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는 관절염을 "재발"로 보지 않고 "휴가"로 생각했다.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사진+동영상 2020. 11. 17. 08:20
    728x90
    반응형

    훨체어에 앉은 남자가 에릭슨에게 왔다. 그의 팔과 무릎은 의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매우 화가 나 있었고 지난 11년간 고통스러운 관절염으로 마비된 채 삶을 보낸 사실을 저주했다. 그는 오직 머리만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한쪽 엄지손가락만 약간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는데 아내는 그의 옷을 입히고 매일 아침 휠체어에 태우고 밥을 먹이고 밤에는 침대에 눕혀 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불행한 삶을 저주했다.

    에릭슨의 지시사항은 단순 명료했다. 그는 남자가 움직이지 않는 점을 나무랐다. "당신은 움직일 수 있는 엄지손가락이 있으니 그걸 움직이는 것이 좀 낫지 않겠소! X같은 시간을 매일 보내기 위해서 그 빌어먹을 엄지손가락을 운동하는 게 나을 거요." 


    남자는 에릭슨의 의학적 조언에 대해 반발하며 "빌어먹을 엄지 손가락을 매일 밤, 낮, 매주, 매달 꿈틀거릴 수 있지만 효과는 쥐똥만큼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에릭슨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남자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겠다고 단호히 결심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엄지손가락 운동을 계속하면서 그는 집게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갑자기 알아차렸다.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손가락이었던 것이다. 운동을 계속하면서 그는 더 많은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에 흠뻑 빠져버렸다. 새로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때마다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을 더 많이 알아내는 것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는 손목을 움직이게 되었고 마침내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운동을 하는 것이 그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이윽고 첫 진료 일 년 후, 에릭슨은 그에게 작은 통나무집에 페인트칠을 해 보라고 했다. 남자는 욕을 하면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조금 밖에 움직일 수 없는 사람에게 통나무집의 페인트칠을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릭슨은 끝까지 몰아붙였다.


    남자가 이 과제를 해 내는 데 삼 주가 걸렸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점점 더 빨라져서 일주일 만에 2가구 주택을 페인트 칠 할 수 있었다. 이런 성취를 이룬 후 그는 트럭 운전수 일자리를 구했다. 그리고 향우회에 가입하고 곧 그 모임의 장으로 선출되었다. 에릭슨과 계속 작업을 하는 동안 그는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결정하고 대학에 갔다.


    남자의 심한 관절염 증세 중 일부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릭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매년 우기가 오기를 고대하는데 그 기간 중 삼일에서 칠일 동안은 고통스러운 관절염으로 침대에 누워 만 있어야 했습니다." 남자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침대 생활을 견딜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읽고 싶었던 좋은 책을 다 읽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남아있는 관절염을 병의 재발로 보지 않고 "휴가"를 내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밀턴 에릭슨이 상담가에게 말하다" 중에서 인용)


    이제 막 중요한 수업을 할 참이었다. 기적질문을 연습하기 전, "기적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설명하려고 했다. 밀턴 H. 에릭슨이 만나서 도왔던, 심각한 관절염 때문에 망가진 자신의 삶을 저주하던 남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본문을 읽어 달라고 부탁하고 가만히 듣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서 물이 나왔다. 뜨거운 물이 뺨을 졸졸졸 흘러내렸다. 

     

    나는 왜 울었을꼬. (하루 종일, 곰곰 생각해 보았다.)

     

    첫째, 애초에 내가 어째서 해결중심모델(혹은 강점관점실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어째서 "환장"하게 되었는지 다시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릭슨 박사가 클라이언트가 가지고 있던 강점/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과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누구나 약점이 있고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약점은 약점일 뿐이고 문제는 문제일 뿐, 그 사람 자체는 아니다. 

     

    둘째, 엄지 손가락만 겨우 움직일 수 있었던 그가, 검지 손가락을 움직이게 되고, 페인트 칠을 하고, 취직을 하고,  향우회에 가입하고, 대학에 가게 되었다는 스토리를 읽고 있으려니, 최근 수년 동안 내가 개인적으로 겪었던 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입만 벌리면 자기 삶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심지어 대학까지 가게 된 변화가 놀랍고 감동적이다.)

     

    셋째, (관점의) 변화가 무엇인지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만이 변화인가? 아니, 애초부터 인간지사, 사람들이 겪는 문제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있는 걸까? 실제로 우리가 겪는 문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불행하기만 하진 않다. 문제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 건강하게 꾸려갈 수 있다.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성공적으로 수업을 끝내고 난 후,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께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선생으로서 정말로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제가 늘 말씀 드리듯이... 해결중심모델요? 됩니다, 됩니다, 됩니다. 틀림없이 됩니다. 실제로, 통한단 말입니다. 우리가 엄지 손가락만 까딱이기 시작힌다면요. 그러니 욕심 많이 가지지 마시고, 움직여 보세요.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엄지 손가락을 굽혔다 펴세요. 그것만 해 보세요."

     

    그는 여전히 남아있는 관절염을 병의 재발로 보지 않고 "휴가"를 내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