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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랄하고 자빠졌네!
    지식 공유하기(기타)/기타 2020. 8. 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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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사회에서 공공 사례관리사로 일하고 계신 어느 사회복지사 동료의 이야기. 내가 손을 대서 글을 수정하려고 하다가... 이 동료의 표현과 문체를 원문 그대로 살려서 쓰는 게 더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딱 3%만 고쳤다.


    "어제 하루 종일 청소를 했드랬지요. 봉사자들하고 같이 했는데 누구 하나 쉬지않고, 마무리하려고 했어요. 벌겋게 익은 얼굴, 줄줄 흐르는 땀. 길바닥에 신문지 깔고 먹는 자장면. 울컥하고 현타 오고, 그냥 맨바닥에 드러눕고 싶더라구요. 이 날씨에 여기에서 왜 이 짓거리 하나 싶어서요. 주민 분 집인데, 병적으로 수집을 하신 물건들은 아니고, 집수리 하기 전 방해되는 온갖 묵은 물건을 정리한 거에요. 아침부터 시작해서 오후 3시 30분 쯤 끝나니까 두통이 마치 파도처럼 몰려오더군요. 집에 가서 대충 씻고, 다시 사무실 복귀했어요. 근데, 공뭔 팀장님이 큰소리로 뭐라 했는 줄 아세요? 아니 글쎄,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개고생하셨네요." 

     

    이 말 듣고 제가 마음 속으로 뭐라고 답했는지 아세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 입 닫아라!" 했어요. 음... 그 사람의 인정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뙤약볕에서 그 개고생 하고 돌아온 사람에게 냉커피처럼 시원한 위로는 못해줄 망정, 이 그지 같은 인간이 너무나 무심하게 말하니까 속이 많이 상하더라구요. 

     

    그런데, 다행히... 다른 분 덕분에 상처 난 마음에 마데카솔 발랐어요. 저 집 주인의 아들에게 전화했거든요. 직접 와 보지 않으셔서 궁금하셨을 테니까, "이렇게 저렇게 진행했다"고 설명 드렸죠. 그런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집에서 금두꺼비 없어졌다"고 말씀하실까봐 설명 드렸던 거에요. 왜 그런 분들 있으시거든요. 값 나가는 물건이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억지 부리시는 분들요. 그런데 이 아들 분은 친절하게 이리 말씀하셨어요: "엄마한테 연락 받았어요. 엄마 말씀을 들으니 여러 선생님들께서 얼굴 벌겋게 될 때까지 애 쓰셨고, 저거 언제 치우지 하던 물건을 싹 다 내 보내서 속 시원하시대요. 못 가봐서 죄송해요." 그래서 마음상처 입은 거 단박에 회복했어요. 

     

    선생님, 집 정리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관련 기관과 봉사자, 이웃, 가족, 그리고 제일 중요한 당사자까지.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연주하는 합주에요. 서로 협조가 잘 되고 이해를 잘 해 주면 아주 멋진 음악이 나오죠.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힘을 합쳐서 연주하는 합주에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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