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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발달장애인 단기거주시설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해결중심모델을 배운 이유는?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0. 10. 2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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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선생님께서는 어떤 기관에서 일하고 계시나요?"

    그녀: "성인 발달장애인 단기거주시설에서 일하고 있어요."

    나: "그곳 이용인 분들은 언어적인 소통이 원활하신가요?"

    그녀: "언어 기능이 좋은 분들도 계시지만 아닌 분들도 계시죠."

    나: "그렇다면 해결중심모델을 배우시는 게 의미가 적을 수도 있겠네요."

     

    이상은 나와 내 약혼녀인 서지숙 사회복지사가 처음으로 나누었던 대화의 일부이다. 그녀는 나의 학생이었고, 우리는 해결중심모델을 공부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는 그녀가 해결중심모델을 배우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해결중심모델은 언어(기능)가 대단히 중요한 모델이기 때문에 그녀가 돕고 있는 발달장애인에게는 별반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해결중심모델은 주거니 받거니 원활하게 오고가는 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언어 능력이 과히 좋지 않은 발달장애인에게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래도 배우고 싶다고 고집을 피웠고, 우리가 만나게 되었고, 놀랍게도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한편, 며칠 전 아침 출근길에 여자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최근에 그녀가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듣게 되었다. 동료 직원들, 특히 어린 주니어 직원들에게, 이용인들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바를 적절하게 파악하는 방법을 세밀하게 가르쳐 주고 싶은데 여러 가지 행정적인 업무에 치여서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너무 아쉽다는 말이었다. 그녀가 말한, 언어적 기능이 높지 않은(즉, 말을 잘 못하거나 표현이 단순한) 이용인들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적절하게 파악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역시 이용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그들이 원하는 바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장애인을 대할 때, 우리 사회복지사는 피상적인 이해를 갖기 쉽다. 장애인을 대하면서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미세한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사업 실천의 대표적인 원칙인 "개별화"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장애인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걸까? "개별화"는 이론적으로는 너무나도 좋은 가치이지만 실제로는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반쪽짜리 가치인 걸까?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장애인은 수백만 명이 있어도 마치 한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대해야 하는가? 그래도 되는가? 과연 그러한가? 

     

    아니다. 여자친구의 생각은 달랐다. 내 생각도 다르다. "개별화" 가치는 보편적인 것이고, 사회사업 서비스를 받는 모든 클라이언트에게 적용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은 구강이나 성대와 같은 발음 기관만으로 의사소통 하지 않는다. 당연히, 대화 상대와 충분히 섬세하고 명확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풍부하고 적확한 어휘를 말로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말 이외에도 표정이나 몸짓 언어 등 비언어적 수단으로 소통을 한다. 말보다 몸짓 언어나 분위기를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두 배 이상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의 보고도 있다. 따라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장애인을 도울 때에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아! 이제서야 당신이 어째서 해결중심모델을 배우려고 했는지 알겠어요!"

     

    내가 외쳤다. 모든 것이 한 방에 이해가 되었다: 해결중심모델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 번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클라이언트가, 자신이 원하는 바나 자신이 잘하는 바를,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섬세하게 던지는 것"이다. 해결중심모델에서는 클라이언트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그가 어떤 강점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너무 궁금하다는 태도로 질문을 던진다. 최대한 상세하게, 꼬치꼬치, 시시콜콜 묻고 또 묻는다. 그리하여 해결중심모델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개 질문 테크닉에 집착한다. 완전히 틀린 방향은 아니다. 하지만 고급진 질문 테크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렬한 호기심이다. 

     

    우리는 왜 질문하는가? 호기심 때문이다. 궁금하지 않으면 질문하지 않는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사람도 끝없이 변화한다. 속도가 더디다고, 변화의 폭이 적다고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각자 얼굴이 다른 것처럼, 원하는 바도 다르고 싫어하는 바도 다르다. 예컨대, 어떤 이용인 세 사람이 모두 극장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가정해 보자. 사회복지사는 (결론적으로) 세 사람의 파일에, (동일하게) "극장 가는 것을 좋아한다," 고 기록할 수 있겠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A, B, C는 극장에 가는 이유가 다를 수 있고, 극장에 가는 방법이 다를 수 있고,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다를 수 있고, 한 영화 안에서도 좋아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 우리 사회복지가 전문가라면, 보통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는 이러한 미세한 차이점을 알아채고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호기심을 클라이언트에게 쏟아 부어야 한다. 변화를 포착하려면 궁금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생각을 내년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확대해서 연결지어야겠다. 꽤 오래 전에 사 두었지만 세세하게는 읽지 못했던 책을 번역하면서, 언어적으로 소통이 어려우신 분들을 어떻게 해결중심적으로 도울 것인지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연구를 해 봐야겠다. 그리하여 장애인복지관 등 장애 관련 기관에서 일하시면서 강점관점을 적용해 보려고 애쓰시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 혹은 어르신 관련 기관의 동료들에게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어르신도 언어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실 수 있으므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 강점, 자원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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