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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질문을 부부상담에 적용하면?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커플치료(성공회대) 2020. 2. 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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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Elliott Connie(2012) - "Solution Building in Couples Therapy" 
    번역: 이재원(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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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장. 치료의 방향 설정하기

    https://empowering.tistory.com/35
    제 3장. 내담자 부부와 관계 맺기(Connecting with the couple)  

    https://empowering.tistory.com/58

    제 4장. 허니문 토크(Honeymoon Talk)

    https://empowering.tistory.co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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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장.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The Preferred Future)

     

    내담자가 가장 원하는 미래를 그리도록 돕기

     

    "내 주된 관심사는 미래에 있다. 왜냐하면, 내 남은 인생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기 때문이다." 찰스 F 케터링

     

    서론(미쉘과 스테파니와의 대화)

     

    단기가족치료센터의 밀워키 그룹이 남긴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는 그들이 미래를 강조했다는 점이며, 그들이 개발한 창의적인 상담 테크닉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기적질문'일 것이다. 스티브 드쉐이저가 소개한 기적질문의 기본 형태는 이렇다. 

     

    "오늘밤, 당신이 자는 동안에 기적이 일어나서 이 문제가 깨끗이 사라진다고 가정해 보세요.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당신은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요? 무엇이 다를까요? 이 일에 대해서 당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남편은 이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기적질문은, 내담자 커플의 대화와 초점을 현재의 문제로부터 문제가 사라진 미래에 대한 대화로 옮기는데 도움이 되는 미래중심대화이다. 이런 대화의 전환은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하고 쉬워보여서 당장이라도 구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오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어려운 기술이다. 부부상담 장면에서 기적질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미쉘과 스테파니의 대화를 다시 인용하겠다. 

     

    상담자: 내일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두 분이 아까 묘사하셨던 것처럼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 돌아왔다고 상상해 보세요. 밤 사이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가정할 때, 아침에 뭘 보면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까요?

    미쉘: 울면서 잠에서 깨지 않을 것 같아요. 

    상담자: 그 대신에 무슨 행동을 할 것 같으세요? 

    미쉘: 웃으면서 행복할 것 같구요, 스테파니와 포옹하고 키스할 것 같아요. 

    상담자: 보통 두 분 중에서 어느 분이 먼저 일어나세요? 

    스테파니: 저요. 

    미쉘: 보통은 제가 집에 와서도 늦게까지 일을 하거든요. 

    상담자: 좋아요. 보통은 스테파니 당신이 먼저 잠에서 깬다고 하니 여쭙겠습니다. 당신은,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실 것 같으세요? 

    스테파니: 미쉘에 대해서요? 아니면 저에 대해서요? 

    상담자: 둘 다요. 

    스테파니: 글쎄요... 제가 출근하는 걸 보면서 미쉘이 잘 다녀오라고 하거나 사랑한다고 말할 것 같은데요. 

    상담자: 그렇다면 기적이 일어난 이 날은 다른 날과 비교해서 뭐가 다를까요? 보통 출근하실 때 미쉘이 당신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거나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하셨잖아요. 

    스테파니: 말하는 시간이 좀 더 길 것 같고요. 키스도 좀 더 다정하게 할 것 같아요. 

    상담자: 그러면 뭐라고 답하실 것 같으세요? 

    스테파니: 저도 좀 더 다정하게 키스할 것 같아요. 그리고 꽃 같은 걸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네요. 

    상담자: (미쉘을 보면서) 그렇다면 미쉘, 기적이 일어난 날 아침에 어떤 이유로든 당신이 스테파니를 포옹하면서 다정하게 키스하고 그 답례로 스테파니도 당신에게 키스한다면, 기적이 일어났다고 느낄만한 일인가요? 

    미쉘: 그럼요! 굉장히 멋진 일이죠. 포옹을 하고 키스는 하지만 성적인 게 아니라 따뜻한 친밀감이 느껴질 것 같아요. 

    상담자: 그러면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스테파니의 어떤 행동을 볼 때, 아~ 스테파니도 기적이 일어난 걸 알아챘구나 생각하시겠어요? 

    미쉘: 밝게 웃을 것 같아요. 스테파니는 기분이 좋으면 큭큭 거리면서 개구지게 잘 웃거든요. 

