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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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477)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6. 2. 06:54
글쓰기 교육 자료를 찾기 위해서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일본 CF를 접했다. 말하자면 지하철 광고인데, 어느 지역에 새로운 직통 편이 개설되었다는 내용을 전파하려고, 유명 배우인 오다기리 조를 기용해서 아주 짧은 영화를 찍었단다. 제목이 '아빠와 딸의 풍경.' (새롭게 개통되었다는 그) 지하철 편을 타고 통학하는 딸과 통근하는 아버지 이야기다. 광고가 시작되면, 아직 어린 딸과 젊은 아빠가 대화를 나눈다. 딸: (목적지가) 너무 멀어. 아빠: (미소지으며) 금방이야. 딸이 '멀다'고 말하는 대사, 아빠가 '금방'이라고 말하는 대사는 모두 중의적(重義的)이다. 우선 표면적 의미. 당연히, '멀다'는 말은 출발역에서부터 도착역까지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그리고 '금방'이라는 말은 얼핏 멀게 느껴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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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454)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5. 9. 10:10
아마도, 우리 가족은 2023봄을 지긋지긋하게 안 떨어지는 감기로 기억할 듯하다. 우선, 딸 아이가 감기에 걸린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 아슬아슬하게 나을듯 안 나을듯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아내도 심하지는 않지만 감기에 걸렸는데, 보름째 콜록대면서 마른 기침을 하고 있다. 나는? 어쩌면 가장 심각한 감기라고 말할 수 있는, '폐렴'에 걸렸다가 서서히 낫는 중인데, 가슴팍에서 노래 소리가 들리는 폐렴 증세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가래가 끓고 기침이 끝나질 않는다. 헌데, 어젯밤... 아니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늘 새벽 12시쯤, 딸 아이 증세가 갑자기 악화되었다. 기침을 하려다가 가래가 목에 걸리는지 숨 넘어가는 소리를 하면서 괴로워한다. 물 마시려고 잠시 일어났다가 놀라서 나를 깨운 아내는 당황하고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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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와 호불호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5. 5. 06:35
제목: 특이와 호불호 글쓴이: 이재원(2023) “선생님 말투가 특이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교육에서 수업이 끝나고 소감을 듣는 시간에 이런 말을 들었다. 특이. 어릴 때부터 참 많이 듣는 단어. 저 말씀을 주신 학생 분에게 나를 놀리거나 모욕하실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안다. 하지만 나는 잠시 흔들렸다. 솔직히,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아마도, 내가 강의할 때 목소리를 좋게 들리도록 만들지 않아서 그리 말씀하셨으리라. 왜 있잖나. (특히 직장에서) 전화 받을 때 만드는 비즈니스 톤. 음으로 치면, 바로 그 '솔'. 사회복지사라면 더욱 더 신경을 쓸 만한 하다. 누굴 만나든 친절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헌데, 나는 목소리를 '좋게 보이도록' 만들지 않는다. '솔' 음을 내려고 노력하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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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토요타 수작 CF)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4. 25. 06:43
며칠 전, 토요타(Toyota) 자동차에서 2015년 발표한 CF, "Loving Eyes(사랑으로 바라보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20세기 자동차는 단순한 탈 것 정도가 아니라, 한 가족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 삶 자체이기도 한데, 이런 발상을 감성적인 터치로 그려낸 수작이었다. 이 CF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전반부 제목은 '아빠가 바라본 딸(Father's view)'이고, 후반부 제목은 '딸이 바라본 아빠(Daughter's view)'. 제목 그대로, 전반부에서는 아빠가 바라본 딸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후반부에서는 반대 모습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각 장면이 모두 직관적이어서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와 관련해서 평범한 가족이 겪을 만한 사연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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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399)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3. 15. 16:39
나: 안녕하세요? 봄이 데리러 왔어요. 씨앗반 주임 선생님: 봄이 할아버지세요? 안녕하세요? 나: 아, 저 봄이 아빠입니다. 제가 조금 늦게 아이를 낳아서요. 씨앗반 주임 선생님: 저런... 죄송해요. 아버님이시구나~ 나: 괜찮습니다. 흐흐... 새학기를 맞아서 딸 아이가 어린이집을 옮겼다.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이라서 좋다. 거의 매일 아침 저녁으로,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나로서는 부담이 훨씬 덜하다. 이젠 느긋하게 걸어서 5분이면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나. 그런데 첫 번째 날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씨앗반 주임 선생님이 나를 못 알아 본다. 할아버지인 줄 아셨단다. 하긴... 검은 야구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했는데, 흰 머리까지 희끗희끗 보이니까 오해할 수 있겠다.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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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387)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3. 15. 16:38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387) 새학기가 되면서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을 다른 곳으로 바꾸었다. 이전 어린이집은 거리가 조금 멀었다. 유모차를 밀면서 갈라치면 약 15분은 걸어야 했다. 걸으면서 운동도 하고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급하게 어린이집에 가야할 땐 불편했다. 다행히, 공립이면서 정말로 가까운 곳(200m)에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예전에 대기를 걸어놓았는데, 마침 자리가 비었다면서 아이를 보내라고 제안해 왔다. 알고 보니 이곳은 만 5세까지 쭉 보낼 수도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첫날은 아이가 힘들어 할 수 있으니 1시간 정도 머물면서 적응하도록 도와 달란다. 그래서 등원한 9시부터 30분 동안 등 뒤에서 지켜봤는데, 아이 모습이 안정적이었다. 굳이 1시간을 채울 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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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치과랑 친하게 지내자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2. 22. 07:42
이젠, 치과랑 친하게 지내자 이재원(2023) "치과랑 안 친하시죠?" 이가 또 깨졌다. 바로 임플란트 심으라고 할까봐, 돈이 억수로 들어갈까봐, 살얼음 위를 소곤소곤 걷듯 살았는데, 방금 엎어져버렸다. 이젠 도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치과에 가야겠다. 그런데 깨져도 하필이면 아이 돌잔치 도중에 깨지냐. 맛있는 고급 회가 눈 앞에 있는데, 거의 제대로 손도 못 댔다. (시바.) 2014년 여름, 고통스럽게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피하고 도망다니다가, 결국 법정까지 끌려나왔고, 허망하게 관계가 끝장났다. 그 뒤로 나는 암흑 속에서 5년이나 살았다. 그 중 4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고, 3년 동안 우울증을 앓았으며, 2년 동안 쓰레기집에 살았고, 1년 동안 라면만 먹고 살았다. (에고.) 돈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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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봄이가 절을 다 하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1. 25. 12:18
(아버지 말씀) "어? 봄이가 절을 다 하네?" 언젠가 아버지를 2년 정도 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못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끔찍한 일을 당하고 나서 거의 완전히 칩거 생활을 했을 때,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으로 가족을 멀리했습니다. 좌절감, 창피함, 분노, 원망 등, 마음 속 밑바닥에서부터 헛구역질처럼 매일 역하게 올라오는 감정을 온 몸으로 견디느라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마저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제가 혼자 살던 집 상황은, 마치 쓰레기장 같았습니다.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서 동원한 수사법이 아닙니다. 온갖 잡동사니가 굴러 다니고, 모든 옷가지가 발길에 채여서, 문득 정신이 들 때마다 처참해서 스스로 놀라곤 했습니다. 그 한 가운데 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