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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하는 내담자에게는...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저항하는 내담자를 돕는 비법(책) 2021. 11. 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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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 심층 인터뷰 04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 라고 말하는 청소년 내담자 마음을 어떻게 열 수 있는가?" 이런 주제로 강점관점실천에 관심이 많은 사회사업가 세 명이 모여서 자유로우면서도 심층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안혜연 사회사업가는 단기청소년쉼터에서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 방예지 사회사업가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조금 더 어린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 그리고 강점관점실천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나 이재원 사회사업가.  

     

    네 번째 꼭지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하는 내담자'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다룬다. 전통적인 욕구-중심 혹은 문제-중심 사회사업에서, 내담자는 결함/문제/약점을 안고 있는 무능력한 사람이고, 상담자는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결함/문제/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서(사정) 이를 깨부수는 방법(개입)을 제시해야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사회사업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하는 내담자'를 만나면 마치 안 열리는 병 뚜껑을 열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다 써보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병뚜껑을 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병뚜껑이 단단하게 잠기는 느낌이 든다는 사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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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연: 아이가 '아니요', '싫어요' 이렇게 얘기했을 때는 어쨌든 싫어할 만한 (좋은) 이유가 있는 거니까. 오케이! 하지 말자. 그럼 뭐 하고 싶어? 너 하고 싶은 거 하자. 


    이재원: 그런데도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고 그냥 그냥 냅둬요? 


    안혜연: 그럴 때는 계획을 짤 때 '조금 다른 계획'을 짜는 거죠. "그냥 쉬어야 되는구나, 너?" 그걸로 합의를 하죠. 그럼 쉬면 그게 목표를 달성하는 거잖아요. 아이가 '아니요', '싫은데요', '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요'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러면, 안 하고 싶은 (좋은)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저희한테 오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학교에서도 관계 이런 걸 제대로 맺어본 적이 없고 애착도 맺어본 적이 없는 아이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거든요. 그러면 그냥 뭐 특별한 걸 하지 않고, 좀 쉬는 거를 목표로 잡기도 하죠.

     

    이재원: 그게 걔가 지금 필요한 거고 원하는 거니까.

     

    안혜연: 그렇죠. 근데, 그거를 아이가 스스로 딱 알고 얘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까 선생님이 얘기한 것처럼 이래서 이래서 혹시 이런 게 필요하니 제가 이제 가설을 세웠던 것들을 물어보면서 아닌 거 버리면서 이렇게 가는 거죠.

     

    이재원: 한국 사람들은 뭔가를 성취하려고 하는 욕구가 많기 때문에, 쉰다는 거를 잘 허용을 못 해요.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죠. 근데 지금 안 선생님은 그런 걸 하나의 카테고리로 놓고 그걸 인정하는 거죠. 그것도 하나의 활동이야. 뭘 안 하고 싶은 것도 하나의 활동이야. 그건 인정. 괜찮아. 그런 거잖아요.

     


    '변화에 대한 가설(theory of change)'이라는 개념이 있다. 상담은 내담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려는 목적이 있는 활동인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혹은 상담 시간에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 태도와 생각을 갖게 된다. 예컨대, 전통적인 상담 개념을 가지고 있는 상담자라면, '나는 내담자가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해서 해결책을 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상담 개념을 가지고 있는 내담자라면, '나는 전문가인 상담자가 묻는 질문에 최대한 협조적으로 답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상담자가 가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가설(theory of change)과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가설(theory of change)이 일치한다면? 두 사람이 상담에 대해서 품고 있는 생각이 일치하므로, 서로 각자 예상한 바대로 움직인다고 해도, 상대방이 보이는 행동에 대해서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인 상담 결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가설이 서로 다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특히, 상담자가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가진 상담자가 '아무 것도 안하고 싶어하는 입소 청소년'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상담자는 내담자 입을 열기 위해서 수많은 질문을 던질 것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기울이는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내담자는 안 열리기로 작정한 병뚜껑처럼 상담자가 내미는 손길을 끝까지 회피하고 거부하며 외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담자가 거부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세팅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하면 쟤를 구워삶을 수 있을까?' 백방으로 고민해 봐도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깃집에서 밥을 먹는데 고기가 판에 눌러 붙었을 때는 아예 판을 갈아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 상황도 마찬가지. 애초에 내담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무작정 밀어 붙여서 문제가 생겼으니, 일단 이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 

     

    "어쨌든 싫어할 만한 (좋은) 이유가 있는 거니까."

    "특별한 걸 하지 않고, 쉬는 거를 목표로 잡지요."

     

    그냥 듣기엔 무척 쉽게 느껴지지만, 안혜연 선생님 말씀 뒤에는 거대한 관점과 태도가 숨어 있다. 내담자가 내는 목소리를 지극히 존중하는 강점관점. 그리고 내담자를 진심으로 파트너로 생각하는 수평적인 태도. 안혜연 선생님은 내담자가 정한 방향을 일단은 긍정하면서 기본으로 놓은 다음("어쨌든 싫어할 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 그 뒤로 상담자가 생각하는 방향을 덧대서 합의하는("특별한 걸 하지 않고, 쉬는 거를 목표로 잡지요") 방식을 채택하셨다. 만약에 상담자가 '내가 정한 방향만이 정답이야'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내담자가 원하는 바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는 나아갈 수가 없다. 그저 겉모습만 따라하려고 노력해서는 도달하기 어렵다. 

     

    내담자가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담자를 어디론가(?) 끌고 가려고만 했던 내 모습부터 냉정하게 관찰하고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내담자가 (특히 생산적인) 어떤 활동을 해야만 한다고 고집하는 상담자의 생각을 집중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진정한 강점관점실천은, 상담자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내담자를 내려다 보면서 '그래~ 네 강점은 이거야, 저거야' 말하면서 대신 짚어주는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진정한 강점관점실천에서는 내담자에게 선택권만 주는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선택한 결과에 대한 통제권마저도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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