    상담자: 스테파니가 큭큭 거리면서 개구지게 웃을 것 같으세요? 

    미쉘: 네, 많이요. 

    상담자: 스테파니가 큭큭 거리면서 웃는 게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미쉘: 스테파니가 행복해 하고 기분이 좋다는 거죠. 그럴 땐 눈빛부터 평소와 달라요. 

    상담자: 어떻게 다른데요? 

    미쉘: 슬픔이 없는 거죠. 

    상담자: 슬픔이 없는 대신 뭐가 있을까요? 

    미쉘: 행복이요. 행복할 때 스테파니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요. 

    상담자: 스테파니가 행복해서 눈빛이 달라졌다면 기적이 일어난 사실을 아실 거 같으세요? 

    미쉘: 네, 완전히요. 

    상담자: 그렇다면 당신은 밤 사이에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스테파니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 같으세요? 

    미쉘: 그냥 평소보다 더 꽉 껴안을 것 같아요. 

    상담자: 지금 말씀하신 모든 일들이, 최근 지내오신 상황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상황인 거죠? 

    미쉘: 네, 너무 다르죠. 방금 말했던 일들은 하나도 없고 냉랭한 분위기만 가득했거든요. 우린 서로 '일어나' 이런 식으로 차갑게 명령만 하면서 살고 있어요. 

    상담자: 좋습니다. 말씀하신 상황은 최근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거죠. 자, 스테파니 당신은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을 뭘 보고 아실 것 같으세요? 

    스테파니: 미쉘이 저한테 전화해서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 라고 다정하게 말하거나... 뭔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만한 약속을 잡을 것 같아요. 

    상담자: 그런 전화를 받아서 기쁘다는 걸 미쉘에게 어떻게 표현할 것 같으세요? 

    스테파니: 그냥 밖으로 나가서 전화로 기쁘다고 말할 것 같아요. 다른 방법은 생각이 안나네요. 

    상담자: 미쉘,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은가요? 

    미쉘: 그럼요. 전 스테파니한테 우리 둘 다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함께 요리를 만들어 먹자고 말할 것 같아요. 예전엔 직접 요리를 참 많이 해 먹었는데... 요즘은 거의 못했어요. 

    상담자: 그러면 미쉘, 출근해서 일을 시작할 때 이런 행복한 일이 계속 이어지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 것 같으세요? 뭘 보면 알 수가 있을까요? 

    미쉘: 예전에 문제가 없었을 때처럼 행복한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하루 종일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대화를 나눌 것 같아요. 

    상담자: 지금 '행복한 생각'이라고 말했는데요, 그 행복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어떤 행복한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 찰까요? 

    미쉘: 제가 스테파니를 사랑하고, 보고 싶어하는 거죠. 이런 기쁨을 다시 가진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생각할 것 같고요. 

    상담자: 이런 행복한 생각을 스테파니와는 어떻게 나눌 것 같으세요? 

    미쉘: 행동 하나 하나 말 하나 하나에 저의 행복한 마음이 담길 것 같아요. 전 행복감을 느끼면 아주 소소한 부분까지 다정다감해지거든요. 

    상담자: 당신이 행복해졌다는 걸 누가 제일 먼저 알아챌 것 같으세요? 

    미쉘: 우리집 식구들이요. 

    상담자: 식구들이 당신의 어떤 행동을 보면, 당신이 행복해졌다는 걸 알 수 있을까요? 딱 보면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는 뭐가 있을까요? 

    미쉘: 식구들한테 소리를 안지를 것 같아요. 우리집 강아지한테도요. 

    상담자: 소리를 지르지 않는 대신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 

    미쉘: 미소 짓고 크게 웃고 사랑할 것 같아요. 

    상담자: 그런 모습이 진짜 당신 모습에 가까운가요?

    미쉘: 네. 

    상담자: (스테파니를 바라보며) 스테파니, 학교에서 사람들은 당신의 어떤 행동을 보면서 당신이 뭔가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될까요? 저는, 학생들이 그걸 어떻게 알아챌지 자못 궁금하군요. 

    스테파니: 맞아요. 학교에서 제 상태가 좋으면 학생들에게 좀 더 관대해지고, 그럴 때면 아이들이 제게 항상 물어요.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요. 

