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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커플치료(성공회대) 2019. 12. 2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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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Elliott Connie(2012) - "Solution Building in Couples Therapy"

    번역: 이재원(2019)

     

    제 2장. 치료의 방향 설정하기(Establishing a Destination)

     

    미셸과 스테파니는 7년차 레즈비언 부부였다. 두 사람은 상담실로 들어오기 전부터 서로 으르렁댔다. 들어오라고 권하자 부부는 재빨리 들어왔다. 아래 소개하는 대화록은 그들과의 첫번째 치료회기를 녹취, 정리한 것으로 우리가 치료 목표를 정하기 위해 어떻게 함께 작업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치료자: 오늘 두 분이 이곳에 와서 가장 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미쉘: 잘 모르겠어요. 그냥 여러 가지로 상황이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뭔가, 방향을 알게 될 수도 있을 테고요.

    치료자: 그렇다면 여러 가지로 상황이 잘 풀린다면, 당신은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요?

    미쉘: 잘 모르겠어요.

    치료자: 그래요? 그렇다면 뭘 보면 당신과 스테파니가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요?

    미쉘: 우리가 다시 가까워질 거구요, 서로 대화를 하고 있겠죠.

    치료자: 아 그렇군요. 두 분이 잘 지낸다면 다시 가까워지고 대화를 하시겠군요. 스테파니, 당신은 어때요? 여기 와서 가장 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스테파니: 저는 변화를 바라는 거 같아요.

    치료자: 어떤 종류의 변화를 바라시나요?

    스테파니: 음... 그러니까... 긍정적인 변화요. 미쉘이 얘기한 것처럼 서로 대화하고 함께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좋겠어요.

    치료자: 그렇다면 만약에 두 분이 말씀하셨던 일들이 모두 발생해서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오늘 이렇게 치료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실 거 같으세요?

    미쉘: 그럼요, 물론이죠.

    스테파니: 네.

     

    내가 '가장 원하는 변화(best hopes)' 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크리스 아이버슨 선생님과 동료분들이 강사로 나선 런던의 어느 컨퍼런스에서였다. 아이버슨 선생님은 내담자와 치료하는 내용을 녹화한 테입을 보여주시면서 동료들이 해결중심 질문을 던지는 장면을 보여주셨는데, 이때 선생님이 처음 구사하신 질문이 '이 대화를 통해서 가장 이루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요?'였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나중에 이 분들의 제자가 되어 매년 BRIEF에 방문하게 될지는 몰랐는데, 수 년간 만나서 서로 치료한 내용을 나누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위에서 언급한) 해결중심 질문이 이젠 내 치료 일과의 루틴이 되었다. 

     

    치료 초기에 내담자가 원하는 바를 설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것은 이후 작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해결중심 부부치료자들이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루고 있다.

     

    잘 설정된 치료 목표는, 

     

    1) 미래지향적이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치료자는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일련의 질문을 한다. 이것은 특별히 중요한데, 과거의 경험은 이들 부부에게 커다란 고통이거나 불일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때 '당신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이죠?' 라는 질문이 유용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내담자 부부의 통상적인 대답은 '잘 모르겠어요'일 것이다. 이때 치료자는 당황하지 말고 내담자의 답변을 수용하면서 다음 후속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그러면 미래의 모습이 어떨 거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질문하면서 치료자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

     

    2) 내담자 부부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가정한다.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만약 부부 중에 한 사람이 더 이상은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 는 것이다.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한결같다. 누구도 헤어지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누군가 헤어지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면, 부부의 관계 개선을 돕는 일이 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두 사람 중 어느 하나가 헤어지고 싶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그들은 함께 치료를 받고자 와 있다. 따라서 내 역할은 가능한 한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고, 치료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를 밝히는 것이다. 두 사람 중 어느 한 명은 헤어지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면 치료 과정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될 뿐이다. 둘째, 부부 치료를 받겠다고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희망이 담긴 것이다. 나 같은 부부치료자를 찾아왔을 때는 두 사람 모두 관계가 그래도 일정한 단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고 그 단계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개선해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부부가 이 사실을 깨닫도록 하는 돕는 일도 그 자체로 좋은 개입이 된다.

