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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갯마을 차차차에서 배우는 사회사업: 직면
    지식 공유하기(기타)/상담의 기초기술 2021. 9. 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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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혜진: (서울 친구와 전화 통화 / 동네 사람들이 스피커로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음) 어휴... 다 마음에 안들어. 서울에 있을 걸 괜히 왔어. 아니, 무슨 카페 하나 하는 아저씨가 있는데, 무명 가수인가 봐. 너, 오윤이라고 알아? 그치? 너두 모르겠지? 아니, 그 아저씨가 계속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 이야길 하는 거야. 무슨... 매니저가 돈을 들고 튀는 바람에 2집을 못냈다나? 솔직히, 그거 핑계 아니냐? 아니, 실력이든 의지든 뭐라고 있었으면, 어떻게든 잘 됐겠지. 나는, 현재가 이 모양인데 과거 타령하면서 사는 거, 너무 비겁하고 초라해 보여.

     

    윤혜진: 왜 그렇게 봐? 

    홍반장: 그쪽은 본인이 잘났다고 생각하지? 

    윤혜진: 뭐라고? 

    홍반장: 머리 좋아 공부도 잘했을 테고, 의사도 됐고, 인생이 아주 탄탄대로였겠어. 아, 물론 시련도 있었겠지. 어쩌다가 덜컹, 하는 방지턱 같은 거? 고작 그거 하나 넘으면서 역시 의지만 있으면 안되는 거 없어, 했을 테고. 

    윤혜진: 아까 일 때문이면 그만 해. 그쪽한테 이런 이야기 들을 이유는 없는 것 같아. 

    홍반장: 왜, 남의 인생은 함부로 떠들어 놓고, 본인이 평가받는 건 불쾌해? 이봐요, 의사 선생님. 뭘 잘 모르시나 본데, 인생이라는 거, 그렇게 공평하지가 않아. 평생이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인 사람도 있고, 죽어라 달렸는데, 그 끝이 낭떠러지인 사람도 있어. 알아 들어? 

     

    <갯마을 차차차, 제 2회 중에서>


    원치 않게 서울을 떠나서 한산한 어촌 지역(청호시 공진동)에 머무르게 된 치과 의사, 윤혜진. 동네 카페에 들렀는데, 주인장인 아저씨가 자꾸 말을 붙이면서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바란다. 이 사람은 오윤, 이라고 하는 전직 가수다. 소싯적에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가요탑10 1위 자리를 두고 경쟁도 할 정도로 촉망받았지만, 매니저가 돈을 들고 튀는 바람에 2집을 못냈다고 한다. 그 뒤로 쭉~ 삶이 미끄러졌고, 동해안 어느 작은 도시 이름없는 커피숍 사장으로 살고 있다.

     

    "아, 됐고~ 이 아저씨 왜 이렇게 나한테 자기가 잘 나갈 뻔했던 가수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어하지?"

     

    윤혜진은 억지로 초대받아서 참석한 마을 잔치에서, 분위기 탓에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여전히 자기가 촉망받던 가수였다는 사실을 주입(?)하려고 하는 떠벌이, 오윤 아저씨를 또 다시 만난다. 이 상황을 슬쩍 모면하려고 들어간 창고(?)에서 (서울) 친구에게 전화 통화로 하소연을 늘어 놓는데... 이걸 어쩌나, 그곳은 그냥 창고가 아니라, 마을 회관 방송실이었고, 오윤 아저씨와 관련하여 짜증나는 감정을 토로하는 내용이 그대로 방송(!)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윤 아저씨에게 잔인한 팩트 폭력이 꽂힌다. 

     

    "솔직히, 그거 핑계 아니냐? 아니, 실력이든 의지든 뭐라고 있었으면, 어떻게든 잘 됐겠지.

    나는, 현재가 이 모양인데 과거 타령하면서 사는 거, 너무 비겁하고 초라해 보여." 