    상담자: 그렇게 좋은 상태이시면, 어떤 식으로든 학생들에게 표현이 되겠네요? 

    스테파니: 네. 얼굴엔 미소를 띄고 아이들 장난도 잘 받아주고 그러겠죠. 평소보다 훨씬 더 잘 될 거예요. 

    상담자: 그런 모습이 진짜 당신 모습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인가요? 

    스테파니: 네. 그런 것 같아요. 

    상담자: 그러면요, 당신이 퇴근해서 집에 갔을 때 뭘 보면 이 기적이 계속된다는 걸 알 수 있을까요? 

    스테파니: 미쉘의 다정한 얼굴 표정, 태도,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담자: 흥미롭네요. 미쉘이 어떤 표정을 지을 것 같으세요? 

    스테파니: 음... 미소를 지을 것 같아요. 

    상담자: 미쉘이 그냥 미소만 지어도 기적이 지속되는 거 같을까요? 

    스테파니: 네, 그리고 저를 꼭 안아줄 것 같아요. 

    상담자: 미쉘이 당신을 어떻게 안아주면 모든 게 잘 되어가고 있다고 느껴질 것 같으세요? 

    스테파니: 미쉘이 양손으로 제 몸을 완전히 감싸서 꼭 껴안으면 그렇게 느껴질 것 같아요. 

    상담자: (미쉘을 바라보며) 이렇게 포옹하면 미쉘 당신의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될까요? 

    스테파니: 네. 

    미쉘: 네. 

    상담자: 미쉘, 이 날 스테파니의 어떤 모습을 보면 당신이 미소를 짓고 다정하게 스테파니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미쉘: 스테파니의 미소와 표현을 보면요. 스테파니가 희미하게 웃는다고 하더라도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느낄 것 같아요. 

    상담자: 스테파니가 미소를 지으면 예전처럼 두 분 사이가 좋아졌다고 느낄 것 같으세요? 

    미쉘: 아이구, 당연하죠. 

    상담자: 미소와 함께 스테파니가 당신을 다정하게 안아 줄 것 같다고도 말씀하셨죠.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스테파니가 당신을 어떻게 안아줄 것 같으세요? 

    미쉘: 두 팔을 크게 벌려서요 저를 있는 힘껏 안아 줄 것 같아요.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요.

    상담자: 그렇군요. 그리고 당신은 이런 날이 온다면 스테파니와 함께 맛 있는 걸 먹으러 갈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딜 가실 것 같으세요? 

    미쉘: 파파듀스요. 전 해산물을 특히 좋아하거든요. 

    스테파니: 제 생각에도 아마 그곳에 갈 것 같아요. 평소 우리 상태가 아주 좋으면 미쉘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고 저는 그냥 따라가죠. 

    미쉘: 맞아요. 

    상담자: 그렇다면 두 분의 관계가 회복되었다는 걸, 뭘 보면 알 수 있게 될까요? 이 저녁식사 자리는, 지금과 비교해서 뭐가 다를까요? 

    미쉘: 마주 보며 앉는 게 아니라 바로 옆에 붙어 앉을 것 같고요, 대화를 할 것 같아요. 

    상담자: 그땐 뭐에 대해서 대화를 할 것 같으세요? 

    미쉘: 모든 것에 대해서요. 

    스테파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것 같아요. 우리 아들에 대한 이야기-농구팀에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나 향후 사업 계획 같은 거요. 

    상담자: 그런 대화를 하면 다를 것 같으세요? 

    스테파니: 네. 지금은 대화를 하면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편안함 대신에 긴장감이 돌거든요. 

    상담자: 미쉘, 전에 저와 이야기를 했을 때, 스테파니를 처음 만난 날 스테파니가 당당하게 걷는 모습을 봤다고 하셨죠? 그 모습이 환상적으로 섹시했다구요. 혹시 이런 이야기도 하실까요? 

    미쉘: 네, 스테파니에게 섹시하다고 말할 것 같아요. 스테파니는 제 진심을 느낄 거구요. 

    스테파니: 맞아요. 그방 느낄 거예요. 

    미쉘: 우리 사이가 좋아진다면 섹스도 할 것 같아요. 

