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선생님 덕분이에요, 라고 듣고 싶어했던 나에게
    상담 공부방/1:1 제자 해결중심 공부 2021. 7. 11. 21:19
    728x90
    반응형

    일요일 새벽에 1:1 제자, 안혜연 사회사업가와 함께 이야기치료 책("우리 삶의 이야기, 다시 쓰기")을 강독하면서 공부하다가, 누군가를 돕는 원조전문가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 우리 둘 다 과거 언젠가는 "내가 당신을 도와 줬잖아요"라고 생각하며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나는 안 선생님에게 '어쩌면, 누구나 그 칭찬이나 인정을 원조 전문가로서 살아가는 이유로 삼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겉으로는 멀쩡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원조전문가, 혹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만 들여다 보면 그 유명세가 오로지 인정에 대한 타는 목마름으로 만들어져 있을 뿐인 사람이 적지 않다(SNS에 차고도 넘친다). 이런 이들은 원조 과정에서 만난 고객을 (비록 아동이나 청소년이라고 해도) "우리 아가", 혹은 "우리 OOO"라고 부르며 친근한 척을 하기도 한다. 이는 친밀함으로 진실을 슬쩍 가렸을 뿐, 냉정하게 말하자면 고객을 내 원조 행위에 종속시키는 미성숙한 대상화이다. 물론, 나와 안 선생님은 이런 모습조차도 좀 더 성숙한 원조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속하는 과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함께 했다. 누구나 이럴 때가 있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다만, 시간을 연료 삼아 성장해야 한다. 허허실실, 고객에게 목 매달지 않고 인연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경지까지 나아가야 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목차)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 [시즌 2] 1. 산모와 태아를 도와 주고 싶었어 장겨울: 이 환자 분, 잘 하면 성공할 수도 있겠는데요? 추민하: (마우스를 스크롤해서 한 차트 안

    empowering.tistory.com


    안혜연 선생님께서 쓰신 훌륭한 글을 소개한다: 

     

    최근 쉼터에서 2년여 시간을 함께 보낸 기특이가 퇴소를 했다. 기특이는 마지막으로 작성한 퇴소서에 이렇게 썼다. (사진: "자기 스스로에게 칭찬 - 일 계속 잘 하고 있고, 빚 갚으려고 돈도 잘 모으고 있고, 엄마랑 사이 좋아지려고 노력도 잘 하고 있다. 시설에 대해서 도움이 되었던 부분 - 가장 큰 건 맛있는 밥. 편하게 잘 수 있는 공간에 냉난방까지.") 기특이가 작성한 내용을 보면서 정말 흐뭇하고 기뻤다. ‘쉼터에 특별한 고마움을 표현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쁜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예전 일이 떠올랐다.

    몇 년 전, 장기간 쉼터에서 함께 했던 후기 청소년이 퇴소했다.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청소년을 돕기 위해 학업, 의료, 상담, 활동 등 부족함 없이 연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연계하는 도움이 늘어날수록 청소년은 점점 더 불평을 많이 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가 괘씸하게 느껴졌고 서운한 마음, 억울한 마음이 켜켜이 쌓인 끝에, 찝찝하게 사례를 마무리 했다. 퇴소 후에도 한동안 불편한 마음이 지속됐지만, 깊게 생각하기는 싫어 마음 한 켠에 덮어 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중에 ‘강점관점'을 공부하면서, ‘청소년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도움이라고 착각하고 주었기 때문에 괘씸하고 서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뒤늦게 해당 청소년을 만나서 내 부족함에 대해서 사과하고 그런 모습도 너그럽게 이해해 준 청소년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때, 서로 마음 속에 묵혀 두었던 불편한 감정이 체기 내려가듯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서로 진심으로 응원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 나는 ‘쉼터(선생님)에서 도와 줬기 때문에’ 청소년이 변화했다고 생각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부끄럽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가 주목하고 추구해야 할 목표는 ‘쉼터(선생님)가 얼마나 고맙게 도와 주었는지를 알게 하기'가 아니라 ‘청소년이 스스로 해냈다고 느끼는 상태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퇴소한 기특이가 마지막에 작성한 설문지 안에 쉼터가 준 도움에 관한 분량보다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한 분량이 많아서 마냥 기뻤다. 나는 흐뭇하게 설문지를 읽으면서 나 자신에게 성장해 줘서 고맙고 무척 자랑스럽다고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쉼터에서 만나는 청소년이 스스로 해낸 작은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서 나가면 좋겠다. 앞으로 삶에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 스스로 쌓은 경험을 에너지 삼아 믿고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