     

    마을 잔치를 즐기다가 홍두깨를 맞은 오윤 아저씨, 민망한 방송 내용을 참다 못해 제지하려고 나서는 홍반장 팔을 잡는다. "괜찮아, 괜찮아..." 이 양반, 화려했던 젊은 시절 기억에서 못 벗어난 분 맞다. 그래서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사진을 커피숍에 커다랗게 붙여 놓고 커피 마시러 들어오는 거의 모든 손님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늘어 놓는 재미로 사는 사람, 맞다. 서울과 비교하면 완전히 깡촌인 청호시 공진동에서, 엄마도 없이 철부지 반항아(?) 딸 아이를 홀로 키우는 현실을 잊고 싶겠지. 본인이 가수로서 자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을 들고 튀어버린 전 매니저 때문에 삶이 망가져버렸다고 생각하고 싶겠지. 지금 현실이 초라해 보일 수록 과거, 그래도 반짝였던 시절 이야기를 말하고 싶고 알리고 싶겠지. 그나마 서울에서 온 윤혜진이 자기를 알아볼 사람으로 보여서 그렇게 줄기차게 말을 붙이면서 알아봐 달라고 매달렸겠지. (슬프다.) 

     

    오윤 아저씨는 심성이 여려서, 이런 일이 있은 후에도 윤혜진에게 직접적으로 반론을 펴거나 화를 내지 못한다. 어쩌면 윤혜진이 말한 내용을 본인도 잘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이리라. 그래서 홍반장이 대신 나선다(솔직히, 오지랖이긴 하다). 어느 저녁, 윤혜진에게 택배를 배달하고 나서 그녀를 노려 본다. 그리고 말한다: 

     

    그쪽은 본인이 잘났다고 생각하지? 머리 좋아 공부도 잘했을 테고, 의사도 됐고,

    인생이 아주 탄탄대로였겠어. 아, 물론 시련도 있었겠지. 어쩌다가 덜컹, 하는 방지턱 같은 거?

    고작 그거 하나 넘으면서 역시 의지만 있으면 안되는 거 없어, 했을 테고. 

     

    이런 말, 들을 이유 없다고 윤혜진이 답하자, 홍반장은 결정타를 날린다:

     

    왜, 남의 인생은 함부로 떠들어 놓고, 본인이 평가받는 건 불쾌해?


    여기서부터는 조금 있어 보이게 말하자면, 직면(confrontation)이란 상대가 보이는 두 가지 요소가 서로 모순된다는 사실을 언어적으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상담 기술이다. 여기서 두 가지 요소는, 말과 말, 말과 행동, 행동과 행동, 과거 말과 현재 말, 등등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하여튼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 대상이 될 수 있다. 직면 기술을 효과적으로/적절하게 구사하면, 내담자는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일관성을 보이고,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먼저, 직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두 가지 필수 요건을 알아야 한다. (1) 강력한 작업 동맹(working alliance): '전문적 관계'라고도 칭하는 작업 동맹은 원조 전문가와 내담자 사이에 쌓이는 상호 신뢰(mutual trust), 존경심(respect), 이해(understaning), 진심어린 관심(genuine caring)을 가리킨다. 원조 전문가와 내담자 사이에 이러한 작업 동맹이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어야만 원조 전문가가 솔직하게 직면 기술을 사용할 때 내담자는 행동으로 반응한다. (2) 내담자 강점에 기초한 적절한 타이밍: 아무리 견고하게 작업 동맹이 형성되었다고 해도,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좋은 기술도 독이 될 수 있다. 원조 전문가는 변화하겠다는 내담자의 의지, 엇나가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위험도, 정서적 안정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타이밍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는, 직면 기술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네 단계를 알아보자. 제 1단계(능동적 경청): 내담자와 대화하면서 서로 모순된 부분을 관찰한다. 주로 나타나는 여섯 가지 모순: (ㄱ)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 (ㄴ) 신념과 현실, (ㄷ) 가치와 행동, (ㄹ) 말과 행동, (ㅁ) 현실과 계획 (ㅂ) 말과 말이 불일치하는 모순. 제 2단계(모순점 요약 및 정리): 제 1단계에서 관찰한 모순점을 정리하고 이 때문에 부가적으로 나타나는 내적, 외적 갈등을 관찰한다. 원조 전문가는 너그럽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내담자가 보이는 모순과 갈등, 필요를 포착해야 한다. 제 3단계(조심스럽게 말하기): 2단계까지 파악한 모순점을 최대한 부드럽고 정중하게 말한다. 대개 이런 형식을 취한다: "당신은 한 편으로는 이런데, 다른 한 편으로는 저렇게 하고 있어요", "당신은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저렇게 행동하고 있어요." 제 4단계(기술 사용 결과 평가): 직면 기술을 사용한 결과를 관찰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ㄱ) 내담자가 모순점을 부인한다. (ㄴ) 내담자가 부분적으로 모순점을 인정한다. (ㄷ) 내담자가 모순점을 전체적으로 인정하지만 변화는 안 일어난다. (ㄹ) 내담자가 모순점도 전체적으로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실행할 준비가 되었다. (ㅁ) 내담자가 모순점도 전체적으로 인정하고 이 모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실제로 실행한다.


