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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코고는 소리마저 사랑스러운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2020. 5. 5.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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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vo.la/2Yq7

    나의 까미노. 

     

    5. 코고는 소리마저 사랑스러운. 


    한밤 중의 알베르게에서는 거의 언제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통상적으로, 작은 알베르게는, 한 방에 4~6명이 잘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작은 방들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많고 이렇게 작은 규모로 자게 되면 코고는 소리를 듣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특성(?)을 알기 때문에 안심하고 잘 수가 있다. 하지만 보통 무니시팔(공립 알베르게)에서는 대규모(최대 약 100명)로 자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코고는 사람이 없을 리가 없다. 그냥 코고는 게 아니다. 알베르게가 떠내려갈 정도로 소리가 크다.

    사실, 코고는 소리도 코고는 소리지만 스페인 사람들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장난이 아니다. 이 사람들은 목소리가 원래 큰 건지… 까미노가 깊어질수록 따라서 깊어지는 사람들 사이의 정 때문에 산티아고에 가까워질수록 밤에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나마 염치가 있는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지만 오… 한여름에는 보통 창문을 열어두고 자기 때문에 밖에서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으신지… 아니지, 많지. 내가 그마음 충분히 이해하지.

    사실, 알베르게에서 경험하는 최악의 사운드는… ‘물고 빠는 소리’이다. 무슨 소리냐고? 이층침대에 남녀가 함께 올라가서 '물고 빠는' 것이다. 윽… 알베르게는 툭 터져 있어서 옆에서 그 소리를 다 들을 수가 있는데… 그래도 있다. 실제로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까미노에서 만난 김과 리(한국인 대학생)는 나에게 말했다. “아… 점마들 때문데 죽는 줄 알았어요. 사람들 자야 하는데 밤늦도록 물고 빨고… 그래서 우리가 헛기침도 하고 노려보기도 하고 혼잣말로 ‘이것들아 작작 좀 해라’ 하고 말도 해 봤다니까요. 그래도 소용 없어요. 오늘은 점마들 피해서 알게르게에 가는 게 목표에요.” 

    까미노에서 생활하는게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니 오죽 별별 사람들이 다 있겠는가? 물론, 만국 공통의 배려와 친절이 배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노력들은 다들 한다. 예컨대, 새벽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가방이며 개인 소지품을 복도나 로비에 가지고 나가서 짐을 싼다든지, 주방에서 설거지는 깨끗이 하려고 노력한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불평하기 위해서 까미노에 간 것이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까미노 순례자의 기본 자세. 코고는 소리마저 사랑스럽게 생각할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다. 얼마나 피곤하면 코를 골겠는가?

    Buen Camino!

    2014년 9월 5일 이재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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