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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결중심적으로 실천해야 하나요?
    상담 공부방/해결중심 사례관리 자문 2021. 9. 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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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비전 신청 내용 정리해서 보내 드리지만,

    사실 다소 두서없이 약간은 성토(?)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OO복지관 동료께서 보내신 강점관점 사례관리 자문 요청 이메일 내용 중 일부다. ‘성토(?)’ 라는 단어를 보고 살짝 걱정이 되었다. 대략 어떤 말씀을 하실지 예상이 되었다. 실제로 이메일을 열어서 첨부파일을 읽어 보니, 역시 내 예상이 대략 맞았다. 이메일을 읽고 난 후 짧지만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고, 여러 가지 감정도 심장을 스쳐 지나갔다. 어둠 속에서 고통받았던 내 개인적인 이야기도 떠올랐다. 

     

    온라인으로 만나 동료들께 자문 드리는 날, 새벽 네 시에 깨어나서 두 시간 동안, 머리를 쥐어 뜯으며 글을 썼다. 나름대로는 엄청나게 고민을 하면서 자문 내용을 적었는데, 다행히... 동료들께서 충분히 내 생각에 공감을 표해 주셨다. 아래에 내가 받은 자문 요청서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고, 내가 쓴 자문 글 전체를 게시한다. (당연히, 당사자께 미리 보여 드리고 허락을 구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시며 일하시는 동료들께 경의를 표한다. 

     


    <슈퍼비전 신청 내용>

    가. 정신장애인, 경계선에 있는 정신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위한 해결중심 상담은?

    _ 요즘 부쩍 청년들이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는 상담이 늘고 있음. 이 중에는 정신장애(조울증)를 겪는 청년들도 있고, 기본적으로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많음. 타인이 보기에는 '사지가 멀쩡(?)한 청년'이므로 얼마든지 근로를 할 수 있고, 또 자립을 해야 하는 나이인데,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복지 정보를 검색하여 여러 복지 혜택과 지원 방법을 찾아서 방문하는 경우가 많음. 물론 정보를 잘 찾는 능력은 강점이지만, 사회복지사도 사람인지라 '젊은 사람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지 답답하네' 라는 느낌을 받음. 복지관이 곳간도 아니고 맡겨 놓은 것도 없으면서 '월세 지원해 달라, 생활비 지원해 달라, 재워달라' 등 너무 무리하게, 당연하게 요구하고, 심지어 무례한 언행을 보이는 경우도 있음. 해결중심실천은 그 사람의 강점을 보고, 강점이 드러날 수 있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 일텐데 한계에 부딪침. 소위 밀레니얼 세대(MZ세대)의 특성에 따라 해결중심적 접근도 다를 수 있는지, 이러한 청년들에게 사회복지사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어떠한 해결중심 접근으로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자문을 구하고자 함.

     


    <자문 내용> 


    1. 가장 먼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버티고 계신 선생님들께 경의를 표하면서,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 걸까?’, ‘가치와 이상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현실 위에서 좀 더 잘 실천하고 싶다.’ 이렇게 고민하시면서 때론 좌절하시고 때론 기운을 차리시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행간에서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받아주기 어려운 무리한 부탁을 해 오고, 심지어는 무례한 언행까지 보이는 지역 주민을 최대한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정중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시는 모습도 존경스럽습니다. 자문 요청 이메일 본문에 ‘두서없이 약간은 성토(?)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겠다’고 쓰셨지만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우 제한적인 현실 속에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추구해 오신 가치와 이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의와 결의를 보았습니다.

