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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럴 만한 이유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0. 4. 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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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만한 이유가...?

    요즘 새롭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을 봤다. 이우정 작가는 캐릭터 소개의 천재다: "사회성이 없고 맨날 엄마만 찾는 것 같은 산부인과 전문의 양석형 캐릭터"를 소개하는 방식을 보라. 사회성 부족으로 함께 일하는 레지던트나 간호사들에게마저 낯을 가려서 내외를 하고, 입만 벌리면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찾는, 그리하여 무슨 저런 마마보이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캐릭터. 만약 우리가 그런 동료를 본다면, 별 생각 없이 "쟤 진짜 이상해" 라고 손가락질 할 거다. 

    그러나 양석형은 왜 마마 보이가 되었나? 이우정 작가가 적절하게 배치해서 드러내는 플롯에 따르면, 그는 어느날 충격적인 인생사를 맞이하여 건강이 크게 나빠지고 고통을 겪은 엄마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해서... 마마 보이가 되기로 한 거였다. 즉, 아들 밖에 남지 않은 어머니에게 잘 하는 거였다. 이런 사연(맥락)을 알게 되면? 무릎을 탁, 치면서 그 캐릭터의 역사를 이해하게 된다. 우선 특이한 결과를 보여주고 흥미를 끈 후에 그 결과의 원인을 조금씩 보여주는 방식. 훌륭한(고전적) 플롯 전개 방식이다.

    한편, 최고의 해결중심 질문 테크닉은 뭘까? "The Zen Lady(살아있는 부처)" 라고 칭송받은 임상 천재(a natural) 김인수가 1990년대부터 오버 더 월드 강연 다니면서 주구장창 밀어댔던 "기적질문"일까? 1982년 어느날 홀연히 생겨나서는 강호의 듣보잡, 밀워키 그룹을 송두리째 강점관점으로 변화시킨 최초의 해결중심 질문인 "예외질문"일까? 해결중심모델을 처음 배우는 동료들이 고만고만한 녀셕들 중에서 가장 편하게 생각해서, 내가 가르칠 때 애지중지 여기면서 활용하는 "척도질문"일까? 그리고 기타등등?

    지난 8년 동안, 내가 섭렵했던 그 모든 해결중심모델 관련 문헌을 통해서 알게 된 숱한 질문 중에서 단연 최고는, 이것이다: (내담자가 뭔가 이상하거나 특이한 행동/말을 했을 때)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실 만한 좋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듣자마자, 겨울 바람 같이 매서운 마음이 시나브로 녹아 내리고, 내가 그렇게 이상하거나 특이한 행동/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마음 속 이유를 말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이 정도로 나의 세계를 지극히 존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말 못하겠는가.

    내담자가 보이는 이상하고 특이한 행동을 보고도 전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우아한 태도로, 내담자가 겉으로 보이는 행동 이면에 놓여 있는 내담자의 "진짜 이유"를 물어보는 김인수. 캐릭터를 소개할 때 우스꽝스러운 행동거지를 전면에 노출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 조각씩 내어주면서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이우정. 분야도 전혀 다르고, 작동 방식도 달라 보이지만, 본질적 매커니즘은 완전히 동일하다. 단순하되 우아하고, 재미있지만 진지하다. 두 천재의 플롯 설계 능력에 경의를 바친다.

    한 마디: 근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에 나오는 병원이 내가 작년에 어깨 수술 받았던 병원. 괜히 정이 간다. ㅎㅎ

    한 마디 #2: 소주제 A를 다룬 단락 두 개, 소주제 B를 다룬 단락 두 개. 그리고 A와 B를 결합하는 단락 하나. 단락 다섯개로 글쓰기. 내가 썼지만 썩 괜찮은 전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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