선생으로서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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