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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애가 왔으면 설거지도 하고 순대도 자르고 해야지
    상담 공부방/공감, 수용, 진정성 강의 후기 2023. 6. 1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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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사례1: 참여자께서 회의 중에 하염없이 낙서를 하고 계셔서 부드럽게 지적해 드렸는데, 갑자기 소리 지르고 욕하시며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셨음.

    _ 사례2: 술취한 참여자 분들께서 시간 상관 없이(예컨대 새벽 3시) 전화하셔서 욕하고 고함을 지르셨음(영상통화도 자주 시도하시는데 받지는 않지만 위협적임). 

    _ 사례3: 거구의 참여자(정신장애인이 확실하나 장애등급을 갱신하지 않으심)께서 밖에서 만나면 죽일 거라고 난동을 피우셨음

    _ 사례4: (나는 어디까지나 직원이고 관리자 역할인데 참여자 분들께서) 어린 애가 왔으면 설거지도 하고 순대도 자르고 해야지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거냐고 핀잔하셨음.

    _ 사례5: 참여자께서 전화로 인신공격을 하셨음: 쌍욕을 하시면서 죽인다, 불 지르겠다, 칼로 찌르겠다, 센터 폭발시키겠다고 말씀하셨음.


    나 같이 겁이 많은 사람은, 단순히 읽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댈 정도'로 무시무시한(!) 이야기. 이상은 지역자활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1년 미만) 신입 직원 분들께서, 자활참여자와 함께 일하시면서 직접 경험하신 이야기다. (사실, 훨씬 더 많은 사례 이야기가 있지만 대표적인 사연만 가려 뽑았다.) 

     

    나는 올해 초부터, 매월 한국자활연수원에서 4박 5일간 진행되는 자활센터 신규 직원 교육 프로그램 중에서 3시간 정도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내가 맡은 교육 주제는,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법(공감)'이다. 2022년 여름에 촬영했던, 신규 직원을 위한 동영상 강의에 이어지는 심화 과정으로 기획된 상담 수업이다. 

     

    처음에는 내가 준비한 내용을 다소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헌데, 교육생 분들께서 매기신 객관적인 평가 점수가 낮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느낀 분위기는 미지근해서 고민이 되었다. 문득, 교육생 분들께서 현장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경험하시는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지난 달부터 3시간 교육시간 중에서 첫 번째 1시간을 온전히 들여서, 교육생 분들께서 자활 현장에서 참여자분들을 대하면서 느끼신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함께 들으면서 나누기 시작했다. 곧바로 알게 된 사실: 교육생 분들은 참여자 분들에게 상처(분노, 모욕감, 당황스러움, 그리고 두려움)를 받고 계셨다. 

     

    진심으로 고백하건대, 교육생 분들께서 현장에서 받고 계신 상처가 너무 깊다고 느껴져서 많이 놀랐다. 아, 현실이 이러니까 내가 강의하는 내용을 수용하기 어려우셨던 거구나! 쿵, 하고 현타가 왔다. 그래서 이제는, 현실은 힘들지만, 그래도 자활참여자 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 

     

    '이제 연수원에 가면 상처받고 계신 교육생 분들에게 무슨 말을 드려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다: 나와 가장 친한 대학 동기가 모 지역 자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게이트웨이 담당자 교육을 해 달라고 나에게 청했다. 그래서 최근에 상담 교육을 실시했고 여기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이 교육에 참여하신 분들은 거의 모두 자활센터에서 일하신지 10년이 넘었고 15년 이상 일하신 분들도 계셨다. 나는 이분들도 자활참여자 분들에게 상처를 받으시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신규 직원 교육에서 교육생 분들에게 던졌던 질문('일하시면서 참여자 분들에게 상처받은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을 사용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이 놀라웠다. 이 베테랑 직원 분들께서는 대부분, '상처받을 만한 일은 여전히 생기지만, 더 이상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고 답변하셨다. 여러 모로 호기심이 들어서, 좀 더 깊이 파고들어서 여쭈어 보았는데, 대부분 매우 비슷한 생각을 꺼내 놓으셨다: '표면을 보지 않고 그 너머에 있는 진짜를 본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자활센터에 일하러 온 사람은 기본적으로 가난하고, 아프고, 그래서 여유가 없다. 냉정한 사회에서 온갖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살아오셨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비틀리고 왜곡된 태도를 갖게 되셨다. 따지고 보면, 이분들이 가장 상처를 많이 받으신 분들이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말이나 행동에 너무 주목하면 안 된다. 겉으로 쌍욕을 하고 온갖 이상한(?) 행동을 하셔도 속 마음은 우리와 동일하다. 자활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이 분들 마음 속 본심을 깊이 알게 되니, 더 이상은 공격적인 행동이나 말에 상처를 받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이해하고 연민하게 되었다."  

