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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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에게 상담 기술을 가르치는 선생이, 어느 날 문득 생각하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10. 20. 06:59
사회복지사에게 상담 기술을 가르치는 선생이, 어느 날 문득 생각하다 "안타깝지만, 그런 기술은 없어요. 있다면 저부터 배우고 싶어요." 나는 2005년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시민단체와 장애인 재활 관련 재단, 병원 및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고 난 후, 좀 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2012년 대학원에 진학했다. 마침 지도 교수님께서 해결중심가족상담 전문가(전 해결중심치료학회 회장)이셔서 박사과정까지 해결중심상담을 공부했고 10년 넘게 임상 경험도 쌓았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귀인(양원석 선배)을 만나 함께 글을 쓰고 세상에 발표하면서 사회복지계에 이름이 조금 알려졌고, 결국 주로 사회복지사에게 해결중심상담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법과 기초상담 기술을 가르치게 되었다. 가족치료 업계에서 활동할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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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국이구나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9. 22. 07:18
여기, 한국이구나 2019년 8월 17일. 드디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30일 만에 돌아온 한국땅. 나는, 그해 7월 중순에 서울에서 출발, 프랑스 파리를 거쳐서 떼제베(TGV)를 타고 스페인 접경 지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스페인 중북부 지역을 가로질러서 세상 끝까지 총 850km를 걸었다. 많은 사람이 평생 한 번쯤은 걷고 싶어하는 바로 그 길, 산티아고 순례길. 아, 제발 부러워하지는 마시라. 여유가 넘쳐서 가지도 않았고, 단순히 재미로 가지도 않았으니까. 사실은 막다른 골목에 갇혀서 이러다가는 정말로 죽을 것 같아서 갔으니까.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 세상 끝까지 가 보자고 생각해서 갔으니까. 길을 다 걷고도 허무하면, 죽어버려야겠다고 결심하고 떠난 길이니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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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582)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9. 16. 09:09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582) “저기 어때? 오늘 가 볼까?” “그럴까? 반응이 없으면?” “아냐, 반응이 올 거야.” “오늘, 봄이에게 신세계가 열리는구나!” 붕붕이(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와요. 근데, 엄마랑 아빠가 대화를 나눠요. 날 데리고 또 어딜 가려나 봐요. 너무 어려운 말을 써서 전부 알아 듣진 못했어요. 그래도 느낄 수 있어요. 옷 가게? 장난감 가게? 어디 가요, 우리? 길가에 붕붕이를 세웠어요. 다 왔나 봐요. 물(비)이 와요. 우산을 쓰고 들어가요. 언니, 오빠(어른들)가 많아요. 뭐가 재밌는지 시끄럽게 이야기해요. 우리도 자리에 앉아요. 아빠가 웃어요. 엄마도 웃어요. 뭘 먹을 거래요. “당신은 뭐 먹을래?” “자장면 먹어야지. 봄이랑 함께 먹을게요.” “난, 새우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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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글쎄, 당신이 나를 거의 밀었다니깐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8. 12. 21:01
나: 아니 글쎄, 당신이 거의 나를 밀었다니깐! 그녀: 말도 안 돼욧! 내가 언제 그랬어요? 그녀는 내가 가르친 학생이었다. 나는 2020년 3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해결중심상담을 가르치는 온라인 클래스를 소규모로 진행했다. 그녀는 이 클래스에서 내게 해결중심상담을 배웠다. 음... 첫 인상이 무척 좋긴 했다. 우리 클래스는 메신저 그룹 통화 기능을 활용했기에 수업 중에는 늘 음성만 들었지만,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 잠깐 화상 통화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 얼굴을 처음 보았는데, 홀딱 빠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잊혀지지 않았달까. '목소리도 곱고, 얼굴도 곱구만!'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 그렇지. 초기에 그냥 막연하게 호기심이 들어서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열어 봤다. 그냥 평범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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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안녕, 언니, 아빠, 엄마, 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8. 8. 07:36
