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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작(參酌)과 사회사업: 체계론적 관점 이해하기
    지식 공유하기(기타)/기타 2021. 12. 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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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어려운 한자어이지만, 우리 말에 '참작(參酌)하다'는 단어가 있다. 어원을 분석해 보면, 참(參)은 '참여할 참'으로서 '참여한다', '관여한다' 는 뜻이 있고, 작(酌)은 '술부을/잔질할 작'으로서 '술을 따른다'는 뜻이 있다. 그래서 참작(參酌)이란 원래 상대에게 술을 권하고 술을 따르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술을 따를 때는 잔 크기를 고려해서 술이 넘치지 않도록 신경쓰고 배려해야 하므로, '뭔가를 결정하거나 판단할 때, 주변 상황을 참고하여 이리저리 헤아린다(한국어기초사전)'는 뜻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참작(參酌)과 사회사업이 서로 무슨 관계가 있을까? 참작은 '상대를 신경쓰면서 술을 따르는 행위'이다. 우리가 술을 따를 때는, 술이 넘치지 않도록 잔 크기를 고려하고, 술을 따르는 속도, 술병을 기울이는 각도도 고려한다. 만약 대화 중에 술을 따른다면, 대화하고 있던 내용도 잊지 말아야 하고, 상대 기분과 표정도 살펴야 한다. 간접적으로는 술을 마시는 공간과 분위기, 음악도 신경쓸 수 있다. 아주 간단한 행위이지만 세심하게 분석해 보면 우리는 그 짧은 순간에 엄청나게 많은 상황을 고려하면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사회사업도 마찬가지다. 사회사업은 근본적으로 '언제나 참작(參酌)하는 활동'이다. 사회사업 뿌리에 해당하는 '환경 속의 인간(Person In Environment)' 개념을 생각해 보자. 이 개념은 '사회사업에서는 개인도 보고 환경도 본다'는 단순한 뜻이 아니다. 이 개념은 어떤 개인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참작(參酌)한다'는 뜻이고, 아울러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바라볼 때도 그 개인을 '참작(參酌)한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이 우울해 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우울한 까닭을 가족과 관련지어서 생각해 보고, 그 사람이 느끼는 우울감이 현재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참작(參酌)해야 '환경 속의 인간' 개념에 맞게 사고하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사업 뿌리는 체계론적 관점이지만, 사회사업가는 체계론적 관점을 어려워한다. 그 이유는 뭘까? 체계이론은 1950년대에 미국 사람들이 만들었다. 개인치료로는 이해하지도 못하고, 개입하지도 못하는 가족 문제를 발견한 사람들이 이 현상을 이해하고자 가족을 체계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체계이론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 미국 사람들은 극단적인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체계론적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어려운 개념을 많이 만들었는데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을 한국 사람들이 수입해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래서 체계이론이 그렇게 어려웠던 게다. 말하자면, 어떤 대상을 대단히 힘들게 이해한 사람들이 만든 어려운 이론을 번역해서 가르치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직관적으로, 예컨대 동양화로 체계이론을 이해한다면 어떨까? 위에 제시한 사진은 산악인 배명규 선생께서 찍으신 설악산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멋진 동양화 한 폭이 생각난다. 동양화에서는 구름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흰색을 굳이 그려넣지 않고 흰 종이 여백으로 표현한다. 그렇게 조화롭게 표현된 구름은 산이 표현하는 실루엣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말하자면 산도 구름으로 표현하는 셈이다. 'Interdependence(상호의존성)' 개념도 체계이론에서 핵심 하위 개념인데, 어려운 개념어를 떠올리는 대신 우리네 삶 경험을 돌아보면 훨씬 더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동양인으로서 우리는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음/양 개념을 편하게 수용하고 있고, 배려와 조화 개념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중심(지역밀착형) 실천이 사회사업 분야에서 중요한 흐름이 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언제나 주변과 상대를 의식하고 신경쓰는 '참작(參酌)하기', 다시 말해서 체계론적 관점은 더욱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이제는 서로 다른 두 영역을 참작(參酌)하면서 일하면, 기존과는 다른 또 다른 차원에서 일해야 한다. 사례관리만 하던 사람이 지역사회조직 업무를 동시에 맡았을 때, 이쪽 영역과 저쪽 영역,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서로 연관시키지 못한다면 한쪽 방향으로 절뚝거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 하던 동일한 업무라고 해도 연관된 다른 업무를 참작(參酌)해서 융합된 형태로 다르게 해야 똑바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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