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따님이 정신적으로 몇 살 정도 된 것 같으세요?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해결중심 부부-가족치료 이야기 2021. 12. 23. 06:37
    728x90
    반응형

    가족치료자: (정중하게) "그래서, 따님이 정신적으로 몇 살 정도 된 것 같으세요?"
    엄마: (주저하지 않고) "열두 살이요."
    큰딸: (당황 + 민망한 표정)

    내가 아는 썩 괜찮은 가족치료자가 들려준 이야기. 어떤 일을 계기로 엄마와 너무 자주 싸우게 된 큰딸이 이참에 상담을 받아보자고 제안해서 모녀가 왔단다. 큰딸은 밝고 명랑한 성격, 자기 주장이 강하고 (무엇보다도) 장난을 좋아해서 여러 가지 유치한(?) 행동을 벌인다고. 그래서 가족에서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엄마가 이제는 20대 중반인데 '아직도 어린애 같다'고 걱정한다고.

    내가 아는 썩 괜찮은 가족치료자가 딸과 개별 회기를 가졌을 때, 진지하게 물어 봤단다. "그래서, 엄마가 열두 살, 아이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집에서 좀 장난을 칠 때가 많거든요. 이상한 행동도 하고요. 물론, 피해를 주는 건 아니지만, 엄마는 튀는 행동 좀 하지 말라고 해요. 그런 행동을 보고 말한 것 같아요."

    그런데 큰딸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성숙'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단다: "저는 대학교에 가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덕분에 관계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요." "관계에 대해서 뭘 배웠는데요?"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제가 친구들에게 좀 함부로 대했거든요. 착하고 순하기만 한 친구들이었는데 제가 말을 세게 하고 그래도 그냥 참더라구요. 아니면 그냥 참다가 못참겠으면 저를 손절하고. 그런데 대학 때 만난 친구들은 제 행동을 모두 받아주지는 않더라구요. 제가 어떤 선을 넘으면, 저에게 화도 내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알려주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관계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족치료자가 질문을 했단다: "OO씨는 성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내담자가 눈알을 굴리더란다. 한참동안. "조금 어려운 질문이네요?" "맞습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아까 대학에 와서 만난 친구들이 성숙한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 친구들이 성숙하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무런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그냥 궁금해서 여쭈어 보는 거에요."

    여전히 대답을 쉽게 못하더란다. "음... 제가 듣기엔, OO씨가 성숙한 것 같은데요? 어쨌든, 고등학교 때까지는 너무 세게 말해서 친구들에게 손절도 당하셨는데, 매너가 좋고 적절하게 거리감도 유지할 줄 아는 친구들을 대학에서 만나서, 그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OO씨도 친구들을 닮아가려고 노력하셨고. 그러니까 자기를 인정할 줄도 아시고, 좀 더 나은 방식을 배워서 자신을 변화시키셨죠. 이런 게 성숙 아닌가요?"

    약간 놀라더란다. 하긴, 맨날 엄마가 "으이그... 저 까불이. 저거 언제 어른 되냐? 철 좀 들어라, 철 좀!"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그냥 겉모습을 지적하신 내용 같아요. 근데, 그건 OO씨가 성격적으로 밝고 명랑해서, 장난을 좋아해서 나오는 모습일 뿐이잖아요. 다른 편에서 이렇게 성숙해지려는 노력을 하고, 또 실제로도 성숙해지셨는데 말이죠. 어머니 말씀, 그리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OO씨는 충분히 성숙하셨어요. 그리고 생긴대로 사세요. 성숙은 겉모습이 아니에요."

    내가 아는 썩 괜찮은 가족치료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나도 성숙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성숙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성숙한 사람일까? (1) 공감 능력: 일단 자기 안에 갇혀 있지 않고, 타인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경청하고 관찰하고 이해하고 말로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 같다. 어린 아이는 자기 밖에 모른다. (당연하다.) 반면에 성숙한 사람은 자기 못지 않게 타인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2) 반성 능력: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사람은 자기 얼굴을 직접적으로 볼 수 없는 존재다. 생물학적인 얼굴도 못보지만 심리적/사회적 얼굴도 스스로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성숙한 사람일수록 반성 능력이 있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리 되려고 노력한다. (3) 변화가능성(유연성): 성숙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신을 바꾼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세 가지를 말했지만, 이보다 중요하고 근본적인 요소가 하나 있다: 자신에 대한 사랑, 자신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수용. 공감 능력, 반성 능력, 변화 가능성은 모두 안정적인 자기정체감이 있고 난 후에야 존재할 수 있는 능력.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때 기쁘고 슬프며 화가 나는지, 정확하고 따뜻하게 이해하는 사람이야말로 성숙한 사람이 아닐까?

    내가 아는 썩 괜찮은 가족치료자는 내담자와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헤어지고 다음 주에 만나야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적어도 성숙과 관련해서는 엄마 말씀을 너무 진지하게 듣지 마세요. 훌륭하게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보세요. 친구들에게 배운 관계에 대한 교훈을 실천하려고 애쓰는 자신을 인정해 주세요. 저는 아주 충분히, 정중하게 인정해 드립니다. OO씨, 성숙한 분이세요. 나이에 맞게 성장하신 분이세요."


    해외 고급 강점관점실천 자료
    이메일 뉴스레터로 편하게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Solutionists' 구독을 신청해 주세요.

    https://vo.la/gN9Du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