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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 심층 인터뷰 01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저항하는 내담자를 돕는 비법(책) 2021. 10. 2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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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는 1:1 제자, 안혜연 선생님과 최근에 어떤 교육을 통해서 알게 된 젊은 피, 방예지 선생님을 초청해서 작은 인터뷰를 가졌다. 말이 인터뷰지, 그냥 우리 세 명이 모여서 자유롭게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 정도다. 그러나 정말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어도, 이 시간에 우리가 나눈 대화에는 매우 뚜렷한 초점(주제)이 있었다. 바로, '사회복지사에게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 라고 말하는 아동/청소년 마음을 어떻게 하면 강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열 것인가?' 였다. 

     

    안혜연 선생님께선 경기도 모 지역 여자청소년단기쉼터에서 일하고 계신다. 쉼터에 대해서, 혹은 쉼터에서 생활하는 입소 청소년에 대해서, 부정적인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질 필요는 결코 없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적절한 자율과 보호가 세심하게 필요한 친구들이 가정밖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그동안 주변 어른들이 행하는 억울하고 힘든 일을 상대적으로 많이 겪은 건 사실일 터. 그러니 자연스럽게 어른들 일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저항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게 된다고 한다. 가만 따지고 보면, 이 세상 누구라도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방어적 수단으로 발톱을 있는대로 세워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잠재적 위협 요인을 할퀴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이 반항하는 행동 자체만 보면 대단히 이례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전후좌우 맥락을 살핀다면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겠다. 

     

    한편, 방예지 선생님께선 경남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고 계신다. 만나시는 아이들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아이들이 치는 방어막도 두텁지 않고 좀 더 쉽게 허물어지는 편이지만, 어린 아이들 역시 강하게 방어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한 가지 기본적인 합의점에 도달했다. (이 합의점이, 우리가 나눈 모든 이야기에 대한 종착점일 수도 있고, 출발점일 수도 있겠다고 직관적으로 생각했다.) 안혜연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결국, (아동/청소년들이) 선생님의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건 나이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 받고 싶은 건 관심과 사랑, 어른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세 사람은 이 말씀에 깊이 공감했다. 어떤 사람이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싸우는 방식으로 반응하든, 내면 속으로 숨는 방식으로 반응하든, 결국 원하는 바는 사람들 속에서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 아니겠는가.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므로, 필연적으로 (의미있는 타인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안혜연 선생님: 그래서 심하게 반항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그런 격한 감정이 나올 때, 저는 사실 그걸 가장 반가운 기회로 여기는 편이고, 아! 올 것이 왔구나! 여기에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다, 이 아이랑. 그래서 일단 걔 편에서 화내는 걸 혼내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요. 

     

    이재원: 화내는 걸 혼내지 않고 어떻게 한다는 말씀이세요? 

     

    안혜연: 일단은 폭발했을 때 조금 조용한 데로 부르죠. 그리고 물어봐요. "왜, 계속 화가 나? 마음이 힘들어?" 이런 걸 물어보는데, 사실 그 순간에는 얘가 격하게 올라오면 '서운했다'거나 '억울했다'거나 이런 언어를 쓰고 싶지 않아 해요. 그런 말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요. 폭발 잘하는 친구들은. 그러면 별의별 육두문자가 다 나오죠. (생략) 근데 이게 저한테 하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일단은 올라온 감정 텐션을 낮출 수 있도록 돕는 편이고요. 그렇게 가라앉고 나면, 아이가 조금 민망해 해요. 자기도 알죠. 그 순간에 컨트롤이 안된다는 걸 알고 있고... 그래서 제가 이야기를 해요. "나는 네가 나한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아. 그 순간에 컨트롤이 안된 거잖아. 지금은 어떻니? 아까 그 마음은 어떤 거였어?" 이렇게 물으면 조금씩 마음 속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생략) 그러면 막 대성통곡을 하죠. (생략) 그러면 "괜찮아, 괜찮아" 말해 주면서 "지금 말하고 싶지 않으면 조금 푹 자고 난 후에 이야기 하자"고 말해요. (생략) 이게 조금 지나가고 나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이상하다, 왜 혼내지 않았냐?" (생략) 이런 꼭지를 넘어가면 이후에는 그 정도로는 폭발하지 않더라구요. 

     

    이재원: 처음부터 이런 방식에 대해서 확신이 있었나요? 

     

    안혜연: 있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그런 타입이거든요.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제가 감정이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계속 힘들게 하면 저도 약간 폭발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그런 때는 달래 줘야 해요. 무조건 네가 맞다, 맞다 하면서요. 그래서 저는 (청소년들이) 폭발하면서 화내는 게 전혀 무섭지 않아요. 그게 진짜가 아니거든요. 그건 진짜 감정이 아니에요. 그 안에 다른 게 있어요. 그걸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고 도와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재원: 그렇다면, 선생님과 정반대 스타일로, 조용하게 반항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하셨어요? 