    상담자: 제가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면 사과 드릴게요. 제가 드리는 질문에 모두 답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불편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만약에 두 분이 사이가 전처럼 좋아져서 섹스를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전과 뭐가 다를까요? 

    미쉘: 제가 섹시한 속옷을 입을 것 같아요. 

    스테파니: 그 모습을 보면 뭔가 달라졌구나 생각할 것 같아요. 

    상담자: 기적이 일어난다면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 될 것 같으세요? 

    스테파니: 네. 

     

    이 상담 장면을 녹화된 비디오로 다시 보면서, 나는 우리의 대화가 단지 말로만 진행된 게 아니라는 점을 발견하고 감동했다. 미쉘과 스테파니는 자신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의 상태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서로 마주 보면서 미소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웃음도 자주 터뜨렸고 서로 부드럽게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우리들의 대화에는 희망이 깃들고, 이 희망이 점점 커져 가는 걸 모두 느낄 수 있었으며, 회기가 진행될수록 이 느낌은 더욱 분명해졌다. 

     

    해결중심모델의 간결함 

     

    나는 내가 해결중심모델에 끌리는 이유는 바로 이 모델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이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가 해결중심 모델에 대해서 배우고 실천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나는 또한 이 모델이 단순하기 때문에 복잡해진다고 이 책의 앞부분에서 언급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이 모델은 내담자가 보고하는 문제의 원인을 탐색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해진다. 내담자가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어 내담자가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도록 해결중심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서, 해결중심 상담자는 내담자가 끊임없이 토로하려고 하는 과거-문제 중심의 이야기를 따르지 않기 위해서 많은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방금 말한 복잡함의 근본적 이유이다.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문제에 대해서 깊고 넓게 탐색하고 그 원인을 분류하며 이에 대한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모두, 대화란 사람들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동등하게 참여하면서 만들어가는 상호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해결책을 구축하는 과정도 사실 그 과정의 연속이다. 물론, 상담 중에 부부 중 어느 한 파트너가 (해결책 구축에 도움이 될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여기에 끼어들어 그의 말을 중단시키고, 그의 말에 주목하고 확장시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도구나 그 와중에 부부 중 다른 한 파트너를 소외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모든 이야기의 세부 사항에 두 사람을 동등하게 개입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 위 대화록의 일부를 다시 한 번 살펴 보자. 

     

    스테파니: 미쉘의 다정한 얼굴 표정, 태도,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담자: 흥미롭네요. 미쉘이 어떤 표정을 지을 것 같으세요? 

    스테파니: 음... 미소를 지을 것 같아요. 

    상담자: 미쉘이 그냥 미소만 지어도 기적이 지속되는 거 같을까요? 

     

    상담자가 구사하는 표현들은 거의 모두 내담자가 한 말이라는 점에 주목하라. 이는 상담이 내담자가 허락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그렇게 되면 기쁘시겠어요?", "그러면 뭔가 다르다고 느껴지실까요?" 라고 질문하는 점에도 주목하라. 이는 상담자가 던지는 질문들이 (상담자가 아니라) 내담자에게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커플이 현재 느끼는 관계 상태와 그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 사이에 놓인 차이를 명료하게 확인하고 이를 확대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만약 내담자가 (상담자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하기 시작한다면, 내담자가 자신이 바라는 상태와 현 상태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들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며 상담자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내담자가 부정적으로 답변한다면(바라는 미래가 기쁘게 느껴지지 않거나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상태와 차이가 없다면), 상담자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며 따라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담자가 원하는 바를 탐색할 때 상담자가 할 일

     

    이 단계에서 상담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태도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호기심'이다. 내담자가 자신이 원하는 미래 상태의 세부적인 모습을 묘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상담자는 매우 강력한 호기심을 가지고 내담자가 언급하는 바람직한 미래 상태와 관련된 아무리 작은 사항이라도 끈질기고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이 부분이 해결중심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까지 내담자와 나눈 대화는 단어 하나 하나까지도 모두 내담자가 원하는 미래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세부적으로 밝히기 위해 한 것이고, 이후에 계속되는 모든 내용도 이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내담자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면, 이제 할 일은 무조건 그 내용을 최대한 끌어내서 모으는 것이며, 이 작업은 아무리 많이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다! 

