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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갯마을 차차차에서 배우는 사회사업
    지식 공유하기(기타)/상담의 기초기술 2021. 8. 3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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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넷플릭스질(?)을 하다가 '갯마을 차차차'라는 새 드라마를 발견했다. 이 드라마, 신민아와 김선호가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 분)이 말 못할(?) 사정이 생겨서 어촌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홍반장'이라고 불리는 조금 특이한 사람(홍두식: 김선호 분)을 만나고, 두 사람이 이리저리 얽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흠... 첫 장면부터 야릇한 기시감이 들었다: '어랏? 기본적인 이야기 설정도 그렇고, 이어지는 장면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드는걸?' 곧바로 생각이 나진 않았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기억을 더듬다가 겨우 기다란 영화 제목을 떠올릴 수 있었다: 2004년에 제작된 한국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그렇지! 엄정화와 김주혁이 주인공 커플로 출연한 그 영화!

    사실, 홍반장 영화는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가와 관련된 작품이다. 홍반장이 맡고 있능 역할이 사회사업가와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이다: 홍반장은 한적한 어촌 마을에서 온갖 일을 도맡아 해결하는 만능 생활인이다. 다양한 분야 자격증(자동차정비사, 경매사, 부동산중개인, 도배기능사, 미장기능사, 타일기능사, 온수온돌기능사, 배관기능사 등)을 활용해서 주민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고객에게 부동산을 소개한 후에, 도배, 미장, 타일, 온수온돌, 배관 서비스를 동시에 제시한다. 이밖에도 홍반장은 어부, 바리스타, 찜질방 직원으로서도 일을 하고 있으며, 마을 곳곳을 누비면서 관심이 필요한 어르신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진짜(!) 동네 반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예컨대,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사업가는 지역 주민 만나면서, 상담 및 사례관리도 해야 하고, 후원금 모금 및 자원 개발도 해야 하며, 잡다한 행정적인 업무도 놓치지 않아야 하므로, 홍반장과 매우 비슷하다. 이런 저런 모든 일을 각각 최고로 잘 할 필요는 없지만, 영역별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일 터. 이런 배경에서, 어쩌면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가는 아주 특출난 재주는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못하는 일도 없는, 여러 가지 일을 두루두루 해 내는 어정쩡한 2급(?) 전문가일지도 모르겠다. (적극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동료도 참 많다.)


    7년 전, 여름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밟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스페인은 드넓은 산지가 많은 우리 나라와 달리 평야 지대가 많았다. 그래서 어떤 곳에 가면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어떤 곳에 가면 며칠 동안 황토빛 고원만 보이며, 또 어떤 곳에 가면 엄청나게 많은 해바라기가 내 눈 안에 가득 서기도 했다(우와!). 수백만 그루(?)에 달하는 해바라기가 온통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바라기는 흔한 식물이다. 워낙 씨앗을 많이 생산하는 데다가, 어디서든 잘 자라는 착한(?) 친구다. 그런데 한 번 상상해 보라. 그대 눈 앞에 해바라기가 수백만 그루(?) 서 있다면? 이제 막 꼿꼿이 서게 된 아기 해바라기부터 수명을 다해서 시들기 시작한 노인 해바라기까지 모두 한 점, 그대를 바라본다면? 그 수백만 그루 해바라기가 또렷하게 한 방향, 그대를 바라본다면? 해바라기밭도 특별해질 수 있다. 아니, 이런 조건에서는 이미 특별하다. 

     

    홍반장도 마찬가지다. 홍반장이 수행하는 잡다한 일 각각은 해바라기처럼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지만, 방향이 매우 일관되고 뚜렷하다. 홍반장이 마을에서 수행하는 각종 일, 작업, 역할은 지엽말단 혹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든 사소한 조각을 명료하게 관통하는 세 가지 원리가 엿보인다: (1) 공감, (2)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3) 강점관점.


    (1) 공감 능력: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눈치' 되시겠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나를 바라보는 이 사람이나 내가 바라보는 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홍반장은 금새 파악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선제적으로' 파악한다. 갯마을 차차차 드라마 1, 2회를 보고 있노라면, 신민아가 분한 윤혜진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혹은 지역사회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홍반장은 마치 미리 내다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윤혜진이 원하는 바나 필요로 하는 바를 알아채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컨대, 윤혜진이 마을 잔치에서 사람들이 베푼 호의를 거절해서 왕따가 되었을 때, 홍반장은 마음 사람들이 마음 상한 이유와 윤혜진이 마음 상한 이유를 동시에 파악하여 간접적으로 중재를 시도한다. 


