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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보단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5. 1. 06:27728x90반응형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8화 중에서>
석형: "민하야, 나는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보단
책임감 있는 사람이 좋아.
넌 좋은 의사가 될 거야.
책임감 있게, 도망 안가고, 최선을 다했어.
너, 오늘 너무 잘했어."
부부치료자로서 생각해 보건대, 이혼은 이를테면 죽음을 경험하는 일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 우리는 우리 정체성의 일부를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 관계의 총체가 내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그 중 어느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내 정체성의 일부가 죽는 것과 같다. 더구나 배우자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결국, 이혼이란 내 반쪽이 죽어가는 일이다.
만약 상호간에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쌍방과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혼을 이유로 지나치게 오랫동안 괴로워 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혼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그는 마음 속에 떠오르는 죄책감과 책임감을 피하지 않고 오롯이, 세세하게, 낱낱이 느끼고 있는 거다. 도망가지 않는 거다.
어디 이혼 뿐이랴. 우리가 멀쩡한 치아 십여 개를 마취없이 억지로 부러뜨리는 듯한, 극한의 정신적 고통을 피하지 않고 버티고 서서 전부 느끼는 이유는, 바보 멍청이 같은 책임감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내는 바보 같으되 바보 같지 않다. 적어도, 그럴 듯하게 들리는 핑계나 쉬운 이유를 대면서 도망가지는 않는 것이므로. 세찬 비바람에 끝끝내 맞서서 버티어 낸 역사가 풍요로운 어머니 대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훌륭한 원조 전문가가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한 가지 방법은,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보단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혈하며 죽어가는 산모와 그 뱃속의 아기 앞에서, 책임감 있게, 도망 안가고, 최선을 다한 전공의, 추민하 선생처럼. 오늘도 자기 현장을 묵묵히 지키면서 클라이언트를 지키기 위해서, 혹은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책임감 있게, 도망 안가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회사업가 동료들에게 말하고 싶다:"선생님은 좋은 원조전문가입니다. 오늘도 너무 잘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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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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