     

    사실, 내담자가 바라는 미래에 대한 모든 세부사항들을 끌어 모으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상담이 된다. 내담자가 스스로 바라는 미래 상태에 대해서 낱낱이 묘사하게 될수록 그가 실제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할 확률은 높아진다. 

     

    대부분의 (커플) 내담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상담에 온다. 어떤 내담자 커플이 '좀 덜 싸우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이 상황에서 상담자가 '좀 덜 싸우는 상황'에 대해서 내담자가 이야기 하도록 놔둔다면, 이 회기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토로하는 회기가 될 것이며 (하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반대로, 상담자가 내담자 커플로 하여금 '좀 덜 싸우기' 대신에 '신뢰'나 '친밀감'에 대해서 말하도록 돕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전혀 다른 회기가 될 것이다. 즉, 내담자 커플은 지금 당장이라도 경험할 수 있는 미래 상태에 대해서 묘사하기 시작할 것이다. 

     

    잘 설정된 목표란... 

     

    미래에 관한 내용이다. 

     

    잘 설정된 목표는, 내담자 커플이 상담자의 손을 붙잡고 사력을 다해서 부정적인 과거 이야기로 끌고 들어간다고 해도, 반드시 미래에 관한 내용이어야 한다. 내담자 커플에게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질문할 때, 그들은 '지난 여름에 이 사람(배우자)에게 받았던 상처를 극복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서 과거에 겪었던 어떤 일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다른 상담 모델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적절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해결중심모델에서는, 목표를 설정할 때 미래 시점으로 재진술 해야 한다. '만약 ... 라고 가정한다면' 하고 말하거나 미래 시제로 말을 시작하면서 해결중심 상담가들은 문제가 더 이상 없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내담자를 초대한다. "만약 지난 여름에 받은 상처가 없어진다고 가정한다면, 당신은 뭘 보고 그걸 알게 될까요?" 이 질문에 답하면서 내담자들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상황을 알아챌 증거/신호에 관해서 말하게 될 것이다. 

     

    미쉘과 스테파니 커플과 대화할 때도, 우리가 더 이상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미래에 대해서 대화하기 시작하자, 그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변화했다. 그들은 목소리 톤이 훨씬 부드러워졌고, 서로 가깝게 앉게 되었으며, 상대를 기쁘게 하는 일들을 신나게 이야기 했다. 그들은 이미 미래 세계에서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에 대한 이야기 대신에 해결책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고,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상담자는 내담자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알아야 하며 내담자의 이야기를 무시하는 일은 곧 내담자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다. 하지만, 상담자는 내담자와 대화를 나눌 때 문제보다는 해결책(목표=내담자가 바라는 미래 모습)에 섬세하게 초점을 맞춰 나가야만 한다. 상담 중에 내담자가 문제에 대해서 말하면 상담자는 그것에 대해서 반드시 관심을 보이고 알아 줘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엔 내담자가 언급한 그 문제가 사라지고 난 후에는 미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질문해야 한다.

     

    수학적으로 긍정적이어야 한다. 

     

    이 꼭지를 설명하기 전에, 여러분에게 내 작은 비밀을 하나 말하려고 한다. 나는 끔찍할 정도로 수학에 재주가 없다. 오직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이다. 플러스 기호는 긍정적인 방향이고 무언가 존재한다는 뜻이며, 이와 반대로 마이너스 기호는 부정적인 방향이며 무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 

     

    커플 내담자들은 대개 문제가 사라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상담에 오지만, 해결중심 상담가들은 이들이 좀 더 긍정적인 방향, 즉 해결책이 존재하는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자극해야 한다. 사람들이 해결중심모델에 관해서 '긍정적인 방법론'이라고 말할 때, 이것은 해결중심모델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수학적인 뜻이기도 해서 문제가 마이너스인 상태(존재하지 않는 상태)이자 해결책이 플러스인 상태(존재하는 상태)를 지칭하기도 한다. 

     

    김인수 선생님은, '그 대신에' 라는 말이 해결중심모델에서 굉장히 중요한 말이라고 언급하셨다. 이 말을 사용함으로써 상담자는 내담자를 부정적인 인식에서 긍정적인 인식으로 옮겨 놓을 수 있게 된다. 만약 내담자가 "이 사람이랑  더 이상은 싸우지 않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면, 상담자는 "그 대신에 무엇을 할 것 같나요?" 라고 말할 수 있다. 