어제 새벽, '무~울, 무~울' 소리가 들려서 슬쩍 깼다. 딸 아이가 내는 소리. 갑자기 물이 먹고 싶은가 보다. 아직 한참 어두운 시간. 침대맡에 미리 준비해 둔 물컵을 아내가 들어 올린다. 보통은 물을 먹이면 금방 다시 자는데, 이번에는 '무~울, 무~울'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봄아~ 물 마셔~ 응? 물, 아니야?" 아침에 시간이 나서 아내를 직장까지 차로 모셔다 주었는데, 이렇게 말한다. "평소엔 물을 주면 금방 다시 자는데, 계속 물, 물 그러더라고. 그래서 가만 생각해 보니까, 물 달라는 소리가 아닌 듯했어요. 그러니까 그 물이 그 물이 아니었나봐. 너무 더워서 그랬나봐." 그러게? 딸 아이가 쓰는 단어는 빤하다. 지금 봄이 비교적 또렷하게 발음하는 단어는 여섯 개 정도. 제일 먼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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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527)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7. 21. 09:53
전문가로서 해결중심상담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씩 사람들이 해결중심 질문을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교묘하게 꼬셔서 우리 말을 듣게 만드는 비법' 쯤으로 여기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럴 때, 미리 준비한 '우영우 동영상'을 튼다. 내가 트는 장면을 한 번 보자. 아버지: (골목에서 영우룰 찾으면서) 영우야~ 영우야~ 영우야~ 영우야~ 슈퍼 주인: (평상 위에 누워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영우에게) 자, 이거 까까. 너, 자꾸 울면 경찰 아저씨 부른다. 경찰 아저씨 오면 떼끼 이놈 한다. 아버지: (골목길에서 영우를 찾다가 두 사람을 발견한다) 영우야! 슈퍼 주인: 아 쬐끄만 게 어찌나 목적이 큰지, 내 귀청 나가는 줄 알았네. 아버지: (단호하게 울고 있는 영우에게) 우영우씨, 이 행동은 인근 소란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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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484)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6. 8. 10:04
그네가 좋아요! 나는 아침에 6시 반이면 잠에서 깨요. 엄마는 내가 너무 일찍 깬다고 투덜대요. 일찍 자니까(밤 8시 반) 일찍 일어나나 봐요. 근데, 우리 집에는 나보다 일찍 깨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 아빠요. 매일 아침 엄마 품에 안겨서 아빠 방 문을 두드리거든요. 아빠는 늘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어요. '우리 봄이, 잘 잤어?' 아빠가 씩 웃으면서 나를 안아 줘요. 그러면 하루가 시작되죠. 아빠를 만났으니 책을 읽어 달라고 해야겠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예쁘게 인사해요' 책을 집어 들어요. 아빠는 '또 읽어줘? 이번에 읽어 주면 100만번 읽는 거야' 라고 말해요. 흠... 나는 늘 새로운 걸 어떡해요. 그 사이에 엄마는 내가 먹을 밥을 준비해요. 어떤 날은 카스테라 빵을 먹지만, 보통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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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상상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6. 8. 10:02
이상한 상상 2023년 6월 4일, 이재원 씀. 나는 평소에 이상한(?) 몽상을 자주 떠올린다. 왜 '이상하다'고 말하냐면, 어떤 상황에서든 최악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차를 운전해서 어딜 간다면, 아주 자주, 자동차 사고가 나는 상황을 상상한다. 만약에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운전 중인데, 사고가 나면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게 될까? 순간적으로 안전벨트가 조여지면서, 목이 앞으로 꺾이거나, 핸들에 머리를 부딪히겠지? 만약에 핸들에 머리를 부딪힌다면, 어떤 부위에 어떤 강도로 부딪히게 될까? 이런 상황을 머리에 아주 세세하게 떠올린다. 어제도 그랬다. 사랑스러운 아내, 귀여운 딸과 함께 강화도에 놀러 갔다. 동막 해수욕장에 들러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았다. 이제 16개월에 접어든 딸은,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