    다시, '갯마을 차차차'로 돌아가서 해당 장면을 '전문적으로' 복기해 보자. (물론! 홍반장은 원조 전문가가 아니므로 위에 요약한 전문적인 기준을 들이댈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원조 전문가라면 본인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를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볼 좋은 기회가 될 터이다.) 첫째, 홍반장은 원조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직면 기술을 썼지만, 과정이 대단히 서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홍반장은 윤혜진이 자신이 범한 실수를 인식하고 있고, 오윤 아저씨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단 둘이 있을 때 모순점을 지적했다. 그러므로 형식적 타이밍은 대략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셋째, 그렇지만 아직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두 사람 관계를 고려해 본다면, 홍반장은 여전히 외지인에 불과한 윤혜진에게 섣부르게 직언을 한 셈이다. 강력한 관계가 전제되어 하는 내용적 타이밍 면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넷째, 무엇보다도 홍반장은 대단히 정중하지 않은 방식으로 직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친구인 오윤 형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해서인지, 윤혜진에게 불편함과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비록 결과가 좋긴 했지만(나중에 윤혜진은 오윤에게 자신이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솔직하면서도 정중하게 사과한다), 실행 단계가 너무 거칠다.


    솔직히, 사회사업가가 일하면서 직면 기술을 사용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사회사업가는 기관에 대해서도 을이고, 주민/이용인/거주인에게도 을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 사회사업가는 '착하기 때문에(혹은 상황상 착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논란이 되는 상황 자체를 두려워하고, 그래서 (귀찮아서라도) 뭔가 일이 생기면 사과부터 하게 될 터다. 하지만 나는 어떤 경우엔 직면 기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사업가들이 가장 많이 좋아하고 가장 자주 사용하는 '라포(rapport)'는 상호 신뢰를 뜻한다. 말하자면, 친한 친구라면 서로 느낄 법한 감정 내지는 관계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그대는 정말로 친한 친구가 (특별한 이유나 사정 없이) 계속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보이면 끝까지 가만히 있겠는가. 이 말을 하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과연 두려움에서 파생된 침묵과 회피가 최선일까. 

     

    여기까지 쓰고 보니, 최근에 내가 직면 기술을 나름대로 적절하게/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례가 생각난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까봐 아래에 링크를 남기겠다. 관심이 있는 분들께서는 함께 읽어 보시면 더욱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적절한/효과적인 직면 사례를 읽어 보시려면, 아래 박스 링크를 클릭!>

     

    냉정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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