     

    명확하고 관찰가능해야 한다. 

     

    내담자들은, 내가 그들에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고 말하는데, 맞는 말이다. 나는 내담자들에게, 묘사하기 힘든 일들을 명확하고 관찰가능한 말로 표현하기를 요청한다. 즉, 사랑이나 행복, 혹은 우리가 막 데이트를 시작할 때 느끼는 희열 같이 인간에게 매우 기본적이고 포괄적인 일들을 각 내담자의 언어로 표현해 달라고 부탁한다. "내일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당신과 부인이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면, 어떤 상태일까요?" 

     

    다른 상담 모델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필수적인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상담가들은 이 질문들을 생소하게 여기겠지만, 해결중심 상담에서는 엄청나게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상담실에 올 때까지 내담자 부부는 문제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 대신에 어떤 긍정적인 일이 생길 수 있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부부 중 한 쪽 배우자가 해결중심적 질문에 답을 하면, 그의 부인(남편)은 거의 처음으로 상대방이 긍정적인 미래에 대해서 하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일 수 있다. 

     

    노력해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이미 달성한 성공에 얼마나 무관심하고, 자신이 가진 문제에는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발견하면서 아직도 깜짝 놀란다. 사람들에게 "두 분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신 거죠?" 라고 물어 보면 대부분은 '그냥 서로 반했어요' 라든지 '그러니까... 엄청난 화학반응이 일어나 거죠' 와 같이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물어 볼라치면 마치 최근에 개최된 토론회의 녹취록을 줄줄 크게 읽어대는 것처럼 생생하고 분명하게 묘사한다. 만약 인류가 문제에는 관심을 거두고 성공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살만한 곳이 될 텐데! 

     

    해결중심 부부상담자의 역할은, 내담자 커플이 처음에 사랑에 빠졌던 과거에는 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를 되돌아 보고 당시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서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떠올려 보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이런 노력들을 시작하고, 과거에 효과가 있었지만 현재는 하지 않던 방법들을 다시 시도할 때 성공은 필연적인 것이 되고, 세상은 (최소한 두 사람에게는) 훨씬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커플(부부) 양쪽이 함께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앞에서, 나는 해결중심적 커플상담(부부)이 테니스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동일한 질문을 커플 양쪽에게 던지면 두 사람은 상담 과정에 함께 동참하게 된다. 이 말은, 두 사람이 말하는 시간을 산술적으로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한 사람이 10분을 이야기 할 때, 다른 사람은 단지 몇 마디만 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어쨌든 두 사람이 상담 과정에 함께 동참한다는 것이고, 두 사람이 동시에 받아들일만한 방향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디테일에 집착하라! 내담자가 바라는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목표라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내가 처음 런던에 가서 단기치료에 대해서 배울 때, Chirs Iveson이 여러 가지 심각한 증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젊은 아가씨와 상담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상담 목표, 즉 내담자가 원하는 변화된 미래 상태를 그리기 위해서 Iveson은 기적질문을 사용했다. 그 아가씨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 다음날 아침 기분이 슬픈 대신에 행복할 것 같다고(매우 전형적인 두루뭉술한 대답) 대답했다. Iveson은 내담자에게서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 때는 몇시일까요?(몇 시에 일어나신 거죠?)" 내담자는 다소 어리둥절해 하다가 대답했다. "8시요." "그렇다면 그때 당신은 어떤 행동을 하실까요?" "욕실로 걸어갈 것 같아요." "기적이 일어난 다음날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실 때, 어느쪽 발을 먼저 땅에 대실 것 같으세요?" 

     

    Iveson은 왜 기적이 일어난 다음날 내담자가 몇 시에 일어날지에 관심을 가진 걸까? 그는 무엇 때문에 내담자가 어떤 발을 먼저 짚을지를 알고 싶었던 걸까? 아마도 그는 별 의도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단지 내담자가 바라는 미래의 상태를 가급적이면 상세하게 묘사하도록 자극하고 싶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상담자가 내담자로부터 상세한 대답을 끌어내면 낼수록, 내담자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상태에 대해서 완결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얻어진 세부사항들이 전부 상담과 관련이 있거나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은 도움이 될 것이며 수많은 사항 중에서 어떤 것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리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각 세부사항의 의미를 따져 보기 전에 최대한 세부사항을 끌어내야만 한다. 

