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래도 보호자는 애엄마시라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5. 13. 06:08
    728x90
    반응형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3화 중에서>


    도재학(전공의): 와 멘탈 대단하신 분들이네... 애 생사가 지금 왔다 갔다 하는데...
    소이현(간호사): 철이 없는 거죠. 아기 엄마 나이 봤어요? 2000년 생이에요.
    김준완(흉부외과 전문의): 시크해서 좋네 뭐.

    김준완: 일단은 내일 오후에 수술한다는 거 정도만 알고 계시구요, 자세한 건 이따 밤에 찬영이 엄마, 아빠 오시면 제가 다시 말씀 드릴게요.
    찬영이 친할머니: 그냥 저랑 우리 사돈한테 말씀해 주시면 돼요. 며느리가 이제 스무살인데, 어려서 아무 것도 몰라요. 우리 아들 놈도 마찬가지고.
    찬영이 외할머니: 예, 우리한테 바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김준완: 제가 두쪽에 모두 말씀을 드리긴 할게요. 그래도 보호자는 애엄마시라. 그럼.

    =====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김준완 교수는 '까칠함'을 맡고 있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흉부외과 치프 레지던트 도재학 선생을 늘 쥐잡듯 갈구고, 환자 보호자들에게도 다소 냉정하게 말해서, 전반적으로 "싸가지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가 완전히 틀리지는 않다고 본다. 까칠한 것도 사실, 싸가지가 없는 것도 사실 같다. 하지만 나는 김준완 캐릭터가, 줏대 없이 이리저리 쉽게 흔들리는 우리에게 좋은 모델이 되는, 꼭 필요한 원칙주의자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김준완이 흉부외과 영아 환자, 찬영이의 가족을 대하는 에피소드를 들여다 보자. 찬영은 중대한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영아이고, 찬영의 엄마와 아빠는 20대 초반의 어린 보호자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찬영이 엄마는 본인이 어려서 주변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온갖 전문가들이 득실대는 병원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무슨 힙합 전사(?)처럼 꾸미고 나타난다. 김준완이 찬영의 위중한 상태에 대해서 말하는데, 남 일처럼 "쿨해 보이는 태도로" 대답한다.

    이 겉모습만 본 도재학 선생은, "생사가 지금 왔다 갔다 하는데" 태연해 보이는 어린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소이현 간호사도 "철이 없는 거죠"라고 말하면서 찬영이 엄마를 무시한다. 게다가 찬영의 친조모는 "며느리가 이제 스무살인데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른다. 우리 아들놈도 마찬가지고" 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김준완은 "시크해서 좋네 뭐" 라고 말하면서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원칙대로" 언제나 찬영의 엄마, 아빠에게 먼저 말한다.

    따뜻한 전문가도 좋고, 인간적인 전문가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문가에겐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 원칙을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김준완 캐릭터를 미워할 수는 있어도 쉽사리 반박할 수 없는 이유는, 그에게 이러한 뚝심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사람들에게 냉정하다, 싸가지 없다, 는 부정적인 평가를 조금 받는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프로페셔널(전문가)로서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란 무엇인가? 사실, 어떤 분야든 기본 수준을 넘고 증거(과학적 연구 결과)마저도 넘어서면, 토론과 결단의 장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규범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본 규칙은 의미가 옅어지면서 "정답이 딱히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이 온다. 과학적 증거조차도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딱 맞는 근거를 주지 못한다. 그러면 전문가는 상황과 그 상황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하면서 일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므로 (원조)전문가는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원칙을 유연하면서도 굳건하게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