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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한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한 건 얘가 처음이야
    지식 공유하기(기타)/돌아오라 1988(공감 텍스트) 2022. 1. 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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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진하게 보이기만 했던 덕선이네 막내, 노을이가 연애를 했다? 그것도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이고 다니는 날나리하고? 덕선이 집이 발칵 뒤집혔다. 동생이 맞는 장면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싸움판을 벌인 덕선이 덕분에(?) 파출소까지 불려온 동일과 일화. 문제를 일으킨 주동자는 노을이와 사귀었다는 수경이란다. 어디선가 껌 한 통을 통째로 씹다가 뱉을 거 같은, 온갖 불량기 가득한 소녀. 하지만 수경에게도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부모님께서 사고로 목숨을 잃으셔서 언니와 단 둘이 세상에 남게 되었단다. 파출소에서 만난 수경이의 언니 말로는 그동안 라면만 먹고 지냈단다. 말썽은 부렸지만 안쓰러워 보이는 두 사람을 덕선이네 가족이 집으로 초대한다. 조금은 누추하지만 기꺼이 밥상에 자리를 내 주면서, 함께 따뜻한 집밥을 나눈다. 

     

     

    덕선: 어이~ 너, 머리 뭘로 했어? 

     

    며칠 전, 머리를 염색해 보겠다고 시중에 떠도는 민간요법(?)에 따라서 맥주로 머리를 감았던 덕선. 금발 백인처럼 그럴 듯하게 머리가 염색되어 있는 수경이에게 비법을 캐 묻는다. 

     

     

    수경: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이거?

     

     

    덕선: 맥주는 아니고...

     

     

    수경: 과산화수소. 

    덕선: 과산화수소? 그걸로 그 색깔 안 나오는데?

    수경: 세 번. 세 번 넣었다 뺐다 해야 돼. 그리고 햇볕에 한 시간. 

     

     

    덕선: (감탄하며) 아~

     

     


    동일: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덕선에게) 아니, 염병하고 자빠졌네, 가시내. 니 대가리 색깔이나 똑바로 해, 이년아. 안그러면 콱 싹 밀어갖고, 불국사로 통도사로 보내 불라니깐. 

     

     

    덕선: (억울하다는 듯) 아~ 나한테만 그래. 

     

     

    동일: 참 그라고, 수경이 너도. 거 머리가 그게 뭐대? 아니, 부모님이 물려 준 예쁜 머리가 있는디, 뭐 염병 났다고 빨았다 널었다, 빨았다 널었다를 해싸. 그라고 저, 화장도 좀 지우고! 귀신같은 화장. 옷도 학생답게 단정하니 입고. 어? 아저씨가 일 주일 후에 확인한다잉! 알았제? 

     

     

    수경: 네. 

     

    수경이는 반항기가 쩌는 문제아. 이런 잔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친구가 아니다. 헌데, 가만히 있다. 심지어 '네'라고 얌전하게 답변까지 한다. 어찌된 일인가?

     

     

    수경이 언니: (많이 놀라면서 수경을 바라본다)

    동일: (무심하게) 씻어야거따. 

     

    수경이가 낯선 모습을 보이자, 수경의 언니도 놀란다.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라는 표정. 

     

     

    덕선: 야, 근데, 너... 우리 노을이가 왜 좋아?

    노을: (째려보며) 아, 누나!

    덕선: 아, 있어 봐, 쫌! 너 정도 얼굴이면 괜찮은 애 사귈 수 있잖아? 너, 눈 캡 낮다. 

     

     

    수경: (잠깐 주저하더니) 처음이야.

    덕선: (놀란 표정으로) 뭐가? 뭐가 처음인데? 

    수경: (담담하게) 나한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한 사람. 나한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한 사람은, 얘가 처음이야. 

    노을: (얼굴에 옅게 미소를 띄운다)

    수경: 작년에 부모님 돌아가시고, 사람들이 나한테 다 좋은 말만 하더라구. 괜찮다고, 다 좋다구. 다 잘 했다구. 근데, 노을이가 처음으로 화 내면서 지랄하더라. 그것도 진심으로.

     

     

    수경: (노을이를 바라보며) 진짜 고마웠어. 

     

     

    노을: (다시, 얼굴에 옅게 미소를 띄운다)

     

     

    덕선: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드라마 상에서 이야기가 상당 부분 생략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수경이가 어떤 친구인지, 노을이는 어떻게 수경이를 만나게 되었는지 등등을 세세하게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겉으로 나타난 장면과 수경이가 직접 마음을 밝힌 내용을 기반으로 상당 부분, 미루어 짐작해야 한다.

     

    수경이가 한 말 중에서 핵심을 인용하면: "나한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한 사람. 나한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한 사람은, 얘가 처음이야. 작년에 부모님 돌아가시고, 사람들이 나한테 다 좋은 말만 하더라구. 괜찮다고, 다 좋다구. 다 잘 했다구. 근데, 노을이가 처음으로 화 내면서 지랄하더라. 그것도 진심으로." 

     

    (아마도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셨단다. 수경이는 한창 예민할 사춘기, 부모에게 의지도 하고 반항도 해야 할 나이인데, 의지도 하고 반항도 해야 할 대상이 갑자기 사라졌다. 어마어마한 충격과 상실감 때문에 크게 방황하면서 이런 저런 실수나 잘못도 저질렀을 터. 그런데 다들 '좋은 말'만 했단다. 괜찮다고, 다 좋다구, 다 잘했다고 말해 주었단다. 

     

    정상적인 부모라면, 두 가지 기능을 겹쳐서 수행한다: 무조건적으로 품어주는 수용과 잘못했을 때 지적하고 혼내는 규율. 아이가 든든하게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서는 잘났든 못났든, 잘했든 못했든(무조건적으로), 부모가 아이를 언제나 변함없이 인정해 주고 사랑해 줘야 한다. 하지만 아이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사회적 규범을 배워야 한다. 규범이란 대표적인 사회적 조건화 수단: 지키면 상을 주고, 못지키면 벌을 준다.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인정받는 매커니즘이다. 

     

    통상적으로 반항하는 청소년에게는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어른'이 필요하다고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수경이는 다르게 생각했나 보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상황이 충분히 슬프고 무섭고 괴로운 일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뭔가 잘못했을 때는 애정을 가지고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지적해 주는 어른이 필요했나 보다. 나쁜짓을 저질렀는데도, '괜찮다고, 다 좋다고, 다 잘했다고 말하는 어른은' 실은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예민하게 감지했나 보다. 수경이는 자기를 혼내는 불편한 말이라도 진심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보다. 그러니까 수경이가 진심으로 원했던 바는, '진심'이었다. 수용하는 말도, 혼내는 말도, 진심 위에 서 있지 않는다면, 그냥 피상적인 이야기로 전락하기 때문이리라. 다시 말해서, 진심 빠진 수용은 동정으로, 진심 없는 혼냄은 학대로 바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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