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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는 나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지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20. 7. 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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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어느 괜찮은 해결중심 부부치료자가 상담한 사례에 관해서 들은 적이 있다. 아내가 헐크가 된단다. 분노하면 도무지 참지를 못한단다. (배경 설명 없이) 소리부터 빽~ 지르고 토라져서 며칠 씩 말을 안한단다. 이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부부치료자는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하려다가 말았단다. 왜냐하면 치료자가 지나가면서 어떤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내담자(부인)에게 너무나도 크고도 확실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단다. 여러 가지 해결중심 질문을 우아하게 던지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먹히고 있는 것(그가 했던 어떤 말)을 더 끌고 가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단다.

    치료자: "남편 분은 아내 분을 위해서, 아내 분의 분노를 받아주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고, 아내 분을 사랑하기 때문에 분노를 받아주고 있는 것 뿐입니다. 물론, 수명을 다한 후에 죽기 직전에, 평생을 돌아보면서... 남편은 수십 년 동안 나에게 신의와 성실을 보여줬지. 그러므로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결과적으로) 남편은 나의 운명이었구나. 나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었구나, 라고 생각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명백하게, 남편 분은 아내 분을 위해서 태어나신 분이 아니에요."

    바로 이 코멘트가 두 사람, 특히 부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단다:

    (부인) "두 가지 말씀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첫 번째는, 남편이 저를 위해서 태어나지는 않았다는 말씀. 그리고 두 번째로는, 남편이 제 분노를 감당하느라 지쳐 있다는 말씀. 그래서 함부로 남편에게 화를 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편) "놀라긴 했어요. 아내가 평소 같았으면, 화를 내고도 남을 만한 상황에서 화를 참고. 한 박자 쉬면서, 견디더라구요. 지난 주에 여기 와서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후에, 오늘 지금까지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는데요, 이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죠."

    치료자는 자칫하면 "해결-강요(solution-FORCING)"로 흐를 수 있는 해결중심상담을, 산에서 바다로 끌고 내려와서 제대로 대양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담자에게 지나가면서 한 말"이었다: 

     

    "오빠는 나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지."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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