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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정중하려고만 하는 구나, 싶습니다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2. 5. 3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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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공부 내내 마음이 조금 복잡했어요. 선생님께서 '정중한 호기심'을 말씀하셨는데요, 제가 과거에는 정중하지 않고 호기심만 많았어요. 그래서 한참 실무자로 일할 때는 지금 떠올려보면 굉장히 부끄러운 기억이 많아요. 지역 주민 분들과 맺었던 관계 속에서, 그때는 엄청난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중하지는 못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저도 상처를 굉장히 많이 입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제가 상처를 줬을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많은 순간에 저도 상처를 받았고, 때로는 굉장히 일방적으로 굴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도 겪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제가 어떻게 변했냐면, 무척이나 정중해졌어요. 그런데 더 이상 호기심을 더 이상 생기지 않게 되었더라구요. 솔직하게, 지금 저를 돌아보면, 저는 정중하려고만 하는 구나, 싶습니다. 정말 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며,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부터 그 복잡한 사연에 관심 가지면 그 다음 순간부터 펼쳐지는 모든 과정이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조금씩 버티기가 힘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니까, 오늘 공부하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상당히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계약을 맺어, 8회기에 걸쳐서 강점관점실천을 배우고 계신 모 기관 A 사회사업가)


    [이재원 피드백] 아... 상당히 솔직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반성하신 내용을 고백하신 건데요, 그런데 어떡하죠? 생각이 복잡했다는 말씀을 들으니 OO님이 더욱 좋아집니다. 그렇죠, 사람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치 않고 적절하게 중간을 하면 좋겠는데, 사실 현실 속에서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게 됩니다. 호기심이 너무 많으면 서로 상처를 받게 되고, 정중함이 또 너무 많으면 마음은 덜 힘들겠지만 관계에서 오는 감동과 변화가 줄어들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OO님께서 우리 수업을 참여하시면서 '고민'을 하게 되셨다는 말씀을 들으니, 저도 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 과거부터 저 자신은 어떻게 해 왔는지를요. 


    사회사업가들과 상담 공부를 하다 보면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받는 질문: "저는(혹은 우리는) 그분을 어떻게 해서든 도우려고 하는데, 곁을 내주지 않으시고 회피, 반발, 외면 등 비자발적인 모습을 보이세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어쩌면, 상담(가족치료) 영역과 사회사업 영역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상담 영역에서는 내담자가 (자기 발로 찾아와서 돈을 내는) 자발적인 내담자이지만, 사회사업 내담자는 (거꾸로 사회사업가가 찾아가서 개입하는) 비자발적인 내담자라는 점일 터. 그래서 사회사업에에서는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책도 있고, 사회사업가도 도우려는 마음이 충만한데, 정작 본인이 거부하는 상황이 자주 펼쳐진다. 

     

    내담자는 왜 거부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서 해결중심적으로 답해 본다: (1) 먼저, 사안을 단순하게 바라보자. 그대가 누군가 그대를 도와주려는 손길을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싫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원하지 않을까? 이유는 수십만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 중에는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말하기 어려운 것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대를 포함하여, 보편적으로 누구나 사람이라면 원하지 않는 도움을 받았을 때 거부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2) 그렇다면, 우리는 그가 원하는 것을 알아 내야 한다. 수단적으로 원하는 것(예컨대 도시락 서비스)도 알아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복지관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알아내야만, 그가 쌓아 놓은 마음 벽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생각해 보자. 

     

    문화심리학에 따르면, 한국인은 집단주의 문화가 아니라 관계주의 문화에 익숙하다. 한국 문화는 동양적이고, 동양적인 문화는 집단주의 아니던가? 아니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 구성원이 무조건 집단을 따르지만, 관계주의에서는 사람들이 사회적인 관계망을 대단히 중시하지만, 맹목적으로 집단을 따르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인은 주체성이 대단히 강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주체성'이란 '내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하는 특성'을 지칭한다.

     

    가지 근거를 들겠다. (1) 가장 한국적인 정서로 꼽히는 정(情)은, 기본적으로 남을 도우려는 이타적인 정서이지만, 마음을 주는 내가 중심에 놓인다. (情)은 '주는' 내가 중요하지, '받는' 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정이 대단히 많은 사람('오지랖퍼')을 자주 만나고, 그가 적당히 정을 주면 친절로 여기지만, 선을 지나치게 넘으면 힘들어 한다. (2) 한국인이 가장 참기 힘든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바로 '상대에게 (인간적으로) 무시 당하는 상황'이다. 말하자면, 이는 내가 상대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한국인은 유교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사회적 계층이나 계급을 일정 부분 수용하고, 윗사람에게 공손하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상대가 나를 인간적으로 무시한다면 들고 일어서 버린다. 들이받아 버린다. 무조건 참지는 않는다. (3) 한(恨)이라는 정서도 대단히 주체적인 정서다. 한(恨)은, 내가 원하는 바가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가질 수 없고, 도달할 수 없게 되면 생기는 감정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포기하진 않는다. 언젠가는 가지고 싶어하고, 언젠가는 도달하고 싶어한다. 떠난 님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다. 

     

    이런 문화적 맥락에서 생각해 본다면, 한국인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회사업가가 (본인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여) 일정한 선을 넘어 규범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내담자는 (객관적으로 볼 때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이 행동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거부하며 비자발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우리가 택해야 할 전략은? '정중하지만 강렬한 호기심'이다. 너무 지나치게 호기심을 가져서 선을 넘고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너무 지나치게 정중함을 지켜서 (필요한데도) 선을 넘지 않아서 상대를 돕지 않는 것도 아닌, 제 3의 길을 택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전략을 실행할 때, 무엇보다도 중시해야 할 요소는 '돕고 싶어하는 내마음'보다는 '도움을 받는 그의 마음을 헤아리는 태도'이다. 


    젊은 시절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가지고 자주 '선을 넘는' 열혈 사회사업가였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점차 '호기심'은 사라지고, 중간 관리자가 된 현재 시점에서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정중함'만 남은 것 같기도 하다, 고 솔직하게 고백하신 A 사회사업가. 음... 아니다. 수업 중에 느꼈던 A 사회사업가의 얼굴은 '여전히' 동료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얼굴이었다. '기대'를 놓지 않은 얼굴이었다. 더 이상은, 선을 넘다가 상처를 입고 싶지 않다는 말씀도 맞는 말씀이지만, '여전히' 필요하다면 기꺼이 선을 넘을 수도 있겠다는, 대단히 전형적인 '(한국형) 사회사업가'의 얼굴이었다. (혹시라도 본인께서 '아니다' 라고 말씀하신다면, 여전히 선을 넘으시길 바라는 이 선생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바란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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