     

    3)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부부는 문제가 무엇인지 합의하지 못하기에, 이에 대한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은 해결의 시간을 늦출 뿐이다. 드쉐이저가 언급했듯이, 문제는 늘 부정적이며 거의 과거에 대한 토로에 치우쳐 있다. 해결중심 부부치료자가 할 일은, 목표 설정 과정에서 내담자 부부가 과거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은 문제에 대한 내담자의 이야기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담자의 과거 이야기를 수용하되, 대화의 초점을 미래에 대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돌리라는 것이다.

     

    4) 치료 계약을 맺으라. 

     

    이것은 아이버슨과 조지, 래트너 선생님이 처음 소개한 기술이다. '가장 원하는 변화'에 대해서 말하는 동안 내담자는 일종의 계약을 맺게 된다. 이는 내담자가 합의하고 치료자가 성취가능성을 인정하는, 명확하게 표현된 내담자의 바람을 확인하는 과정으로서, 매우 중요한 - 내 생각엔 가장 중요한 - 과정이다. 이 과정이 나머지 치료 과정을 좌우한다. 또한, 이것은 내담자 부부와 치료쟈가 관계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가장 원하는 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한 두 사람의 답변은 서로 조화로워야 하며 치료자는 양자의 답변을 공평하게 반영해야 하는데, 그래야만 양측 모두 목표 달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각자 원하는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서로 도울 수 있다.

     

    치료 목표를 설정할 때 치료자가 해야 할 일들.

     

    가장 원하는 변화를 설정하는 과정은, '목표(goals)’를 설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방향(destinations)’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미묘한 차이인데, 나는 '방향' 선택이 해결중심 부부치료를 좀 더 정확하게 묘사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해결중심 실천가들의 치료 방법은 기존의 전통적인 모델을 따르는 실천가들의 방법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용어도 달라야만 한다. 내가 아는 다수의 치료자가 목표 설정이라는 말을 선호하지만 내 생각엔 방향이라는 말이 더 도움이 되는 용어이다.

     

    부부과 함께 방향을 설정할 때, 치료자는 내담자가 가장 원하는 변화를 적절하게 말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세심하게 행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행후 이어지는 치료 과정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초심자가 범하는 가장 흔한 오류는 주의 깊게 치료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성급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앞에 소개한 대화록을 보면 치료자는 내담자가 원하는 변화 모습을 주의깊게 확인하는데 이는 그들 모두에게 매우 도옴이 되는 과정으로서, 내담자는 이것으로 치료자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었음을 확인하고 치료자와 함께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확인한다.

     

    이 단계에서 치료자가 반드시 해야할 일은 내담자가 문제-중심 대화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막는 일이다. 앞서의 녹취록에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정말 온갖 일을 다 겪고 있어요." 좀 더 전통적인 모델에서는 내담자가 이런 말을 하면 그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문제에 대해 더 깊이 탐색할 적기가 왔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의 해결중심 치료자는 그 대신에 내담자가 원하는 미래의 긍정적 변화에 대해서 방향 설정을 했다. 때로 내담자는 치료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결중심 치료자가 해야 할 행동은 간단하다. 오로지 내담자가 미래에 대해 품고 있는 긍정적 기대와 전망에 대해 묻고 다른 것은 옆으로 치워둔다. 부부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궁금해 하지도 말고 빠져들지도 말라.


