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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랑스러운 희용씨 이야기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3. 7. 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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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스러운 희용씨 이야기


    “젊은 청년이 혼자 살고 있어요. 어린시절부터 이 동네에 살았던 청년인데, 몇 년 전에 가족들이 다 죽고 충격을 받았는지 집 안에서 나오지 않네요. 걱정돼서 가끔 들여다 보는데, 말도 못 해요~ 젊은 청년이 저렇게 살면 안 될 텐데. 복지관에서 좀 찾아가 보면 안 될까요?”


    지역 주민께서 의뢰하셔서 희용씨(가명)를 만나게 되었다. 희용씨가 살고 있는 층에 도착하자 복도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냄새와 기운이 느껴졌다. 한참 문을 두드린 후에야 문이 열렸고, 쾨쾨한(!) 냄새가 나를 휘감았다. 신발장 위에는 'OO치킨' 뼈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물건이 쌓여있었다. 떡진 머리에 누런 이,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허름한 트렁크 팬티를 입고 문을 열어준 희용씨 첫 인상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냈다. “희용씨 안녕하세요? 복지관에서 왔어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걱정되는데, 혹시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의외로, 희용씨는 쿨하게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두 번째 위기(?)가 나에게 찾아왔다. 현관에서 보이는 거실 겸 주방과 안방에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봉투가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고, 희용씨를 따라 들어간 작은 방에도 마땅히 앉을 만한 곳은 없었다. 하지만 한 번 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집고 앉아 희용씨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엄마와 아빠, 장애가 있는 형, 희용씨네는 화목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2년 전 병으로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셨고, 그 다음해 형은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단다. 부모님께서 어떤 병으로 돌아가셨는지, 형은 어떤 장애가 있었는지 등 차마 가족에 대해 물어볼 수 없었다. 가족 이야기를 언급하기 미안했고,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부모를 잃은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형이 투신하는 모습까지 직접 목격한 희용씨는 살아가는 이유를 잃어버렸다. 그렇게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세상과 단절 되었다. 당시 주민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보호와 정신과 치료를 연계해 주었지만, 병원에 다닐 힘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희용씨는 검은 봉투가 가득 쌓인 집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견뎠다. 


    나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함부로 위로할 수도 없었고, 이해한다는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렇게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내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헤아리기 힘들어서 함부로 이해한다는 말씀을 드리지는 못하겠어요. 그래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형처럼 극단적으로 선택하지 않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힘드셨을 텐데, 어떻게든 견뎌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날부터 나는 희용씨와 매일 만나며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동년배라서 학창시절, 게임, 노래, 즐겨 보는 TV프로그램, 심지어 즐겨 피우는 담배까지 공통점이 많았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가 아니라 편한 친구로서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서 희용씨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희용씨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확인해 보니 희용씨는 하늘나라에 계신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비록 지금 희용씨 옆에는 없지만, 하늘에서 보고 있을 식구들이 희용씨가 어떻게 살기를 원할지, 세상에 홀로 남은 희용씨가 어떻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식구들이 걱정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을지 물었다. 며칠간 고민하던 희용씨는 ‘지금처럼 집에만 처박혀 살지 않고, 쓰레기 집에서 살지 않고, 남들처럼 뭐가 됐던 일이라도 하면서 살면 가족들이 자신을 걱정하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 답변에 근거해서 우리는 세 가지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실천했다. 첫째는 ‘집 청소’였다. 대청소 서비스 등 외부 자원을 연계할 수도 있겠지만, 희용씨가 직접 땀 흘려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희용씨도 내가 도와준다면 할 수 있겠다고 호응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집안에 쌓인 온갖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했다. 희용씨는 말했다. “진짜 힘들어 죽겠어요. 다시는 이렇게 쌓아두면 안 될 것 같아요. 바로바로 치우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청소 마지막 날, 함께 목욕탕에 가서 피로를 풀며 다시는 쓰레기를 쌓아 두지 않기로 약속했다. 