     

    안혜연: 그것은 저에게 너무나 어려운 숙제였죠. 그런 아이들 있잖아요. 원래 말이 없고, 이런 아이들은 저한테 진짜 힘든 숙제였어요. 이런 아이들 경우엔 훨씬 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에요. 가까워지는 것도 그렇고,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사람마다 속도가 다 다른 거잖아요. 

     

    이 순간에, 안혜연 선생님과 다소 반대 성격을 가지고 계신다는 방예지 선생님에게 묻고 싶어졌다. 

     

    방예지: 오히려... 조용하거나, '몰라요'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더 포착하기 쉬운 게... 걔네는 계속 '0'이에요. 주파수로 따지면 이렇게 (수평선을 그리며) 가는 '0' 있잖아요. 근데, (행동 변화가) 0.1? 0.2? 한 0.5만 되어도, 얘네는 이게 다 반응이고, 내가 추측할 수 있는 증거인 거에요. 그래서 더 포착하기 쉽다고 생각했거든요. 왜냐하면 항상 조용하거나, 계속 모른다고 말하거나, 이런 아이들은 오히려 (작게 보이는) 반응이 다 증거인 거에요. 

     

    이재원: 그러니까 아무리 작아도, 원래 '0'이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다는 말씀이죠? 그 친구에게 관심이 있다면. 

     

    방예지: 맞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감정이 폭발하거나 기복이 심한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감정이 폭발할 때에는) 내버려 두거나 남자 선생님들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던 것 같아요.

     


    위 대화록에서 두 가지 의미 있는 결론을 정리해 보았다. 

     

    (1) 실천가가 먼저 자신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저항하는 아동/청소년을 만나는 실천가도 특정한 (내성적이든, 외향적이든)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안혜연 선생님이나 방예지 선생님 두 분 모두 약간 타고난 면이 있는 뛰어난 실천가이시지만, 성격적인 면에서 보면 반대에 가깝다. 불 같은 안혜연 선생님께선 불 같이 타오르며 반항하는 청소년 마음을 상당 부분 (특별히 노력하지 않고서도) 이해하신다. 특히, 겉으로 보이는 모든 공격적인 언행은 표면에 불과하고 그 안에 진짜 마음이 있다, 는 통찰은 안혜연 선생님이 타고난 천성과 풍부한 경험이 정교하게 직조된 결과물이다. 반면, 방예지 선생님께서는 물 같이 멈추어 있는 듯 조용히 흐르며 저항하는 아동의 마음을 (역시, 특별히 노력하지 않고서도) 이해하신다. 심지어 멈추어 서 있는 듯 보이는 아이들 변화를 '훨씬 더 포착하기 쉽다'고 말씀하실 정도. 왜? 애초에 변화가 적으므로, 혹시라도 미세한 변화가 나타나면 그 변화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분 모두 (적어도 초기에는) 힘들어 하셨던 유형은, 자신이 가진 원래 스타일과 반대되는 스타일을 가진 아동/청소년. 그러므로 실천가는 자신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특수성 안에서 보편성을 끄집어 내고, 보편성 안에서 특수성을 재구성해 내기 위해서. 

     

    (2) 결국, 변화는 관심어린 관찰로 포착해 낼 수 있다: 사회사업가는 긍정적인 변화에 동참하는 일이다. 결국 변화 그 자체는 내담자가 만들겠지만, 사회사업가도 내담자가 변화해 나가는 과정에 부드럽게 동참해서 가끔씩은 결정적 촉매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촉매가 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파도 흐름을 잘 읽어야 하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물이 스펀지에 스며들 듯이 자연스럽게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능력/노력은 역시 관심어린 관찰. 불 같은 안혜연 선생님이나 물 같은 방예지 선생님이나 두 분께서 공히 가지고 계신 능력, 혹은 온 힘을 다해서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세심한 관찰이다. 안혜연 선생님은 크게 일어나는 화염만 관찰하시지 않는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진짜로 문제가 되는 게 무엇인지, 그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타오르는 불길을 지켜보신다. 큰 변화 이면에서 이어지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미세하게 인식하니 불길을 잡을 수 있는 거다. 방예지 선생님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심하게 관찰하신다. 크게 파동을 일으키지 않는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예지 선생님처럼 해야 한다. 즉, 내 눈을 현미경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보이는 미세한 떨림을 포착해 내야 한다. (다시 말하건대) 결국, 변화는 관심어린 관찰로 포착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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