     

    사례1) 레이첼과 레이

     

    얼마 전에 나는 관계를 원만하게 회복하고 싶어하는 미혼 커플을 만났다. 그들은 4년 간 동거를 해 왔다고 했다. 레이는 컴퓨터 상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사업가였고, 레이첼은 간호사를 지망하는 학생이었다. 나는 첫번째 회기에서 - 내 질문에 대한 그들의 답변을 들으면서 - 이미 그들이 서로 깊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레이첼이 상담 받기 얼마 전에 레이와 함께 살던 집을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레이의 엄마가 레이첼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레이첼은 매우 친밀한 가족 안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레이의 어머니가 왜 그다지도 레이첼에게 불공정하게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레이첼은 최선을 다해서 레이 어머니의 허락을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조소와 멸시 뿐이었다. 최근에 레이첼은 레이 어머니와 말싸움을 벌였는데, 이 일을 계기로 레이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레이첼은 레이의 어머니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레이가 레이첼을 대신해서 어머니와 맞서 싸워 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느꼈다. 레이첼은 레이를 무척이나 사랑했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면 레이와 함께 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레이는 레이첼의 결정을 듣고 큰 슬픔에 빠졌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제 더 이상은 그의 인생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두 명의 여자 사이에 끼어서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아 보였다.

     

    첫번째 회기에서 나는 가장 변하길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했는데, 이 커플은 답변하기를 어려워 했다. 그들은 레이의 어머니가 바로 문제의 핵심이며, 레이의 어머니가 두 사람의 미래 계획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레이의) 어머니가 계신 한 우리는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 없을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자녀들이 레이의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광경을 그냥 상상만 하는 것조차 불편해 했다. 두 사람 모두 레이 어머니가 변화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 대해서 상상하거나 말하는 것도 힘들어 했다. 

     

    나는 미래에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진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를 물으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나갔다. 마침내 그들은 자신들의 관계가 어떻게 좋아질 수 있을지를 떠올려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건 오로지 레이의 어머니가 행동을 바람직하게 바꾼다는 조건 아래서였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 점을 깨닫고 나자, 우리 대화의 역동이 바뀌었다. 이제 그들은 레이의 어머니가 아니라, 그 둘 사이의 상호관계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길 바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회기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이 커플이 바라는 미래의 상태에 대한 모든 세부사항들을 축적해 나갔다. 

     

    나는 레이와 레이첼에게 만약 그들이 바라는 미래 상태가 현실이 된다면, 그들이 뭘 보고 그것을 알게 될지에 관해서 35가지를 말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돕기 위해 미래에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역시, 내 질문에 대한 그들의 첫 대답은 조금은 두루뭉술하고 일반적이었다. 예컨대, 그들이 바라는 미래가 현실이 된다면 그들은 ‘서로 조금 더 가까워 질 것이고’, ‘좀 더 행복해질 것이며’, ‘서로 좀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대화를 진행하자, 그들이 내어 놓는 이야기의 세부 사항이 점차적으로 풍부해지고, 깊어지며, 구체적으로 변모해갔다. 예컨대, 다음 내용은 레이가 28번째 증거로 말한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현실이 된다면) 제 어머니가 무슨 행동을 하고 무슨 말씀을 하셔도 우리의 사랑이 어머니의 부정적인 태도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 둘 다 깨달을 것 같아요.”

     

    이 말을 듣고, 레이첼은 레이의 손을 잡고는 울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항상 당신이 나에게 보여주기를 바라던 거였어요.” 두 사람은 마치 나란 사람은 그 방에 없는 것처럼, 서로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들은 마침내, 그들이 바라는 미래가 현실이 되면 그것을 어떻게 알게 될지를 35 가지로 정리한 리스트를 완성했고, 나와 다음 회기 약속을 정했다. 상담실을 걸어 나갈 때, 두 사람의 모습은 확신에 찬 고요함 그 자체였고, ‘새로운’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레이와 레이첼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낸 28번째 증거를 말하기 전까지, 별로 도움이 안되는 27가지의 증거를 말해야만 했다. 만약 우리가 20번째나 25번째 증거에서 멈추었다면, 상담은 그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부부 내담자를 만났을 때 이런 리스트 작업을 자주 하는데, 보통은 수십 가지의 대답을 듣고 난 후에야 의미 있는 내용을 만나곤 한다. 