     

    이분들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어떤 세팅이든 일하면서 클라이언트에게 일상적으로 상처를 받게 되면, 더 이상 클라이언트에게 진심을 기울이지 않고 마음이 멀어지기 쉽다. 그런데 이 분들은 (쉽지만은 않으셨겠지만 진심을 잃지 않으면서) 매우 건강하게 마음에 받은 상처를 소화하셨다.

     

    이 지점에서 내가 글머리에 삽입한 사진을 보시라. 뭐라고 쓰여있나? (1) 외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일단은 이야기를 다 들어줌(울산남구지역자활센터 이부영). (2) 조금씩 사소한 이야기로 말 붙이고 팀장과 참여자 관계가 아니라 가족, 친지 느낌으로 대하니 마음을 열어주었다(부산사하두송지역자활센터 김남이). 

     

    사진 속 메모는, 어제(2023년 6월 15일) 자활연수원에서 진행된 제 7기 신입실무자 기본역량 향상과정에 참여하신 이부영 선생님과 김남이 선생님께서 교육 중에 직접 적어 내신 활동지다. 나는 수업 중에 교육생들에게, 클라이언트에게 상처받은 이야기와 함께, 대화를 풀어나가는 비법을 말씀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그런데 많은 신규 직원 분들이 꺼내 놓으신 대화를 풀어나가는 비결이, 자활센터에서 오래 일하신 베테랑 분들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거의 비슷했다. 순간, 어떤 진실을 선명하게 느꼈다: '결국, 사람 마음을 여는 방법은 정해져 있구나. 상대가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 매이지 말고 그 너머에 있는 본심을 포착해야 하는구나!'

     

    '아울러, 관계를 긍정적으로 풀어 나가려면, 작고 사소한 부분부터 조금씩 자연스럽게 풀어 나가야 하는구나!' 김남이 선생님께서는 참여자 분이 겉으로 보이는 태도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밝은 태도로 '사소한 이야기'를 물어보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사소한 대화로 햇빛을 비추면서 마음 빗장을 열어 가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부영 선생님께서는 '참여자 분들이 보이는 공격적인 언행도 결국 외로워서 시작되는구나' 라고 생각하시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잠시 참고 참여자 분들 말씀을 끝까지 정중하게 경청한다고 말씀하셨다. '사람이 타인에게 무례하게 말하고 행동할 때는 제 나름대로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고백하건대, 자활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께서 들려 주시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선생으로서,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결국 공감하는 대화법이란, '내가 옳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 놓고, 상대가 보이는 언행 너머에 있는 진짜 마음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다음 기수 신입실무자 교육에서는 어떤 좋은 분들께서 어떤 훌륭한 이야기를 들려 주실지 무척 기대가 된다. 나도 교육생 분들께서 꺼내 놓으시는 다양한 이야기를 먼저 진심으로 귀담아 듣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발 나아가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싶다. 7기 교육에 참여하신 분들께서 모두 건승하시길 빈다.

     

    <참고>

    이부영 선생님과 김남이 선생님께서 써 주신 메모 내용을 교육 및 출판 목적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공식적이고 포괄적으로 허락을 받았습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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