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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그만 하고 김밥 먹어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1. 9. 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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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내 야외 정원> 

     

    추민하(산부님과 전공의): (전공의 기은미 선생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사람이야. 원래는 내과 가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산부인과 의사셔서 병원 물려 받으라고 해서 산부인과로 왔대. 근데 와서 보니까 자기는 임상보다는 공부하고 논문 쓰고 이런 기초가 더 맞는 것 같다고. 올해까지만 동기들 봐서 다닐 거래. 

     

    <산부인과 수술실> 

     

    양석형(산부인과 교수): 기은미 선생, 수처. 

    추민하: 교수님, 은미 울어요. 

    양석형: (산모에게) 하하... 우리 전공의 1년차도 우네요. 

    산모: (기은미 전공의에게) 감사드려요, 선생님. 제가 진짜 잘 키울게요. 

    기은미(산부인과 전공의): (산모에게) 축하 드립니다, 산모님. 

     

    <산부인과 의국> 

     

    기은미: 아기 심박동 소리가 뚝, 뚝, 뚝, 하고 들리는데, 저 완전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 엄마가 힘 주려고 숨을 딱 참는데, 저도 숨을 같이 딱 참게 되고, 같이 힘 주게 되고... 근데, 아기가 처음 나올 때, 좀 쳐저서 나왔잖아요. 정말 아기 잘못되는 줄 알고, 그때부터 막 눈물이 나기 시작하는데... 어휴, 그때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그러다 아기가 앙, 하고 울었잖아요. 30초 걸렸나? 와~ 아기가 우는 순간! 저 진짜 세상의 모든 신들에게 다 감사 드렸어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성주신이시여, 진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추민하: 은미야, 기은미 선생, 말 그만 하고 김밥 먹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제 11화 중에서>


    내 이력서는 참 지저분하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진득하게 일한 기록은 거의 없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한 기록이 압도적으로 많다. 좋게 말하면, 시민단체, 자원봉사센터, 장애 관련 재단, 암병원, 산재병원, 장애인복지관 등등, 휴먼 서비스 분야를 폭넓게 경험한 셈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맷집과 끈기가 한참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는 이 걸레 같은(?) 이력서가 오랫 동안 부끄러웠다. 

     

    나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열등감도 많았다. 스스로 약점이 참 많다고 믿으며 살았다. 그 중에서도 내가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매우 좌절스러웠다. 사회복지사로서 (제도권 안에서) 일하려면 거의 언제나 조직 안에서 일해야 하는데, 조직 안에서 나는 그리 잘 해내지 못했다. 성공하고 싶었지만 눈치가 없었다. 이상은 높은데 능력은 부족했다. 하다 못해 아부도 못하고, 정치력도 없었다. 

     

    "재원씨가 앞으로 팀장 달고 국장 달텐데, 앞으로 진짜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런데 대학원에 진학해서 상담(부부-가족치료)을 공부하게 되었다. 우왓! 이거다, 싶었다. 원래 공부를 좋아하긴 했지만 밤잠을 안 자면서 공부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상담을 공부한 이후로는 밤을 세워서 책을 읽었다. 뒷장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지 궁금해서 잠이 안올 정도였다. 책에 완전히 빠져들어 읽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졸립지도 힘들지도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약 1년 쯤 후부터 실제로 상담을 시작했는데, 더욱 재미있었다. 아주 신바람이 났다. 왜? 상담이 나와 잘 맞았다. 그동안 내가 능력을 펼치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나와 맞지 않은 환경 속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고, 집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툭 터진 공간에서 너무 여러 사람을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상담은 많아야 서너 명이니 집중해야 하는 나에게 잘 맞았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번 주 슬의생 에피소드에서 추민하가 결국 사랑을 쟁취한 이야기나 송화와 익준이가 키스한 장면을 베스트 씬으로 꼽을 터다. (다들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산부인과 기은미 전공의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거의 부모님이 시켜서 산부인과에 왔지만, 본인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람. 그래서 1년만 채우고 때려 치우려고 마음 먹고 있던 사람. 워낙 내성적이어서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역할만 수행하면서 조용히 지내던 사람.  

     

    그런 사람도 때가 오면 각성한다. 

     

    아기가 탄생하는 순간, 산모를 바라보면서 눈물이 터진 기은미 전공의는, 의국에 앉아서 라면을 영접하는 순간에도 임상 의사로서 느낀 감동과 자부심을 방언 터지듯 쏟아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말을 한다. 그렇다. 인생, 참 알 수가 없다. 언제 내 순간이 찾아올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너무 낙심 하지는 말자. 그대의 시간도 언제 다가올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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