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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 심층 인터뷰 02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저항하는 내담자를 돕는 비법(책) 2021. 10. 3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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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식,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요."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 라고 말하는 청소년 내담자 마음을 어떻게 열 수 있는가? 를 주제로 사회사업가 세 명이 모여서 자유롭지만 심층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안혜연 사회사업가는 단기청소년쉼터에서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 방예지 사회사업가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조금 더 어린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 그리고 강점관점실천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나 이재원 사회사업가. 

     

    <심층 인터뷰 1탄 내용을 들여다 보시려면? 아래 박스 링크를 클릭하셔요!>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 심층 인터뷰 01

    내가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는 1:1 제자, 안혜연 선생님과 최근에 어떤 교육을 통해서 알게 된 젊은 피, 방예지 선생님을 초청해서 작은 인터뷰를 가졌다. 말이 인터뷰지, 그냥 우리 세 명이 모여

    empowering.tistory.com

     

    안혜연: 제가 생각하는 포인트는 아이가 피식,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계속적으로 만들어서 그게 빨리 나올수록 빨리 마음을 연다, 이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웃는 모습이 잘 관찰이 안 된다 그럴 경우에는 보통 먹는 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중/고등학생은 먹는 것에 대한 문화가 있는 것 같거든요. 뭐 하나 유명하다 올라오면 다 편의점 가서 사 먹어야 되고, 그런 게 있는데. 매운 음식 가지고 얘기하는 게 좀 팁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너 매운 거 잘 먹어?”, “너 맵찔이야?” 아니면 “맵부심이 있어?” 이런 거 물어보면 애들이 그거 되게 예민한가 봐요. 자존심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재원: 하하... 별것도 아닌데.

     

    안혜연: 별 것은 아닌데 둘 중에 하나는 걸려요. 진짜 맵찔이든지 엄청 잘 먹든지. “그래? 너 그럼 뭐 몇 단계까지도 먹을 수 있어?” 이제 이런 거 물어 보면 “여기 4단계 먹는 애 있는데?” “허! 그건 껌이죠” 아니면 “저 맵찔이에요”라고 말하면 “애들이 매운 거 못 먹는다고 무시하면 짜증 나잖아?” 이런 이야기를 하면 푸는. 보통 마라탕, 라면, 떡볶이 이런 걸로 이야기가 확 좀 풀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재원: 나 같아도... 안 선생님이 그렇게 웃게 만들면서 이렇게 접근하면 이 마음을 열 것 같긴 해.

     

    안혜연: 하하... 먹는 거에는 다 통하는 것 같아요.

     

    이재원: 피식,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다고 했는데요. 예전에 제가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웃음이라는 게 어디서 나타났는지. 이 웃음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인류 초기에 동굴에서 살 때 동굴 밖에서 뭐가 올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밖에서 뭐가 오길래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우리 식구야. 그러면 이제 긴장이 풀리잖아요. 이렇게 긴장이 풀리면서 짓던 게 미소, 웃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쉼터에 와서 웃는다는 거는 긴장을 풀었다는 말이죠.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다는 게 일단 한 단계 넘어간 거에요. 그래서 ‘내가 당신을 대화 상대로 봐줄게’ 이런 느낌? ‘아~ 여기는 내가 좀 마음 놓을 수 있는 곳이구나’ 이런 느낌인 거죠.

     

    안혜연: 그래서 제가 조금 디테일한 행동을 생각해 봤거든요. 열심히 노력해도 안 웃는 애들이 있어요. 음... 그럴 때는, 저희는 사무실 옆에 거실이 있고, 사무실에서 거실 쪽으로 유리로 된 창문이 있거든요. 애들을 지켜 볼 수 있는 창문인 거죠. 그러면 이 창문에서 이런 식(배트맨 흉내)으로 계속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계속 뭔가 신경쓰도록 만드는 거죠. 저희 선생님들은 오래 같이 근무하신 분들이라서 우리 제 친구의 마음을 뺏어야겠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돌아가면서 선생님들이 이런 거 하는 거에요. 이렇게 하면 어디선가는, 짜증이 나든 다른 이유 때문이든 한 번은 웃어주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아이가 웃었다, 그러면 이렇게 말하죠. “숨어서 웃지 말자. 웃기면 웃어도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렇게 웃기면 그게 또 어색하니까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막 참아요. 그래서 말하는 거죠. “그렇게 하지 말자. 우리 이제 편하게 웃자.”

