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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716)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1. 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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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뚜'가 뭐길래?

    먼저 '아뚜'가 뭔지부터 설명해야겠다. '아뚜'는 상어가족 캐릭터 노래 가사 중 첫 대목 '아기상어 뚜루루뚜루'를 줄인 말이다. 상어가족 캐릭터 노래는, 2015년 이후에 아이를 낳아 기른 부모라면, 모를 수가 없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 130억회가 넘어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전세계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캐릭터 노래니까. 이 노래를 들으면, 곤히 자는 아이도 벌떡 일어나고, 펑펑 우는 아이도 미소를 띄우니까. 

    당연히, 내 딸 봄이도 상어가족 노래를 아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이 노래는 가사도 간단하고 멜로디가 흥겨워서, 분위기 전환용 음악으로 딱 적당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아이가 울거나 짜증낼 때처럼, 갑자기 주의를 끌어야 할 때 우리는 대단히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열어서 들려주곤 했다. 그때마다 효과가 좋았다. (유튜브 앱을 검색하면 상어가족 노래를 60분씩 광고 없이 틀어주는 채널도 여럿 나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식당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만 가면 아기상어를 유튜브로 들려주니, 딸이 밖에만 나가면 상어가족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발버둥을 치면서 눈물을 흘리니, 초보 엄마/아빠로서 우리 부부는 아이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나이만 많을 뿐, 이렇게 어린 딸과 놀아주는 방법을 잘 모르는 늙은 아빠(나)는 아이를 쉽게 통제하려고 상어가족에 쉽게 의존했다. 

    아내: "얼마나 보여줬어? 이렇게 어린 애한테는 30분 넘게 보여주면 안 된대."
    나: "나도 그 정돈 알아. 이제 20분 정도 됐어."

    이쯤에서 솔직히 말하련다. 아내에게 거짓말했다. 여러 번, 1시간 이상씩 보여줬다.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온 후 아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약 두 시간 동안, 도대체 어떻게 아이와 놀아줘야 할지 막막할 때, 상어가족을 오래 보여줬다. 마음 속으로는 '음...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상어가족 노래가 너무나도 강력해서(!) 놀라울 정도로 쉽게 타협했다. (아이고야... 나는 참 나쁜 아빠다.)

    이제 봄이는 엄마 아빠만 보면 무시로 외쳤다: "아뚜! 아뚜! 아뚜!" 더구나, 거의 매일 양가 조부모 및 이모와 영상통화를 나누면서 더욱 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손가락을 좌우로 놀려서 스마트폰 속 사진을 넘기는 제스쳐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마치 태어날 때부터 아는 듯 스스로 자연스레 실행해 보였다. 실리콘 밸리 천재들이 스마트폰에 중독 매커니즘을 심는다던데, 전형적인 사례가 여기 있었다. 

    그러다가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다.



    <한겨레신문 2024년 1월 7일자>

    축구 철학자로 불릴 수 있는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새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손웅정 SON아카데미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절대 편해지려고 하지 말고 솔선수범하라”며 자신의 교육관을 드러냈다. 지난해 한겨레와 신년 인터뷰에서 “검색하지 말고 사색하라”는 통찰을 준 데 이어 다시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손 감독은 “아이가 태어나면 말은 못 하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 누구나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하게 된다. 부모는 TV 보고 핸드폰 화면 들여다보면서,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하겠느냐. 자녀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라”라고 말했다.


    기사를 읽으면서 얼굴이 엄청나게 화끈거렸다. 손정웅 감독님께서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소리치시는 듯했다: "정신 차렷!" 

    음... 내 딸 봄이는 그동안 아빠 뒷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봄이 아빠는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 봤을 터. 물론, 봄이 아빠는 스마트폰으로 아이디어도 정리하고, 필요한 정보도 얻으며, 글도 썼지만, 딸과 얼굴을 맞대고 신나게 놀아야 할 시간마저도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데 써버렸다. '아이가 원하니까' 라고 손쉽게 핑계대고, 이 중독 기계(스마트폰)를 아직 두 살도 채 안 된 딸 아이 손에 쥐어줬다.

    뭔가 바꿔야 했다. 바꾸려면 확실하게 바꿔야했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했다. 집에서는 스마트폰을 적게 쓰고, 특히 봄이 앞에서는 아예 보이지 말자고 제안했다. 역시,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내 제안에 동의했다. 헌데, 스마트폰을 안 보여주면 봄이가 힘들어할까봐 조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봄이는 아직 많이 어리고 성격이 순하니까, 엄마 아빠가 확실하게 결정하고 밀어 붙이면 수용하고 따라오리라 예상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우리 생각이 맞았다. 봄이는 처음에만 약간 칭얼댔지, 새로운 정책에 금방 적응했다. 엄마 아빠도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니, 봄이와 함께 있으면 어떻게든 재미있게 놀아주는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해 봐야했다. 우리는 봄이가 '아뚜! 아뚜!'를 외칠 때마다, 작은 MP3 플레이어에 봄이가 좋아하는 동요 음악 파일을 집어 넣고 무시로 틀어줬다.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흥겹게 춤을 추었다. 

    우리가 새롭게 시도한 방법 중에서 '봄이와 함게 상어가족 그리기'가 제일 효과적이었다. 우리는 LCD 패널로 만들어서 그림을 쉽게 그렸다 지웠다 할 수 있는 전자 칠판을 샀다. 그리고 이 칠판에 상어가족을 포함해서 온갖 사물/인물을 그렸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최근에 상어 가족에 나오는 아빠 상어 캐릭터를, 문자 그대로 천 번 넘게 그렸다. 하도 그려서 이제는 눈 감고도 그릴 정도 실력을 갖추었달까. 

    며칠 전 엄청나게 추운 날 아침, 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다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 추워라." 그러자 봄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아이~ 추워라." 요즘 봄이는 엄마 아빠 말이나 행동을 복사하듯 따라하는데, 이번엔 단순히 흉내내는 수준이 아니라, 내가 미묘하게 말한 어조까지 거의 그대로 따라했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과연, 손웅정 감독님 말씀이 맞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기상어를 그린다. (자, 위 그림을 다시 보시라. 캬~ 내가 봐도 무척 잘 그렸다. 그릴 때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마치 내가 상어가족 캐릭터를 만든 사람인 듯, 한 방에 그렸다. 디테일: 이빨 갯수도 다섯 개로 딱 맞췄다. 그런데, 사실은 그림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 그리는 동안 내가 봄이 말을 귀담아 들었고, 다 그린 후에 우리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는 사실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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