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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바뀔 수 있을까?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20. 7. 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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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10. 1. 제 15주 상담 마지막

    상담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일이다. 나는 상담 전도사가 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 기적을 만들어 낸 선생님께 감사하다.

    나는 지난 시간 동안 나의 감정을 꾹꾹 참아오며 한 번에 터뜨리는 사람이었다. 내가 참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착하고, 마음이 넓어서"가 아닌, 내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주변 사람은 엄마, 아빠, 남자친구, 동생이다.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 항상 나를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는 "안전한" 사람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도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컸다. 어렸을 때도 사랑받고 예쁨 받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한다. 어딜 가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착하고, 배려 있고, 항상 웃는 밝은 사람이 되어야 했다. 주인공은 가장 사랑받는 존재이니까.

    그러나 점점 힘들어졌다. 나의 모습을 찾고 싶었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가족, 남자친구) 상처주고 싶지 않아졌다.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쉽게 상처받고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니까.

    나는 나를 지키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바뀔 수 있을까. 아, 하기 싫다" 라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었다. 그러나 상담 시간에 어떠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 집중도가 달라졌다.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라. 나의 강점은 나의 것.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 나의 감정에 집중, 내가 먼저."

    나는 내가 이기적인 줄 알았는데, 분노가 끝나면 바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후회하고, 미안해 하고, 자책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나의 감정을 존중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존중해주니까 다른 사람의 감정도 존중하게 되었다. 남자친구가 나의 짜증이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을 때, 아마 예전이었다면 "나는 원래 이래, 나의 모습을 사랑해주지 않는 거야?" 라고 했을 텐데, 이번에는 "너가 900일 동안 참아왔으니까, 나도 그 만큼의 시간 동안 쉽게 나의 기분대로 짜증내지 않을게. 900일 동안 하면 진짜 이게 내 모습이겠다" 라는 말을 했다.

    짝짝짝! 놀랍다. 신기하다. 뒤끝도 없어진 것 같다. 쌓일 것이 없이 나의 감정을 얘기 하니까 남는 것도 없다. 오히려 관계가 (주변 사람, 친구, 동료 등) 더 편해지고, 안정적이다. 쉽게, 기분대로 짜증내지 않고 한 번 더 나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니, 마음도 여유로와졌다. 나의 삶이, 나의 감정이 평화로와졌다. 항상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평생 알지 못하고 살아갈 수 있었던 "기적"의 말들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갈 것이다.

     

    (*2018년 상담했던 대학생 내담자. 익명으로, 블로그, 페이스북, 출판까지 포괄적으로 본인의 사례를 써도 된다는 허락을 공식적으로 받았다.) 


    <재원 생각>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상담을 받으러 왔던 내담자였다. 내 은사이신 김유순 교수님의 요청으로 학교 상담실 통해서 시작했던 2018년 여름의 상담이었다. 평소 모습은 똘똘하고 친절하며 사교적이었는데, 유독 남자친구에게 무례하고도 잔인하게 행동해서 문제가 되었단다. 그냥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안될 듯하여 생략한다.) 즉, 이건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내담자에게는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하기보다는 예일대학교에서 개발한 정서지능 훈련 모델인 "The RULER model"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본인의 정서를 인식하고, 이름 붙이고, 그 마음을 알아주고, 타인이 수용할 수 있는 정서적 언어로 표현해 주는 훈련을 하면서, 내담자는 서서히 좋아져갔다. 처음에는, 남들에게는 "착한 백설공주"이다가도 남자친구를 포함하는 가족에게는 "무시무시하게 잔인하고 불친절한 백설공주의 계모"처럼 말과 행동을 보였는데, 나중에는 그냥 평범한 20대 아가씨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되찾았다.

     

    "자신의 정서를 알아차리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안아주기"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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