     

    이재원: 그러니까 안도감, 이게 진짜 굉장히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쉼터라는 게 말 자체가 ‘안전한 곳’이잖아요. 그래서 묘하게 겹쳐져요. 그리고 여러분이 하시는 일 자체가 아이들한테 안도감을 주는 거잖아요. 결국, 안도감 끝에는 웃음이 있는 것이고. 웃을 수 있다는 건, 적어도 ‘여기 이 어른들은 안심해도 되는구나’ 이런 느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대로 좀 그래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아주 강력한 신호처럼 느껴질 것 같거든요. 그래서 웃기는 방법이 참 효과적일 것 같아요. 더군다나 안 선생님 같은 경우는 본인을 완전히 내려놓고 웃기니까. 청소년이 왜 웃을 수 있겠어요? 상대방이 약간 우스워 보여야 웃을 수 있잖아요. 저 하늘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면 어떻게 웃겠어요.

     

    방예지: 진짜로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하시는 거 같아요. 뭘 알고 통해야 웃잖아요. 저도 애들 때문에 틱톡 보거든요. 애들이 하는 게임 하고 받아서 게임 해 보고.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가요, 댄스도 자연스럽게 일부러 틀어주고. 저도 대충 추면서. 가르쳐 달라고 하고. 이게 진짜 엄청난 노력을 하는 거잖아요.

     


    오늘 새벽, 잠에서 깬 아내에게 위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아내는 평소에 이용인 분들을 어떻게 웃기는지 물어 보았다. (아내는 성인여성발달장애인단기쉼터에서 일하고 있음) "저는 보통 갑자기 춤을 추죠. 평소에는 근엄하게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한 막춤을 추니까, 웃는 거죠." 아내는 운동신경이 있는 사람이고 리듬감도 있는 사람이라서 춤을 제대로 추면 잘 춘다. 하지만 가끔씩은 이용인 분들을 웃기기 위해서 일부러 막춤을 춘다는 이야기. 다른 방법은 안 먹힐 때도 있지만, 막춤을 추면 거의 예외 없이 상대를 웃길 수 있다고 아내가 귀뜸해 준다. 흐흐.  

     

    그렇다면, 웃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첫째,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의도적으로) 웃기는 행동에는 대개 맥락이 있고 의도가 있다.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날 때 웃는다. 코미디언이 사람들을 웃기는 기술을 보면, 빵 터지기 전에 반드시 밑밥을 깐다. 밑밥을 잘 깔아야 어떤 기대가 생기고, 그 기대를 배반해야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코미디는 문화적인 코드가 중요하고 배경과 맥락이 중요하다. 따라서 웃기는 사람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고, 결국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둘째,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웃기는 행위는 결국 나 자신을 희생시켜야 하는 작업이다. 웃기려는 내가 우스워 보이지 않으면 상대를 웃길 수 없다. 망가져야 웃기고, 내려 놓아야 웃기는 법이다. 20여년 전, 내가 군에 입대했을 때, 논산 훈련소를 거쳐서 자대에 배치 받은 후 고참들에게 가장 먼저 배운 철칙이 바로 '(고참들 앞에서) 절대로 웃지 말라'였다. 사람이 어떻게 안 웃을 수 있겠는가. 생활 중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이 새 나오기라도 하면, 고참들은 '어, 너 지금 웃어? 미쳤냐? 지금 캠핑 왔어? 긴장 안하지?' 라고 말하면서 무섭게 군기를 잡곤 했다. 물론, 군대가 가장 권위주의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왜 웃음을 금지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원조전문가에게 저항하는 내담자는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내담자 앞에서 우리 관심사는 '저 사람을 어떻게 구워 삶아서(?) 내 편으로 끌고 올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내 편으로 끌고 오려고' 아무리 힘을 써도 잘 되지 않는다. 온갖 방법을 사용해 봐도 무용지물이다. 이유가 뭘까? 저항이란 기본적으로 힘이다. 내 쪽으로 끌어 당기려고 힘을 쓰는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상대가 힘을 쓸 때, 우리는 이를 저항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엄청나게 힘을 쓰는 이유는 뭘까? 다시 말하자면, 그가 저항하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내가 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아니라고 부인도 하겠지만) 사실은 내가 먼저 힘을 썼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내담자를 (특히, 의도적으로) 웃기는 행위는, '내가 더 이상은 당신을 억지로 끌어 당기기 위해서 힘을 쓰지 않을게요' 라는 외교적 신호 아닐까? 웃음 속에는 본질적으로 긴장을 이완하는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라.

     

    결국, 저항하는 내담자를 내 의도대로, 내 마음대로, 내 방식대로 '구워 삶는 방법' 따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먼저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가지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그도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가지고, 친근하게 대해줄 것이다. 

     

    "그러지 말자. 우리 이제 편하게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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