    두 번째 목표는 ‘집에만 있지 않고 복지관에 나와 프로그램이나 봉사활동에 참여하기’였다. 나는 희용씨가 편안하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을 찾았다. 그렇게 찾은 활동이 야간 방범 순찰과 식당 봉사였다. 희용씨는 6개월 동안 이 두 가지 활동에 참여했다. 물론, 은둔 시간이 길었던만큼 실천력이 뒷받침 되지 못해 결석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날은 내가 희용씨를 잡으러(?) 출동했다. 희용씨는 그렇게라도 억지로 붙잡아줘서 고맙다고 말했지만,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도 많았다. 


    마지막 세 번째 목표는 ‘남들처럼 일을 하기’였다. 희용씨는 식당에서 봉사했던 경험으로 (복지관) 식당에서 자활근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봉사로 일을 할 때와 급여를 받고 일을 할 때는 분명히 달랐다. 일하는 시간도 길었고, 해야 할 일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용씨가) 도중에 포기하고 싶어하기도 했고, 실제로 결석하며 도망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희용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구들이 희용씨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그렸다. 옆에서 가만히 기다려주기도 하고, 엄마처럼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친구처럼 장난스레 억지로 끌고 나오기도 했다. 


    가끔씩 똑같은 문제에 다시 빠지는 듯한 상황이 반복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가 힘을 합쳐 꾸준히 버텨내자, 희용씨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린다면, 지금 희용씨가 생활하는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누구보다 일찍 식당에 출근해서 식당 문을 열고, 식재료 검수를 하고, 조리 준비를 한다. 식당에서 궂은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서 해결해 낸다. 이제 희용씨는 식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꾼이 되었다.  


    매일 아침 8시25분, 나는 희용씨를 만나서 함께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나는 아침마다 희용씨 얼굴을 보면서 생각한다. 만약 희용씨와 똑같은 일을 겪었다면 내 모습은 어땠을까? 과연 혼자서 잘 살 수 있었을까? 아니다. 더 무너지고, 어쩌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잘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희용씨는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멋진 사람이다. 힘든 고난을 묵묵히 견뎌내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


    *당사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세부 사항을 수정했음.


    이상은 최근에 어떤 동료에게서 들은 강점관점실천 사례 이야기다. 우리가 배워야 할 세 가지 핵심을 짚어서 간략하게 분석해 본다. 


    첫째, Respect(존중) & Empathy(공감). 위 사례에서 클라이언트는 본인이 스스로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 사회복지사는 희용씨에게 다가가면서 일관되게 'Respect(존중) & Empathy(공감)' 원칙을 지키려고 애썼다. 첫 만남에서 당사자가 살고 있는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을 접하고 상당히 놀랐지만, 당사자가 살아가는 방식을 급하게 고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늠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당사자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묘하게도 우리는 사회복지사가 대단히 적절하게 클라이언트를 '공감(empathy)'했다고 느낀다. 공감이란 어줍잖은 '언어'가 아니라 상대를 깊이 존중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에서 출발했다. 해결중심 테크닉 중에서 '기적질문'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한다. 매우 어색하고 다소 허황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 사회복지사가 자연스럽게 구사한 질문이 바로 기적질문이다: '희용씨 옆에는 없지만, 하늘에서 보고 있을 식구들이 희용씨가 어떻게 살기를 원할지, 세상에 홀로 남은 희용씨가 어떻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식구들이 걱정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을지 물었다.' 기적질문은, (기적이라도 동원해서) 본인이 원하는 바를 알아내는 수단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클라이언트는 오로지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셋째, 어려움을 개선하는 과정을 당사자에게만 맡겨두지 않았다. '당사자는 문제를 해결할 강점과 자원을 이미 가지고 있다' 이 문장은, 많은 사회복지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해결중심 실천 원리다. 헌데, 이 원리를 정리한 사람들, 즉 해결중심상담을 개발한 사람들은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가족치료자였다. 가족관계는 빈곤 등 물질적인 문제와 다르다. 가족 중 한 사람만 고집을 꺾고 마음을 고쳐 먹어도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관계를 다루는 가족치료 세팅에 적용하던 원리를 경제적인 어려움을 주로 다루는 사회사업 세팅에 적용하면 모순이 발생한다. '당사자가 전문가'라는 원리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회사업에선) 비현실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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