    (이제 구체적인 답변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2. 저는 이 사안을 다루기 시작할 때 아주 거시적인 관점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어찌 보면 사회사업가는 자본주의 체계 가장 외곽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가난하고 의욕이 없고 우울하게 된 이유는 사회사업가와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만, 결국 사회가 실패한 결과가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는 셈이지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기 힘든 문제라면, 그들이나 사회복지사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좀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서 기인한 문제일 겁니다. 현실적으로 청년이 꿈을 꿀 수 없는 사회, 라는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강해지고 보편화될 터인데(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었겠죠), 이는 선생님들께서 일하고 계신 자본주의 외곽 영역에서 다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무기력한 청년들 앞에서 더 큰 무력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계시겠지만, 이는 선생님들 책임도 아니고 모두 다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3. 다음으로 ‘원론적으로’ 답하자면, 해결중심모델은 가장 대상과 상관없는 모델입니다. 어떤 대상이든지, 해결중심적으로 접근하는 원리와 방식은 동일합니다. 따라서 ‘정신장애인, 경계선에 있는 정신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위한 해결중심상담’도 따로 없습니다. 특히나, 해결중심모델에서는 정신건강상 진단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정신건강 이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확하게 특성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쁘게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고, 옹호하기 위해서입니다.)

    4. 사실, 저는 이 사안에 대해서 해결중심적으로 접근하기 전에, 좀 더 기본적인 태도랄까요, 혹은 좀 더 기본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고 실천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혹시 길고양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하고, 고양이를 키울 생각도 없습니다만, 이상하게 길고양이 관련 다큐를 즐겨 봅니다.) 일반적으로 (집)고양이 평균 수명은 15년인데 반해, 길고양이 수명은 채 3년이 안된다고 합니다. 예컨대,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구내염에 걸린 길고양이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루밍(스스로 몸을 핥는 행동)도 하지 못해서 온갖 질병을 경험하게 되고 길 위에서 비참하게 죽고 맙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선의로, 길가에서 죽어가는 길고양이를 구조하려고 하면, 고양이는 죽어라 도망 다니거나 피할 수 없으면 (상대를 위협하는) 하악질을 하고 물어 뜯으면서 발버둥을 칩니다. 여러분께서 만나시는,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심지어 무례한 언행을 보이는 분들을, 전문 용어로 ‘저항하는(resistant) 클라이언트’라고 하지요. 이런 분들에게 접근할 때는 기본적으로 이분들이 보이는 말이나 행동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볼 때 아무리 이해가 가지 않는 언행을 보여도, 일단은 그분 관점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 겁니다. ‘이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 지점에서 ‘저건 말이 안돼. 우리는 도와주려는 사람인데 왜 우리한테 이렇게 나오는 거야?’라고 바라보시면 막다른 골목에 갇히게 됩니다. 당연히! 쉽지는 않으시겠지만, 이들이 보이는 언행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여기가 출발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수년 전 개인적으로 참담한 일을 겪고 장기간 사회적 외톨이로 지냈습니다. 복지관에 찾아가서 '월세 지원해 달라, 생활비 지원해 달라, 재워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직전 단계까지는 가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도 '사지가 멀쩡하게 붙어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아르바이트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감당하지 못할 현실에서 크게 상처를 입고 상심한 상태여서, 미래를 꿈꿀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복지관에 찾아와서 뭐라도 맡겨 놓은 사람처럼 무리한 요구를 (더구나 무례한 방식으로) 하는 분들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도 이해하고 그분들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5. 그런데, 만약에 이분들께서 보이시는 언행이 ‘정말로 이상하다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병적인 수준이라면’ 여러분께서 섣부르게 접근하시면 안되겠지요. 특히, 정신건강 이슈가 심각하다면 더욱 더요. (우리가 심각하게 불안하고 위험한 상태에서는 일할 수 없습니다. 위험한 방식으로 일 해서는 안됩니다.)