    개인적 이야기: 런던에서 길을 잃다 

     

    해결중심 모델을 배우기 위해 런던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난 처음 해외로 나온 상황이었고, 도착한 바로 그날 오후에 교육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다음날 아침 약속에 가기 전까지 나는 런던을 둘러 보고 싶었고 그래서 함께 여행을 갔던 고모와 런던 시내를 걷기 시작했다. 긴 비행 때문에 힘들어 하시던 고모는 내게 호텔로 돌아가자고 말씀하셨고 나는 고모에게 호텔방 열쇠를 드리고(첫번째 실수) 런던 시내를 계속 걸었다. 나는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내 체력과 핸드폰 밧데리가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두번째 실수) 걸었다. 그러나 지쳐서 마침내 되돌아가려고 마음 먹고 방향을 돌렸을 때, 내가 묵던 호텔로 가는 방향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오던 길을 알려줄 만한 이정표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내가 완전히 길을 잃었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이었다. 마침 지나가던 행인이, 택시 기사에게 길을 물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택시 기사들의 뛰어난 방향 감각을 떠올린 나는 이 제안이 썩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곧바로 택시를 세운 후, 잠시 열린 차창 틈새 너머로 택시 기사에게 길을 물으려고 했지만, 그 순간 내가 심지어는 호텔의 이름마저 잊어 버리는 공포스러운 상황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택시기사가 "어디로 가세요?" 라고 물었을 때 나는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 호텔이 유명 호텔의 지점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택시 기사는 엔진을 멈추고 나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그 호텔이 어떻게 생겼죠?" 그는, 내가 호텔로 가는 방향에 대해 충분히 자세하게 묘사하면 그곳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곧 마음이 안정되었다. 택시기사는 내게 아주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거기서 공항까지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내 답변) 30분 정도요. "혹시 이리로 오는 길에 버킹검 궁을 지나쳤나요?", "강은 혹시 건넜나요?"

     

    이렇게 10분 간 질문을 하고 나니 택시기사는 내가 묵는 호텔이 대략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자, 이제는 그 호텔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저에게 말씀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이 지점에서 우리의 대화가 바로 해결중심 치료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호텔로 향하는 방향에 대해 말했고 내가 세부사항에 대해 묘사할수록 호텔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나는 호텔 입구가 어떻게 생겼는지와 그 주변에 서 있는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난 ‘내가 어떻게 이렇게나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나,’ 라며 놀랐다. 이렇게 10분이 더 흐른 후 택시기사는 마침내 말했다. “그호텔은 힐튼 호텔이네요." 나는 30분 후에 호텔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돌아 보면, 그때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그리고 그 택시기사가 사용한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알수 있다. 만일 그가 나에게 잘못된 질문을 했다면 결코 방향을 잡을 수 없었거나 호텔로 가기 위해 많이 헤맸을 것이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서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질문을 했다. 나는 해결중심 모델을 공부할 때 이 경험을 종종 떠올리는데 이것은 내담자가 치료의 방향(내담자가 가장 원하는 변화)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를 알려 주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유용한 질문을 내게 해 준 것 이외에도 택시기사가 잘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지기 전까지는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학생들이 꼭 배우길 바라는 원칙을 가르쳐 주는 에피소드이다. 즉, 내담자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목표 지점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가급적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례 소개

     

    얼마 전에 우리 상담소 직원이 약간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어떤 부인이 전화를 해서 자기 남편이 치료를 받을 테니 일정을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의 치료로 뭔가 좋아질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남편이 바로 이 조건이 만족되어야만 부부치료를 받기로 약속했다는 말이었다. 우리 직원은 그 부인에게 단 한 번의 상담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확실히 약속하긴 어렵고, 다만 내가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부부치료를 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말은 전해 들은 나는 하겠다고 말했고 치료 약속이 잡혔다.

