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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완전 이해했어요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5. 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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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9화 중에서>

     

    장겨울(일반외과 전공의): 총담관낭종은 총담관이 낭성으로 확장되어서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담관담석증, 담관암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병이구요, 어... 수술은 낭성으로 확장된 총담관낭종을 절제하고 루왕와이담관 공장 문합수술을 통해 담도를 재건해 줄 겁니다. 

    환자 보호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음... 

    안정원(소아외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어머니. 재원이 어려운 수술 아니구요, 간에서 담즙이라는 게 만들어지는데, 이게 기름기를 소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소화액이에요. 담즙이 만들어지면, 간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그 이동하는 길이 총담관이에요. 보통은 아이들이 총담관이 5밀리가 채 안되는데, 재원이는 3센치가 넘게 늘어나 있어요. 이게 늘어나게 되면 담즙이 잘 안 빠지고 고여서 돌이 생긴다든지,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 늘어난 총담관을 잘라내는 게 오늘 재원이가 받게 될 수술이에요. 물론, 잘라낸 뒤에도, 이 답즙이 내려가는 길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소장의 일부를 다시 담도랑 연결해 줘야 해요. 그렇게 연결까지만 하면 수술이 완료 되는 겁니다. 엄청 복잡하고 힘든 수술 아니니까 걱정 많이 안하셔도 돼요. 

    환자 보호자: (안심하는 표정으로) 아,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완전 이해했어요. 잘 부탁 드릴게요. 선생님. 

     

    =====

     

    A 기관 회장님: "그래서, 우리 이 대표에게 묻고 싶은 게... 강점관점연구소는 뭘 하는 곳인가요? "

    나: "사람들의 강점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상담을 하는 곳이죠."

    A 기관 회장님: "헌데... 일반 사람들이 그 말뜻을 알까요? 강점이라는 게 약점의 반대말 아니오? 그렇다면 장점이라는, 사람들이 다 알아듣는, 쉬운 말이 있는데 왜 하필이면 강점이라는, 사람들이 평소에 잘 안쓰는 어려운 말을 쓰는 거죠? 이 강점이라는 말이, 도통 못 알아 먹는, 전문가들이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말인데..."

    나: "아, 네... 그런 면이 좀 있죠."

    A 기관 회장님: "그러면 어떻게... 이 어려운 말을 쉬운 말, 장점이라고 바꾸셔야 하지 않을까요?"

    나: "아, 네... 그래야 할까봐요."

     

    라고 대답을 했지만, 솔직히 내 마음 속으로는 '에고... 이 양반아, 그러면 전문용어가 다 무슨 의미가 있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내가 어떤 도움을 받기 위해서 방문했던 A기관의 회장님께서, 대화 중에 내 명함을 손에 쥐고 다소 직선적으로 조언을 하신 상황이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 순간에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말씀이었고 생각해 봐야 할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말씀이었다.  

     

    전문가는 누구인가? 혹은,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결국 핵심은 배타적인 지식체계 소유 여부이다. 한 마디로, 전문성은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지식'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전문가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가 나는 모르는 전문적인 지식을 배타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아는 것을 나도 안다면 그를 전문가로 인정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전문가는 전문 용어를 사용한다. 

     

    아울러, 전문 용어는 정제된 개념어로서 전문가들 사이에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케 만들어 주는 수단이다. 전형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의사, 간호사, 각종 의료기기 전문 기사들 사이에서 환자의 질환이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빠르고 객관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다. 사용하는 말에 관해서 확실한 공통 약속이 필요한 것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9화에서 안정원 교수는 비전문가인 환자/보호자에게 전문 용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수술에 들어가야 하는 환자의 현재 상황이 궁금한 보호자는 질문을 하지만 장겨울 선생이 하는 답변을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그때 쓱~ 하고 나타난 안정원 교수가 친절하게, 환자 보호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전문 용어를 풀어서 설명해 준다. 

     

    어! 보호자의 대사처럼, '완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다. '전문성'이라는 명분으로 환자 보호자를 소외시키는 언어와는 전혀 다른 '소통의 언어'이다. 의사와 환자 보호자 사이에서 상하, 라는 일종의 격차를 만들었던 권위주의적 언어가 아니라, 한 계단 내려와서 같은 눈높이에서 수평적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관계의 언어'이다. 

     

    A 기관 회장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강점관점실천연구소'라는 이름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자 하는 대상에 일반인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용어에 담긴 권력 관계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인식하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수직적인 언어를 수평적인 언어, 다시 말해서 소통의 언어, 관계의 언어로 바꾸어야 한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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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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