     

    사례2) '모르겠어요' 커플 

     

    브라이언과 리는, 과거에 매우 강력하고 성공적인 관계의 역사를 가진 대단한 커플이었다. 그들은 고교 2학년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둘의 관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전형적인 십대 로맨스였다. 그들은 수영장에서 첫 데이트를 했고, 그날 밤부터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전화를 했으며, 함께 자주 영화를 보러 다녔다. 그리고 나서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나기 시작할 무렵 리는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은 고교 2학년 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고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에게 조언을 구했다. 리의 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내며 리가 브라이언의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고 브라이언의 부모님도 이에 동의하여 둘은 함께 살게 되었고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아기가 태어나자 두 사람은 한 친척 아주머니에게 자신들이 학교에 있을 때 아기를 돌봐 달라고 부탁했고, 학교에 있지 않을 때 둘 중에 적어도 한 사람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두 사람 모두 시간제 일자리를 얻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위험한 행동을 하는 옛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고, 조금 힘들 때도 있었지만 힘을 합쳐 성실하게 생활한 끝에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그들도 어른이 되었다.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고,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났으며, 집도 샀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브라이언의 성격이 어둡게 변했다. 리는 브라이언이 행복해 하지 않는다고 느꼈고, 이제 더 이상은 자신이 그를 즐겁게 할 수도, 웃게 만들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리는 브라이언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가 상담을 받길 권했지만 브라이언은 싫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 문제는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 개월 동안이나 개선되지 않았고 마침내 브라이언은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첫번째 회기에서, 나는 브라이언과 리에게, 뭘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에 좋았을 때처럼 좋아졌는지 알 수 있겠냐는 질문을 했다. 그들은 이 질문 뿐만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미래 상태에 대해서 알아내기 위해서 내가 던졌던 모든 질문을 혼란스럽게 느꼈다. 그들은 내 질문에 답변을 하려고 애썼지만, 거의 대답을 못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모르겠어요' 라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브라이언이 이렇게 말했다. "흠... 점깐만요, 행복한 게 어떤 건지 기억이 날 것도 같아요." 두 사람은 앞에 놓은 어려움들을 헤쳐 나와야 했기 때문에 너무 빨리 성장해야 했고, 너무 오랫동안 어른처럼 살아야 했기 때문에, 즐거움을 만끽하는 법을 잊고 살았던 것이었다. 이런 깨달음이 오자, 두 사람은 봇물이 터지듯이 각자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엄청나게 많이 말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회기에 왔을 때, 그들은 결혼한 후 정말 처음으로 자신들을 위한 일들을 했다고 말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그들은 아기가 생긴 후로는 모든 생활이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자신들이 과거에 얼마나 편하게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았는지 잊어버렸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첫번째 회기 후에 그들은 아기 돌보미를 고용했고, 두 번 외출을 했는데 한 번은 실내수영장에 갔고 또 한 번은 영화관에 갔다고 했다. 그들은 그동안 둘만의 데이트를 거의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발견했다. 그렇게 몇 주가 더 지나자 그들은 점점 더 친밀해졌고, 심지어 아이들의 행동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이 얼마나 많이 '모르겠어요'를 말했는지를 생각하면 두 사람이 보여 준 변화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Chris Iveson에 따르면(2009년 7월 1일 개인적 연락), 내담자가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 상황은 상담자가 효과적인 질문을 던지지 못했거나 내담자가 이전에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질문을 받아서 어떻게 대답할 지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브라이언과 리의 사례에서 첫번째 회기에서 두 사람이 답변을 어려워했던 일은, 위의 두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된다. 나는 옳바르게 질문해야 하는 방향을 찾아야만 했고, 내담자들은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만들어야만 했다. 브라이언과 리는 자신들의 어떤 모습이 행복한 모습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에는 거의 잊고 있었다. 그러므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멈추지 말고 끝까지 그들의 희망에 대해서 묻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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