    6. 이 지점에서, 저는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잠시 동안만이라도) 해결중심모델을 잠시 내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해결중심모델을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 특히 사례관리에 적용하려고 할 때, 두 가지 장애물이 있습니다. 첫째, 해결중심모델은 상담 모델에 가까운데 반해서 사례관리는 상담도 포함하지만 훨씬 더 크고 복잡한 활동을 포함하기 때문에 규모에 차이가 있습니다. 유치원생이 입는 옷을 대학생이 입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유치원생 옷 자체, 혹은 대학생 신체 규모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잘 안맞는 면이 있는 것 뿐입니다. 유치원생 옷은 유치원생에게 입혀야죠. 해결중심모델도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우선은 상담으로 접근 가능한 조건과 상황에서 적용해야 합니다. 둘째, 해결중심모델은 인지적인 모델입니다. 즉, 생각을 바꾸려는 모델입니다. 그런데 어려움에 빠져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상황을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낍니다. 예컨대 특정한 이유로 두려움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이성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듣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는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유명한 해결중심 격언에 기초해서 해결중심 실천가들은 대개 부정적인 이야기, 특히 부정적인 감정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인지적인 변화를 꾀할 기회를 얻기가 힘들어집니다. 우리가 정서적인 이야기를 듣지 않고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요?

    7. 그래서 저는 정서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는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가장 기본적인 상담 기초에 해당합니다: (칼 로저스가 강조한) 공감, 수용, 진정성. 특히, 이 중에서도 공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서적 공감이 안되고, 결국 라포가 형성이 안되어 있는데, 인지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해결중심모델이 효과가 있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결중심적으로 접근하시기 이전에, 늘 정서적 공감부터 하십시오. 이 분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시고 느껴보십시오. 그래서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을 때 인지적인 개입을 시작하십시오.

    8.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서 공감을 하고 라포를 형성했는데도, (정신 건강에 이상이 없는) 주민께서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무례한 언행을 보이시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없겠습니다만, 단호하면서도 정중하게,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안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중심적으로,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하는지, 를 질문하셨지요? ‘나는/우리는 당신이 원하는 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도와 주는데 관심이 있다.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도 없다. 뭔가 즉각적인 도움이나 지원을 기대하셨을 터라 실망스럽고 화도 나시겠지만,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다. (물론,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지요. 설마, 제가 그런 걸 가지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으셨지요?)

    9. 기타,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함께 보겠습니다. (변화로 가는 길: 유머와 놀람, 담장의 다른 쪽에서 일하기, 침묵을 존중하고 칭찬하기)

    10. 부디, 해결중심모델이나 강점관점실천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분노하지도 마시길 바랍니다. 원리와 원칙, 모델은 지향해야 할 바일 뿐이지, 이것으로 현실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고 모든 일을 처리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나, 여러분은 현실에 완전히 발을 딛고 일하시는 현장 실무자이십니다. 절대로 현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에게는 융통성 있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자문 요청서 행간에서 심지어 환멸까지 느껴져서 두렵고 안타깝습니다.)


    자문 시간을 마칠 때, 내 말을 경청해 준 동료들의 표정을 살펴 보았다. 시작할 때쯤보다는 훨씬 밝아져서 기뻤다. 내게 이메일을 보내셨던 팀장님께 피드백을 요청 드렸더니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다: 

     

    "우선은...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가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실 두 가지 관점이 있었어요.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청년들이 뭔가 노력하지 않고 그냥 본인이 정보 검색으로 결과물을 쉽게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하나 있었고요. 근데, 이 청년들이 굉장히 나약하고 우리와 다르게 왜 이렇게 쉽게 좌절하고 우울하다고 하고... 왜 이런 정신장애가 많이 드러나는 거 같지?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두 가지 모두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대로, 우리가 모두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청년들이 그렇게 쉽게 좌절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을 우리는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치부하고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또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런 태도를 또 잊었는데, 언급해 주셔서 아...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 그러니까 더 이해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요. 또 하나는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잖아요? 근데 우리가 이 포인트를 놓치고 있었다, 라는 생각... 그리고 저는 이 해결중심모델을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사람이 가진 강점/자원, 이 사람이 원하는 바를 끌어낼 수 있는 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모든 게 다 두렵고 어려운 거에요. 그걸 어떻게 내가? 그런데, 선생님이 이걸로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해 주셔서 마음이 좀... 편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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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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