     

    그들이 우리 상담소에 왔을 때, 남편의 얼굴에서 불편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에게 '가장 원하는 변화가 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는 오로지 아내가 너무 집요하게 가자고 졸랐기 때문이며 아내가 입 좀 닥치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그의 부인은 가장 원하는 변화로, 지금 둘이 맞딱뜨린 문제를 넘기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뭘 보고 그걸 알아챌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남편이 집에 돌아오고, 그들이 다시금 말을 하며, 서로 애정을 가지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나는 다시금 남편에게 가장 원하는 변화에 대해서 물었고 그는 비슷하게 아무 것도 없다고 답했지만 전보다는 조금 덜 짜증을 냈다. 그리고 이어서 비록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왔지만 여기에 온 보람이 있으려면 뭐가 달라지면 좋겠는지를 물었다. 그도 역시 과거의 문제들이 사라지길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들이 사라지지 못하게 막았던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사람들이 그에게 상처를 주면 바로 그들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했다고 한다. 그는 부인과는 관계를 쉽게 단절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삶에서 무엇이 달라질 것 같겠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부인이 묘사한 것처럼 사는 게 진짜 사는 것 같아질 것 같다고 답했다. 즉, 두 사람이 다시 함께 살고, 의사소통이 개선되며, 좀 더 애정어린 관계를 맺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한 것에 만족하면서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이들 부부가 가장 원하는 변화의 방향을 설정할 때, 그들은 나에게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하였고 나는 그 중에서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했다. 예컨대, 남편이 치료를 통해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답변했을 때, 그 원하지 않는 상태(불만스러운 상태)가 어떤 것인지 자세히 탐색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들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을 때도 그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그 정보들에 관심을 보이고 탐색했다면, 우리는 내담자 부부가  원하는 변화(즉, 해결중심적 목표설정)에 대해서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가장 원하는 것에 집중했다. 첫 회기 치료가 끝났을 때 이 부부은 나에게 매우 고마워하면서 다음 단계는 무엇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나는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들에게 달려 있다, 고 답변했다. 만약 두 사람이 나와의 만남이 유익했다고 느낀다면 후속 회기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당연히 가능하니까. 남편이 부인에게 2주 후에 자신과 함께 다시 치료에 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 부인은 울기 시작했다. 부인은 남편이 다음 회기 약속을 잡으려고 한다는 사실에 감격했고 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남편의 태도가 변했는지를 궁금해 했다. 남편은 그날 우리의 대화가 이미 지나가 버린 지긋지긋한 과거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웠으며 그래서 다시 오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하였다. 그는 다시는 생각도 하기 싫은 옛 일을 들출까봐 치료에 오기 싫었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 대화를 지속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고 했다. 

     

    2주 후에 그 부부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남편이 집으로 복귀했댜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우선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다른 일들이 발생했는지를 말했다. 두 번째 회기에서 우리는 그 동안 발생한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서 다루면서 두 사람이 그 변화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충분히 이야기 하였다. 두 번째 회기가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너무나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 이상 치료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재원 생각]

     

    나는 절충적인 해결중심 치료자이다. 한때는 위 텍스트의 필자인 엘리엇 코니(Elliott Connie)만큼이나 전투적인 해결중심 순수주의자였지만, 이제는 거의 완벽한 절충주의자가 되었다. 따라서 위에 소개된 내용 중에서 상당 부분에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텍스트를 소개하는 까닭은, 해결중심 부부치료의 핵심 개념을 매우 간단하고 명쾌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결국 절충주의자가 되었지만 절충은 순서상으로 보았을 때 기본과 원리를 알고 난 후에야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특히 불편한 부분은,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혹은, 엘리엇의 말대로, 문제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 뿐, 문제 이야기를 아예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결 이야기를 문제 이야기와 지나치게 대조해서 설명하면, 종국에 가서는 문제 이야기를 외면하자는 결론에 이른다는 것이 솔직한 내 느낌이다. 문제 이야기가 있어야 해결 이야기도 의미를 갖는다. 겨울이 있어야 봄의 따뜻함이 의미를 획득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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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 링크(아직도 안 적으셨다면? 클릭!) 

    https://empowering.tistory.com/guestbook 

    연락처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 
    _ 휴대전화: 010-8773-3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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