    (2)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빠삭하게' 되시겠다. 홍반장은 반장이다. 학급 반장이 아니라, 통장, 반장 할 때 그 반장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반(班)은 1938년 일제시대 후반기에 원활하게 한국인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서 만든 행정구역으로서, 1980년대까지는 반상회를 매개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그리고 도시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그러나 홍반장이 살고 있는 어촌(청호시 공진동)에서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극적인 설정이겠지만, 이곳에서는 심지어 반상회가 열리기까지 한다). 홍반장은 지위만 반장이 아니라, 내용으로도 반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동네 사람들 집에 숟가락 몇 개 있는지까지 다 알 정도로 지역사회 속사정을 개별적으로 모조리 알고 있는 듯 보이고, 주민들 필요에 따라서 아들로서, 형으로서, 삼촌으로서 가족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3) 강점관점: 갯마을에서 윤혜진은 엄청나게 눈치가 없고, 지역사회에 대해서는 1도 이해하지 못하는 외지인이다. 애초부터 심성이 악하거나 독하지는 않은데 낯선 청호시 공진동에 와서 살아가려고 하다 보니, 자꾸 실수를 한다. 그것도 지역 주민을 무시하고, 적대적이며, 오해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그래서 공진동 주민 대부분은 윤혜진을 은근히 따돌린다. 헌데, 공진동 주민 관점으로 보면 윤혜진이 이기적인 깍쟁이처럼 보이겠지만, 서울 사람 관점으로 보면 완전히 반대로 보일 수도 있겠다. 아주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살았던 곳으로 돌아와서 어찌 됐든 주민으로서 녹아들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홍반장이 윤혜진에게 말한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사람은 누구나 다 실수를 해. 괜찮아, 걱정하지 마. 어차피 지금쯤 마을 사람들도 치과 욕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공평하게, 샘샘이라고 치고, 앞으로 잘 해 나가면 돼."


    세상에 나면서부터 의사인 사람은 없다. 의사는 10년 가까이 대단히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익힐 수 없는 방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나면서부터 변호사인 사람도 없다. 매우 힘들게, 오랫동안 방대한 법학 지식과 해석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타적인 지식 체계를 머리에 장착한 채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회사업은 약간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공감 능력,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강점관점은 태어나면서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 타고나 변호사나 타고난 의사는 없어도 타고난 사회사업가는 존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는 말이다. (정식으로 사회사업을 공부해 온 나로서도 배타적인 '우리 것'을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사실이 그렇지 않은 걸 어떡하나.) 

     

    하지만 뭔가 행동을 하고 활동을 할 때,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왜 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하는 사람과,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행동이 우러나오는 사람은 다르다. 그리고 우리가 사회사업을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공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시 강조한다. 우리는 개념과 지식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한다. 고민하면서 살지 않으면, 생각한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격언은 정확하게 사회사업가에게 적용되는 금언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활동하는 내용 하나를 한 그루(?) 해바라기라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사회사업가로서 일하면서 평생 수백만 가지 해바라기를 심고 키울 텐데, 이 모든 해바라기가 전부 다른 곳을 바라본다면? 몹시 어지럽고 지저분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현장에서 쌓은 경험에 나름대로 일관된 질서를 부여해서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어정쩡한 2급 전문가에서 탈피할 수 있다. 대지를 적시는 방법은 멀리 흐르는 강을 어떻게 해서든 끌고 오는 방법도 있지만, 내가 딛고 선 땅에서 깊게 지하로 들어가서 지하수를 터뜨리는 방법도 있다. 

     

    그대는 어떠한가?

     

    의미 없이 온갖 잡일을 하는 일용직 잡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잡일 하나를 해도 뭔가 있어 보이게 일하는 홍반장이 될 것인가?


    <갯마을 차차차에서 배우는 사회사업: 직면> 

     

    갯마을 차차차에서 배우는 사회사업: 직면

    윤혜진: (서울 친구와 전화 통화 / 동네 사람들이 스피커로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음) 어휴... 다 마음에 안들어. 서울에 있을 걸 괜히 왔어. 아니, 무슨 카페 하나 하는 아저씨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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