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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갯마을 차차차에서 배우는 사회사업: 고양이를 부탁해
    지식 공유하기(기타)/상담의 기초기술 2021. 10. 1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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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리 할머니 문자 메시지: "두식아, 내가 서울에 왔는데, 볼 수 있니? 네가 좋아하는 반찬도 싸 왔어. 얼굴 까먹겠다. 내가 너 많이 보고 싶다."

    홍 반장: 근데, 하필이면 왜 그때였을까. 사는 게 바빠서 소홀해졌는데, 솔직히 잊고 있었는데... 띄여쓰기도, 맞춤법도 다 틀린 그문자가 나를 붙잡았어. 죽기로 결심한 그날... 감리 씨가, 공진이, 나를 살렸어. 그래서 다시 돌아온 거야. 죽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살아야겠는지도 모르겠어서. 불도 안 들어오는 빈 집에, 나를 가두었는데... 사람들이 자꾸 문을 두드려. 아무 것도 묻지도 않고, 그저 나한테 뭘 먹여. 날 들여다 봐. 꼭 혼자 있는 길고양이 돌보듯이. 무심하고 따뜻하게.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는 막, 나한테 뭘 부탁하더라. 화장실에 전구가 나갔다, 세탁기가 고장났다, 잠깐만 와서 카운터 좀 봐 줘라. 일부러 그랬던 거겠지.

    윤혜진: 그게 지금의 홍반장을 만들었구나?

    홍 반장: (말 없이 고개를 끄덕임)


    하나. 홍두식 이야기. 과거에 홍두식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일을 연이어 겪었고, 그래서 본인 말대로 '불도 안 들어오는 빈 집에, 자신을 가두었다.' 스스로 유배된 사람이므로, 자신과 관계를 끊은 사람이므로, 타인과는 의미있는 관계를 맺기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 있었다. 살고 싶었다.

    두울. 공진동 마을 사람들 이야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년 만에 나타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만 쉬는 홍두식에게 마을 사람들은...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그리고 자꾸 문을 두드린다. 꼭 혼자 있는 길고양이 돌보듯이, 그저 먹인다. 무심하고 따뜻하게. 마을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는, 조심스러운 정중함이다.


    어쩌면, 사회사업가는 질문하는 사람인 것 같다. 질문하는 내용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정보.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서류가 필요하다. 수백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진 체크 리스트 서류를 빽빽하게 메워야 객관적으로 사정을 할 수 있고, 그래야만 원조 절차가 진행되고, 그래야만 다만 조금이라도 서비스/자원을 연결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사업가는 줄기차게 질문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사회사업가는 자신이 애써서 노력하고 있는 원조 행위를 무의식적으로 옳고, 선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옳고, 선하고, 바람직한 행동만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옳고, 선하고, 바람직한 행동이라도, 남이 시켜서 하는 행동이라면 이상하게 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틀리고, 악하고, 나쁜 행동이라도, 내가 선택한 대로 하고 싶은 게 자연스러운 사람 마음이다. 꼭 혼자 있는 길고양이처럼. 

     

    '꼭 혼자 있는 길고양이 돌보듯이. 무심하고 따뜻하게'


    허 참, 말은 쉽지. 일 할 시간은 적고, 해야 할 일은 많고, 만나야 할 사람은 많은데, 어떻게 사람을 한가롭게(?) 길고양이 돌보듯이 도울 수가 있을꼬? 그리고 어쩌면, 길고양이에게 내가 먼저 다가서지 않는 (그리하여 길고양이가 먼저 다가오도록 기다리는) 방법은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리하여 관심을 끊고 방임하는 방법처럼 보이는데... 어차피 똑같이 무력하게 느껴지는데... 무엇이 다를까.

     

    길고양이는 독립적이지만 역시 보호가 필요하다.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고양이에게도 집사는 필요하다. 고양이에게는 접촉에 관한 역치가 있다. 예민한 고양이도 (트라우마적 기억이 없다면) 우호적으로 다가와 한 두 번 쓰다듬는 행위 정도는 기꺼이 용인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역치를 넘어가면? 앙(!), 하며 물 수도 있고 발톱으로 할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양이가 현재 시점에서 허락하는 역치 바로 아래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 관계를 원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는 고양이 모순을 미묘하게 이해해야만, 고양이에게 다가갈 수 있다.

     

    "어쨌든, 제가 필요할 때가 있단 말이에요." 얼마 전 인터뷰했던 방예지 사회사업가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방예지 선생님께서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 뭔데요'라고 말하는 어린이, 특히 뒷걸음질치는 아이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접점으로 '(어쩔 수 없이) 생활복지사 선생님이 필요한 때'를 꼽으셨다. 이때가 중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동에게 무심하고 따뜻하게 인식시킬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 

     

    사실, 공진동 사람들이 홍두식, 아니 홍반장과 관계를 트게 된 계기도 그가 일상적으로 필요로 하는 바, 즉 음식이었다: "아무 것도 묻지도 않고, 그저 나한테 뭘 먹여. 날 들여다 봐." 막말로, 한때 죽기로 결심했지만 죽지 못한 사람, 살아가고 싶기는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살아가기로 결정한 이상 밥은 먹어야 한다. 그러나 관계는 너무 부담스럽다.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 뿐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자꾸 다가가서 그저 뭘 먹인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뭘 먹이는 행위 자체라기보다는 부정적으로 귀찮거나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무심하고 따뜻하게 들여다 보는' 태도다. 

     

    '꼭 혼자 있는 길고양이 돌보듯이. 무심하고 따뜻하게'


    <갯마을 차차차에서 배우는 사회사업: 자기개방>

     

    갯마을 차차차에서 배우는 사회사업: 자기개방

    여화정: (밝은 표정으로) 선생님~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 댁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왜 거기 계셔~ 윤혜진: (눈물을 흘리며) 으흐흑... 여화정: 선생님, 지금 울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요? 윤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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